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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K-조선⑥] 중형·기자재·부품 생태계 복원 없이 '新르네상스'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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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다시 뛰는 K-조선⑥] 중형·기자재·부품 생태계 복원 없이 '新르네상스' 없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성상영·장은주 기자
2023-11-14 06:00:00

구조조정 후유증 앓는 조선, 생태계 '붕괴'

'슈퍼 사이클' 기대 속 한쪽에선 한파 여전

중형·기자재社 자생력 키우도록 지원해야

대한조선 해남조선소 전경사진대한조선
대한조선 해남조선소 전경[사진=대한조선]
[이코노믹데일리] 조선업이 연이은 수주 소식으로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에 진입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 조선 '빅3'를 제외한 중형 조선사는 여전히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업종에 속한 모든 회사가 선박 수요 증대 혜택을 본 과거 호황과 달리 이번 상승기 특징은 양극화로 요약된다.

긴 구조조정을 마친 조선업은 업황 회복에 속력을 내는 분위기지만 생태계 복원은 더딘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조선업 전체 종사자 수는 9만5000여명이었다. 고용보험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2014년 20만3000명에 이른 조선업 종사자는 구조조정을 거치며 2017년 11만3700명으로 뚝 떨어졌다가 2021년 10만명대가 무너졌다.

조선업 생태계는 배를 짓는 조선사와 이들에게 기계·자재를 공급하는 기자재 업체로 나뉜다. 조선사는 다시 대형·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인 빅3를 필두로 중소형 선박이나 비교적 부가가치가 낮은 선박 위주인 중견·중소 조선사로 이뤄졌다. 선박을 수리하는 업체와 조선소 내 일부 공정을 맡은 도급사도 한 축을 차지한다.

선박 공급 사슬 아래에 있는 조선 기자재 업체들은 조선사 실적에 크게 영향을 받아왔다. 조선업이 장기 호황을 보낸 2000년대 양적 팽창을 겪었다가 2008년 키코(KIKO) 사태로 한 차례 타격을 입었다. 그리고 수주 가뭄과 더불어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시작된 위기로 긴 침체기에 들어갔다. 빅3 당기순손실이 2013년 4조1600억원을 기록한 게 신호탄이 됐다.

조선 기자재 업체는 조선사가 밀집한 부산·울산·경남과 전남에 집중됐는데 조선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이 지역엔 실직자가 속출했다. 조선사 일감이 줄며 배를 짓는 시설인 도크(선거)는 텅텅 비었고 부품·기자재 공장도 개점휴업 상태를 지속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그 여파가 가시지 않았다. 정부는 2016년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울산 동구와 경남 창원시 진해구 등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해 퇴직자 채용과 구직·실업급여를 지원하고 4대 보험 납부를 유예했다. 당시 혜택을 받은 업체 중 상당수는 고용위기지역 해제 이후에도 보험료를 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사업장의 4대 보험 연체액은 총 1194억원이다.

중소 조선사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9년 이후 중소 조선사는 줄줄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폐업했다. HJ중공업, 케이조선(옛 STX조선해양), HSG성동조선(성동조선해양), 대선조선 등이 살아남은 상태다. 한때 세계 10대 조선소로 이름을 날린 신아sb를 비롯해 21세기조선, SPP조선 등이 파산했다.

조선업 생태계 붕괴는 기술 인력 이탈을 초래했다. 조선소와 부품·기자재 공장에서 용접, 도장을 하는 근로자들은 구조조정 당시 회사를 떠나 건설 현장으로 가거나 보유 기술과 무관한 업종으로 대거 옮겨갔다. 과거 조선소에서 근무한 A씨는 "조선소 물량팀(사내하도급 업체)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몇 만명씩 나갔는데, 다들 어디로 가서 뭘 하는지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예전에는 울산에 일 있으면 울산으로 가고, 목포나 군산에 일 있으면 그리로 가서 방 잡고 일하는 식으로 떠돌이 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고도 했다. 구조조정으로 대량 실업 사태를 경험한 근로자 중 대다수는 조선소에 돌아오기를 망설인다고 전해진다. 단순 이직이 아닌 업종을 전환했어야 할 정도로 불안정한 고용은 현재 조선업이 극심한 인력난을 겪는 이유 중 하나다.

한 번 붕괴된 생태계가 복원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훈 경남대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현재 조선업 생태계는 균형이 깨졌다"며 "한쪽으로 몰리면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는데 양호한 회사를 전략적으로 키워서 허리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자생력을 키워 조선업 전체가 살아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또한 "대형 조선사가 인력을 빼가면 기자재 업체, 중소 조선사가 피해를 본다"며 "정부는 근로자가 중소 업체에서 버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인력 양성 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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