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미리 보는 2024년] 갑진년, 철강 '보릿고개' 조선 '역대 최고 순익' 기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장은주 기자
2023-12-14 06:00:00

철강 업계·조선 업계, 내년 업황도 올해와 비슷할 전망

오만 그린수소 프로젝트의 규모와 생산 과정을 나타내는 모형도사진포스코그룹
오만 그린수소 프로젝트의 규모와 생산 과정을 나타내는 모형도[사진=포스코그룹]
[이코노믹데일리] 희비가 엇갈린 가운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철강 업계와 조선 업계가 다가오는 갑진년(甲辰年)에도 비슷한 상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등 철강사들은 여러 대외 악재 속에 고전을 면치 못했고,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슈퍼 사이클(초호황기)'이 언급될만큼 승승장구했다.

◆中·日, 가격 경쟁력 앞세워 '돌격 앞으로'…EU 탄소 규제 '겹악재'

철강 업계의 2023년은 그야말로 '위태로운' 한 해였다. 지난해부터 불어 닥친 경기 침체와 제철소 침수 피해 여파가 1년간 이어진 동시에 산업용 전기 요금과 구리·리튬 등 원자재 가격 인상, 글로벌 탄소 중립 기조에 따른 비용 부담까지 'N중고'에 시달려야 했다. 이는 내년도 1분기 실적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주요 철강사는 늘어난 원가 부담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없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산보다 저렴한 중국·일본산 강재 수요가 증가한 탓이다.

일찌감치 중국산 철강은 한국산이나 일본산과 비교해 다소 품질은 떨어지지만 가격이 워낙 저렴해 포스코나 현대제철 같은 국내 기업을 위협해 왔다. 일본산 철강 제품은 엔저 현상으로 인해 수출 가격 경쟁력이 커졌다. 일본은 세계적인 고금리 추세에도 의도적으로 금리를 낮게 유지했는데 이 때문에 다른 통화 대비 엔화 가치가 훨씬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 일본 수출 기업은 외화로 표시한 자국 제품 가격이 저렴해지는 효과를 봤다.

한국산 철강 제품은 중·일 사이에 낀 형국이 됐다. 철강 업계 한 관계자는 "국산 제품은 일본산과 중국산에 둘러싸여 저가 경쟁에 노출된 상황"이라며 "이는 철강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국내에서도 비슷한 양상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수입된 철강재는 1315만9000톤(t), t당 평균 단가는 1024 달러(약 134만6000원)였다. 수입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9% 증가한 반면 수입액은 134억8000만 달러(17조7100억원)로 5.4% 감소했다. 바꿔 말해 수입 철강 제품 가격이 떨어지며 국산 수요를 대체했다는 것이다.

내년에는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들린다. 전문가들은 엔저가 당분간 유지되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또한 중국이 수출을 더 늘릴 가능성을 크게 봤다.세계 철강 생산량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은 자국에서 소비가 줄어들자 남는 물량을 수출로 돌렸다. 이는 부동산 개발회사 헝다그룹과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연쇄 도산 위기를 맞은 것과도 궤가 맞닿아 있다. 따라서 중국이 경기 침체를 얼마나 빠르게 타개하는 지가 주요 변수 중 하나다.

탄소 규제 강화도 넘어야 할 산이다. 유럽연합(EU)은 오는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CBAM)를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CBAM에 따르면 EU로 수출하는 철강사는 분기마다 탄소 배출량을 보고해야 하고 그에 비례해 비용을 내야 한다. 일종의 탄소세인데 이를 피하려면 전기로 가동 비중을 늘리고 수소환원제철 기술 실증·상용화를 서둘러야 한다.

그러나 철강사들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수소환원제철 연구개발(R&D)과 설비 구축 등 비용 증가를 호소한다. 철강 업계는 정부에 탄소중립 투자 비용으로 약 1조원을 요구했지만 정부가 2030년까지 지원하기로 한 돈은 R&D 분야만 2374억원에 그쳤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탄소중립 대응과 R&D 등에 정부 지원이 절실하지만 기업이 대놓고 이를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 더욱 답답한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조선 3사, '피크아웃' 걱정 뒤집을 새 동력은 암모니아

철강과 더불어 '중후장대(重厚長大·무겁고 두텁고 길고 큰 제품을 생산하는 업종)'의 한 축인 조선업은 분위기가 다르다. 올해 3분기 조선 3사가 11년 만에 동시 흑자를 달성한 게 대표적이다. 내년 전망과 관련해 피크아웃(정점 달성 후 하락)을 점치는 견해도 있지만 엄격해진 환경 규제가 호재로 꼽힌다.

조선 업계에서는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중장기적으론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상승 국면을 주도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추진선과 컨테이너선에 버금가는 수준까지도 성장을 예상하는 분위기다. 암모니아는 수소를 저장·운반할 효율적인 수단인 동시에 그 자체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연료로 주목 받고 있다.

암모니아선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HD현대다. 이 회사 조선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9월 VLAC 4척을 수주한 데 이어 최근 덴마크 선사 머스크탱커로부터 같은 선종 4척을 수주했다. HD현대는 암모니아가 동력원인 암모니아 추진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대형 엔진 원천기술을 보유한 만에너지솔루션(MAN ES), 빈터투어 가스앤디젤(WinGD), 바르질라(Wartsilar) 등과 협력해 대형 암모니아 엔진 개발을 내년에 마칠 예정이다. 아울러 HD한국조선해양은 내년 하반기 1.5메가와트(㎿)모델과 3~5㎿급 암모니아 엔진을 출시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도 암모니아선 수주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0월 아프리카 선사로부터 수주한 VLAC 2척 이후 추가 소식은 없지만  WinGD와 암모니아 엔진 개발을 위한 기술 협약을 맺는 등 성과를 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달 그리스 선사와 VLAC 4척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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