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성상영의 뷰파인더] 미국 '갑질'에 뿔난 반도체 업계 "못 해 먹겠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성상영 기자
2023-03-04 10:41:41

미 상무부 '보조금 요건' 공개 후폭풍

받은 돈 75% 토해내고 기술 유출 우려

삼성·SK, '보조금 포기' 카드도 만지작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17일 충남 천안시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징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이코노믹데일리] 일주일에 이틀뿐인 꿀 같은 주말, 직장인들이 재충전하는 시간에도 산업 일선은 분주히 움직인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소식이 쏟아지는 요즘, <뷰파인더>는 바쁜 일상 속에 스쳐 지나간 산업계 뉴스를 꼽아 자세히 들여다 본다. [편집자 주]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 전체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국내 기업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초과 이익을 반납하라고 요구하자 '도 넘은 갑질'이라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미 상무부가 반도체과학법(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 기준을 공개한 뒤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수준을 넘어 기술 유출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과 SK는 지난해 미국에서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돈을 로비 자금으로 썼지만 미국 정부를 움직이지는 못했다.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579만 달러(약 76억원)를 쏟아부었고 SK는 SK하이닉스만 527만 달러(69억원)를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비 자금은 반도체법 발효 이전인 2021년과 비교해 40~50% 증가했다.

지난해 8월 반도체법이 발효될 때만 해도 국내 기업에는 이를 잘 활용하면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법 취지에 대해서도 중국 견자와 한국·일본·대만을 포함해 '칩(CHIP)4'로 불리는 반도체 동맹 구축이 주된 목적으로 여겨졌다. 미국이 반도체 기업에 지급하는 보조금 규모는 527억 달러(67조원)에 이른다.

미 상무부가 보조금 요건을 공개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온갖 독소조항으로 가득찼기 때문이다. 자국 첨단 산업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기업을 상대로 갑질을 일삼자 미국 내에서도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우선 미국은 보조금을 받아간 기업이 계획보다 높은 이익을 내면 지급액 75%까지 되돌려받기로 했다. 전체 보조금 규모가 500억 달러가 넘지만 실질적으로는 150억 달러(20조원) 정도만 쓰고 나머지는 조건부로 융자하는 셈이다. 기업으로서는 자연스레 투자 유인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미 국방부에 내부 연구·생산시설을 공개하는 기업에 보조금 우대 혜택을 준다는 점이다. 핵심 기술을 미 정부가 들여다볼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것인데 기업 입장에서는 기술 유출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보조금 지급 기업에 직접적으로 반도체 공급량을 통제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구체적인 언급을 꺼리고 있지만 안팎에서는 '차라리 보조금을 받지 말자'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조금을 포기하면 애당초 우려한 중국 투자 금지 조항에 발이 묶이지 않아도 된다. 이해득실을 따졌을 때 보조금을 신청하지 않는 편이 유리할 수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州)에 2024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최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패키징(포장) 공장을 짓기 위해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투자 금액은 삼성전자가 170억 달러(22조원), SK하이닉스가 150억 달러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현금 보유액만 120조원이 넘어 굳이 보조금을 받지 않아도 공장을 짓는 데 문제가 없다. SK하이닉스는 보유 현금이 10조원이 채 안 되는데 향후 투자 계획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보조금 신청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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