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은 지난 10일 발표한 ‘전기차·배터리 산업의 주요 이슈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차(PHEV 포함)가 전 세계 판매량의 68.9%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중국이 PHEV 생산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산 PHEV 판매량 비중은 2022년 55.9%, 2023년 68.1%에서 올 상반기 77.2%까지 늘었다. 순수 전기차 비중이 2022년 71.2%, 2023년 68.1%로 감소하는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순수 전기차의 글로벌 비중은 64.3%로 줄어들었다.
중국의 PHEV 판매량을 높은 요인은 두 가지다. 우선 중국 내 수요가 판매량을 견인했다. 시장조사회사 로모션은 올해 1~7월 중국에서 판매된 PHEV는 전년 동기 대비 7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최근 밝혔다.
골드만삭스의 중국 자동차 리서치 책임자 티나 호우는 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전기차(PHEV 포함)는 베이징이나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이른바 1급 대도시 이외 지역에서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별도의 충전소가 필요없는 PHEV의 경우 충전 인프라가 취약한 지방도시에서 수요가 더 많다는 해석도 곁들였다.
보고서는 중국산 PHEV의 판매량을 견인한 또 다른 이유로 수출량 증가를 꼽았다. 2022년 중국의 수출 대수는 158만8000대에서 지난해 287만7000대로 77%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 수출한 PHEV 대수만 193만7000대에 이른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순수전기차는 완속으로 충전하면 6~8시간 걸리는데 PHEV는 1~2시간이면 충전할 수 있어 중국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며 “인프라가 취약한 신흥국 중심으로 수출 물량도 많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중국산 PHEV가 한국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중국산 전기차 수입액은 8억4800만 달러(약 1조 1350억원)로 전체 수입액의 65.8%를 차지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PHEV를 포함한 중국산 전기차가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인기를 끌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부터 비야디(BYD)가 버스 뿐 아니라 승용차도 한국에서 판매한다고 하는데 한국에 PHEV를 출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