
[이코노믹데일리] 숙박 예약 플랫폼의 '환불불가' 상품 약관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학계로 이어졌다. 지난달 30일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열린 '2025 한국재산법학회·한국소비자법학회 제1회 공동 판례연구회'에서는 해당 약관이 계약 자유의 실현이라는 주장과 소비자 권익 침해라는 반론이 맞섰다.
오서영 놀유니버스 NOL법무실장은 이날 토론자로 참석해 “환불불가 조항은 계약자유의 실현이기 때문에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환불불가 조항은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된 불이익이 아닌, 가격 할인의 대가로서 제공된 옵션으로 명확한 고지 및 선택 과정을 거친 자발적 수락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논의는 해외 온라인여행플랫폼(OTA) 부킹닷컴의 환불불가 상품 관련 대법원 판결이 주요 쟁점이 됐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2019년 부킹닷컴의 환불불가 조항이 소비자에게 과중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킨다며 사용 금지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9월 공정위의 시정명령이 부당하다며 부킹닷컴의 손을 들어줬다.
오 실장은 OTA 사업자는 객실 예약 계약의 중개자일 뿐 판매 조건 설정 권한은 개별 숙박업소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각 숙박업소에 개별적으로 시정명령을 부과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사정이 OTA 사업자에 대한 시정명령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숙박 서비스는 단기임대차 계약으로 전자상거래법 적용 대상이 아니며 통신판매로 보더라도 청약철회권 제한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전자상거래법 제17조 제2항 제3호는 “시간이 지나 다시 판매하기 곤란할 정도로 재화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소비자의 청약철회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오 실장은 “소비자도 환불가능과 환불불가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더욱 더 낮은 가격으로 예약을 확정할 수 있다는 명확한 경제적 이익이 존재한다”며 “환불불가 옵션은 부당한 불이익을 강제하는 게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 차별화와 자율적 선택 보장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고형석 한국해양대 교수는 대법원 판결에 문제를 제기했다. 고 교수는 OTA를 통한 숙박 예약 계약을 통신판매로 인정하면서도 환불불가 약관이 불공정하지 않다고 본 대법원 판단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온라인 숙박플랫폼에서 체결된 숙박시설 이용계약은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에 해당해야 하는데, 통신판매는 재화 등의 판매를 의미하며 임대차는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에 해당한다는 판단에 따르면 환불불가 약관은 무효임과 동시에 불공정한 약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동 판례연구회는 한국재산법학회, 한국소비자법학회, 한국소비자원 등이 공동 주최했으며 OTA 환불불가 상품 외에도 항공 마일리지, 확률형 아이템 등 소비자법 분야 판례의 최근 동향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