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혼자선 못 품는 HMM…'반쪽 경영권' 전락 우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성상영 기자
2023-08-22 20:54:21

HMM 인수전, '코끼리 삼킨 보아뱀'

자금력 부족에 투자자 입김 거셀 듯

산은 측 영구채 전환 지분도 걸림돌

HMM 컨테이너 운반선이 부두에 정박해 선적하는 모습사진HMM
HMM 컨테이너 운반선이 부두에 정박해 선적하는 모습[사진=HMM]
[이코노믹데일리]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에 이은 대형 매물 HMM을 누가 인수할지를 놓고 말이 무성하다. 지난 21일 마무리 된 예비입찰 결과 기업 4곳이 인수의향서를 냈지만 독일 선사인 하파그로이드를 제외한 나머지 3곳이 재계 20위권 밖에 포진하면서 인수전은 안갯속이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와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HMM 매각 작업이 막 시작된 현 시점에서 최대 관건은 자금력이다. 공정자산(일반·금융 계열사 자산 합계)총액 기준 재계 서열만 봐도 인수 대상인 HMM은 19위로 예비입찰 참여자인 하림(27위), LX(44위), 동원(54위)보다 한참 높다.

이번 인수전이 '보아뱀 M&A'로 불리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동화 '어린왕자'에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같은 모양새가 되면서 시나리오가 수를 더해간다.

HMM 인수에 필요한 돈은 5조~7조원으로 예상됐는데 국내 기업 3곳 모두 이를 스스로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다. KDB산업은행(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보유한 HMM 주식 1억9879만주에 영구채 전환 주식 2억주를 합쳐 3억9879만주가 매각 대상이다. 올해 1분기(1~3월) 말 현금성 자산은 LX그룹 2조4000억원, 하림 1조6000억원, 동원 6300억원이다.

매각 대금을 아무리 낮게 잡아도 예비입찰 참여사가 조달해야 하는 돈은 최소 3조원 이상이다. 가진 현금을 다 털어 넣고 부동산을 매각 또는 유동화하는 등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음)'을 해도 어렵다. 영업 활동에 필요한 자금까지 모두 소진할 순 없기 때문에 실제 조달해야 할 금액은 더 늘어난다.

결국은 투자자를 구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수밖에 없다. 실제 하림은 사모펀드 운용사인 JKL파트너스와, 동원그룹 대표로 출사표를 던진 동원산업은 하나은행과 손을 잡았다고 전해진다. LX그룹에서는 LX인터내셔널이 인수의향서를 냈는데 '범LG'를 우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올 뿐이다.

컨소시엄에 합류한 투자자가 어떤 성격인지에 따라 인수 이후 향배가 갈릴 전망이다. 대개 사모펀드 운용사는 단기에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려고 자산 매각과 비용 절감 등 재무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과거 아세아상선(훗날 현대상선→HMM) 시절부터 오랜 기간 구조조정을 겪은 HMM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대목이다.

HMM이 누구 품에 안기든 인수 기업의 자금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컨소시엄 안에서 높은 지분율을 확보하기 어렵다. 게다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영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 지분율이 32.8%가 되는데 매각 대상 지분(38.9%)과 큰 차이가 없다. 쉽게 말해 HMM 인수 이후 투자자와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면 온전히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다.

단순 배당이 목적인 재무적 투자자(FI)와 결합하더라도 이들이 10조원 넘는 현금을 보유한 HMM에서 너무 많은 배당을 챙기려 들 수 있다. 일각에서 LX가 가족 회사인 LG와 힘을 합쳐 HMM을 인수하는 시나리오에 기대를 거는 이유이기도 하다. HMM이 유일한 국적 해운사인 점을 생각하면 적합한 인수 후보를 확정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0개의 댓글
0 / 300
댓글 더보기
LX
SK하이닉스
DB
한화
신한금융
우리은행
KB국민은행
하나금융그룹
NH투자증
e편한세상
대한통운
여신금융협회
롯데캐슬
KB금융그룹
미래에셋
신한금융지주
신한은행
한국유나이티드
DB손해보험
종근당
다음
이전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