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박경아의 소금 잇슈] 금값 된 신안 소금…'잠깐의 위안일 뿐'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박경아 논설위원
2023-07-01 22:33:02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출…국민 불안 해소 위해 초당적 신뢰 답안 내놓길

사진=박경아

[이코노믹데일리] “굵은 소금 왔어요~ 가는 소금 있어요~ 신안에서 직접 가져온 신안 소금~ 무지무지 싸게 팔아요~”

보통 때면 떠들석한 소리날 일 없는 주말 오전 한적한 구도심 골목에 소금장수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울려 퍼졌다. 

일반 가정에서 소금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음식이 김치인데, 김치를 ‘사 먹는 편’이다 보니 평소 소금에 관심 가질 일이 없던 내가 '신안 소금'이란 말에, '무지 싸게 판다'는 말에 귀가 솔깃하며 남아 있던 아침 잠이 확 가셨다. 순간 한번 나가볼까 하는 충동이 격하게 일었다. 아마도 요즘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가운데 일어난 각종 ‘소금 소동’이 때문일 것이다.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얘기가 나오자 온라인 중고시장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에 만들어진 신안 소금이라며 30kg이 150만원에 나오지 않나(당시 가격의 38배라고 한다), 신안 소금이 진짜 금 못지 않게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시중에서 "올해 김장은 히말라야 핑크 소금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개 소리까지 나돌며 마트며 온라인 시장에서 천일염 품절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데 뜨거운 날씨를 피해 집안에서 뒹굴거리던 참에 친절하게 동네 골목을 돌며 신안 소금을 싸게 판다니 귀가 번쩍 뜨일 수밖에.

솔깃하던 마음을 가다듬고 곰곰이 생각해봤다. 진짜 신안 소금을 싸게 산다 치자. 가는 소금까지 있다니 나물이나 달걀 요리 같은 반찬 조리까지 가능할 게다. 그런데 문제는 나다. 주방에서 직접 조리를 하는 일이 일주일에 몇 번이던가. 일주일에, 아니 한 달에 집밥을 몇 번이나 먹던가. 직장생활을 하며, 혹은 갖가지 사회생활을 하며 모든 음식을 내가 직접 조리한 음식만 섭취하는 일이 가능한가. 결론은 '불가능하다'였다. 그렇다면 진짜 신안 소금을 아무리 싸게 산다고 해봐야 고작 한 달에 몇 끼 식사 안전하게 했다는 약간의 정신적 위안을 받으며 몇 년을 집에 모셔두는 게 십중팔구다.

일본 오염수 해양 방류을 논하는데 소금 운운은 전체 사안과 비교할 때 빙산의 일각이란 거 잘 안다. 그런데 이러한 '빙산의 일각'들이 우리 사회 전체를 흔들고 쏠림 현상을 야기해 결국은 온 국민이 손실을 입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금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는 소금, 천확히는 천일염 얘기를 하는 것은 주식시장에서 '현상이 본질을 지배한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왝더독(Wag the Dog·꼬리가 몸통을 흔든다)'스러운 우리 사회 일면을 지적코자 하는 것이다. 과연 일본 정부 주장대로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 해로운 결과가 초래되는 일이 없을지, 소금 뿐만 아니라 각종 해산물은 섭취해도 안전한지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솔직히 나 역시 아직 혼란스럽고 불안하다.

하지만 오염수 해양 방류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천일염 사재기에 나서 특정인들의 주머니를 채워주고, 일찌감치 수산물 시장에 발길이 끊어 어민이며 수산시장 상인들이 국민들 앞에 업드려 읍소하는 일이 벌어지는 사회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 불안을 불쏘시개 삼아 이번 사안을 정부를 흔드는 지렛대 정도로 활동하는 야당 국회의원들의 행태도, 평소 같으며 마시지 못할 수산시장 수족관 물을 마시는 여당 국회의원의 행동도 상식의 선을 넘었다. 국민 불안감을 가라앉히는 데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우리 국민 감정이 가장 예민한 이슈 중 하나가 '건강'인데 이를 다루는 태도들이 유치하기 짝이 없다.

국민건강뿐 아니라 연안 어류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수산업, 코로나 바이러스로 타격을 입은 외식업의 미래가 달려 있다. 부디 당리당략을 버리고 국민을 대신해 최선의 답을 찾기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민이 더이상 우왕좌왕하지 않고 신뢰하고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오염수 방류 관련 '팩트'다. 잠시의 안도감을 주는 신안 소금 한 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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