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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계 대손상각비 4조원 돌파…현대카드만 감소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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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다혜 기자
2024-04-11 11:13:39

연체율·NPL비율 꾸준히 높아…건전성 악화 우려

"고금리 예상보다 길어져…내실 경영 중점"

자료사진 사진픽사베이
자료사진 [사진=픽사베이]
[이코노믹데일리] 카드사들의 대손상각 규모가 지난해 처음으로 4조원을 넘어섰다. 고금리 장기화로 상환 능력이 약화한 차주가 늘면서 카드사들의 부실채권 상각처리가 많아진 영향이다. 그 가운데 현대카드는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로 대손상각비가 감소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7개 전업 카드사(신한·현대·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의 지난해 대손상각비는 4조359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2조8385억원) 대비 53.6% 증가한 규모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삼성카드의 규모가 가장 컸다. 삼성카드의 지난해 대손상각비는 9853억원으로 전년(5928억원)보다 66.21% 증가했다.

같은 기간 타 카드사의 대손상각비 규모는 △신한카드 8167억원(+61.59%) △국민카드 7004억원(+71.95%) △롯데카드 6454억원(+58.58%) △우리카드 4422억원(+56.75%) △현대카드 4241억원(-1.59%) △하나카드 3455억원(+62.34%) 순이었다.

모두 대손상각비가 증가한 가운데 현대카드만 유일하게 감소했다. 금융위기에 따른 업황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와 실수요자 중심의 금융상품 운영에 나선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대손상각비란 거래 대상의 경영 악화나 도산 등 이유로 회수가 불확실해진 부실채권을 재무상 손실로 상각처리한 비용을 말한다.

카드사의 경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채권 부실 우려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쌓는다. 현금서비스나 카드론·리볼빙 등 대출·대출성 상품을 판매한 뒤 발생한 부실채권을 대손상각비로 손실 처리하는 것이다. 이는 회계상 비용 처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익성과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2019년부터 2조원대를 유지하던 카드사들의 대손상각비는 지난해 대폭 늘면서 4조원대까지 커졌다. 지난 2014년 7개 전업 카드사가 구축된 이후 최대치다.

이는 고금리 기조 속 경기 침체로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서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이 늘어난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NPL비율은 금융사의 자산 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인 부실채권 비중을 뜻한다.

지난해 말 대환대출을 포함한 7개 사의 평균 연체율은 1.66%로 전년(1.24%) 대비 0.42%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NPL비율 평균은 1.10%로 전년(0.84%)보다 0.26%포인트 올랐다.

따라서 카드사들이 연체율과 NPL비율 안정화를 위해 부실채권을 정리하면서 대손상각비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연체율과 NPL비율은 지속해서 높은 수치를 기록하면서 건전성 악화 우려가 잇따른다.

업계 관계자는 "예상보다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많이 떨어졌다"며 "이에 카드사들도 당장 큰 수익 확대를 바라기보단 리스크 관리를 위한 내실 경영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