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사라지는 소아청소년과…필수의료 '위기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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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서희 기자
2023-12-19 06:00:00

최근 5년간 폐원한 소아청소년과 662곳…5년간 연평균 사라진 소청과 132곳

병원 문 열기 전부터 대기...온라인 앱·새벽 오픈런 예약 경쟁 치열

日 '육성의료기본법' 시행으로 소아의료체계 안정화

 
폐업한 소아청소년과 사진연합뉴스
폐업한 소아청소년과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잇따른 소아청소년과(이하 소청과)의 폐원으로 필수의료의 중요성이 심각해지고 있다. 소청과 폐과를 비롯해 폐원이 빠르게 진행돼 국민들은 큰 불안에 떨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마땅한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소청과의 개업/폐업은 △2018년 122/121곳 △2019년 114/98곳 △2020년 103/154곳 △2021년 93/120곳 △2022년 87/57곳으로 나타났다. 소청과는 개업 수가 갈수록 줄어들었으며, 최근 5년간 연평균 퍠업한 병원은 132곳으로 조사됐다.

산부인과도 상황을 피해가지 못했다. 산부인과의 개업/폐업은 △2018년 45/53곳 △2019년 49/46곳 △2020년 34/41곳 △2021년 55/40곳 △2022년 60/46곳으로 나타나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부각됐다.

실제 소청과의 폐원으로 새벽부터 병원 앞에 줄을 서는 '병원 오픈런' 모습도 일상이 됐으며, 다른 지역의 병원으로 찾아가는 원정 진료도 오래된 얘기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동네에 소아과가 1~2개밖에 없어 예약부터 고난이다. 접수마감이라도 되면 옆 지역으로 원정진료를 받으러가야한다. 이마저도 자가용이나 시간이 있어야 가능한 부분이다. 맞벌이 부부이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부모들은 어렵다"라고 전했다.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 경쟁도 치열하다. 예약이 가능한 9시가 되기 전부터 소청과 예약 앱을 붙잡고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진다.

2살 자녀를 키우는 이모씨는 "우리지역 소청과 병원은 예약만 가능해 오픈런도 못한다"며 "아이가 아파 병원을 갈때면 예약 앱을 이용하는데, 오전 9시에 시스템이 열려도 예약은 하늘에서 별 따기"라고 말했다.

갈수록 개원하는 소청과 수가 줄어들어 자녀를 가진 부모들이 곤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앞서 지난 3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의 '폐과' 선언이 사태의 출발이었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과거부터 소청과의 급여항목에 해당하는 수가가 현저하게 낮았다. 30년째 동결이거나 100원씩 올리는 상황에서 수십 년째 정부에게 수가 조정을 요청했지만, 탁상공론만 내놓은 점을 비롯해 의료시설 확충 정책에만 집중한 점을 폐과 이유로 꼽았다.

최근 5년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을 살펴보면 2020년 모집에서는 74%가 지원했지만 이후부터 지원율은 급격히 낮아졌다. 2021년도는 38%, 2022년 27%, 2023년도 지원율은 16.6%로 모집인원 199명 중 33명만 지원했다. 이번 2024년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25.9%를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9.3%가 증가한 수치지만 205명 정원에 53명이 지원해 전체 꼴찌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등 빅5병원도 기피과의 인원 충원을 이뤄내지 못했다. 서울아산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4개 병원 모두 소청과 전공의 지원이 미달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27명 전공의 모집에 지원자는 0명이었다며 소청과의 심각성을 알렸다.

일본의 경우 '육성의료기본법'이 시행되고 있다. 지난 2018년 소아과의사회 제안으로 만들어진 이 법안은 일본 내 소아 진료시스템을 안정화시켰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장 3기 회장은 "구체적으로 소아 의료체계와 복지 영역을 총괄하는 제도가 시행돼, 저출산과 임산부 의료환경 개선도 아우르는 형태의 보호막이 형성됐다"며 "어느 지역에 살아도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 소아의료 유지를 필수항목으로 선정해 지원대책이 전방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는 소청과의 수련비용이 다른 과목에 비해 높아 필수의료 인력에 대한 수련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형태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수련 교육 위탁에 대한 보상 근거 마련을 위해 의료법 개정 추진을 고려할 수 있다"며 "수련병원의 의료인력 양성 공공 책임성 강화 차원에서 전공의 수련에 대한 임금, 교육비 등 간접비도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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