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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카트라이더 프로게이머들이 '뇌정지' 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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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현 인턴기자
2022-12-20 12:29:17

카트라이더 레이싱 18년, '비극의 중심'에 서다

'서버 종료' 말고 다른 선택지는 없는가

황지현 인턴기자

[이코노믹데일리] "그 부분에 대해서는 선수들과 이야기하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지난 10일 카트라이더 리그 개인전 결승이 이뤄진 경기도 광명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만난 한 해설위원은 기자에게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카트라이더 서버 종료에 관해 '프로 선수에 들은 말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해설위원이 눈을 피하며 대답했다. 마지막이 될 결승 경기를 앞둔 선수에게 직업을 잃게 된다는 이야기로 경기에 지장을 줄 순 없었을테다.

야속하게도 카트라이더 리그 개인전 결승이 이뤄지기 하루 전인 지난 9일, 서버 종료 기사가 올라왔다. 이는 카트라이더를 업(業)으로 하는 선수와 감독, 후원사를 무시하는 처사다.

카트라이더는 지난 2004년 출시된 게임이다. 국내에서만 인구 절반 넘는 2800만 회원을 보유할 정도로 사랑 받고 있다. 더욱이 출시 1년 만에 정규 리그가 생겨 '국내 게임 리그 최초로 10년을 넘긴 대회'란 명예도 있다.

상금도 적지 않다. 최근 진행된 '2022 신한은행 SOL 카트리그 수퍼컵' 총상금이 2억원에 달할 만큼 아낌과 투자를 받았다. '섭종(서브 종료)' 소식이 들린 직후 진행된 지난 10일 경기에도 온라인 관객만 2만8000명 넘게 몰렸다.

갑작스러운 '섭종' 소식에 당황한 것은 팬들만이 아니다. 현역 시절 신기록을 세운 후 감독으로 전향한 문호준 감독 또한 당혹감을 드러냈다. 그는 유튜브를 통해 "서버 종료 사실을 기사 통해 확인했다"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했다. 자신의 인생 절반 이상을 함께한 게임이란 점을 언급하며 속상함을 토로했다.

카트라이더와 비슷한 사례는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에서도 찾을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2가 출시하자 스타크래프트1 프로게이머들 역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새로운 게임으로 전향해 다시 프로게이머 삶을 이어간 선수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도 많았다. 다만 이들은 아프리카TV나 트위치 등 개인방송에서 스타1을 콘텐츠 삼아 수익 창출이 가능했다.

카트라이더는 다르다. 서비스가 종료되면 선수들은 선택지가 없다. 내년 1월 12일 출시 예정인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로 기존 프로게이머들 중 어느 정도가 넘어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카트라이더는 스타1과 달리 서버 운영 자체가 종료되면 이를 기반으로 유튜버 활동 등 수익 창출 활동을 할 여지도 없게 된다.

회사 입장도 한편으론 이해가 간다. "그냥 서버 살려두면 안 되냐"는 지적들도 있지만 서버 종료가 불가피한 이유가 있다. 속칭 '핵'이라 불리는 불법 게임 해킹 프로그램들 때문이다. 업데이트 없이 서버를 유지하면 불법 게임 프로그램으로 게임 결과를 조작, 자연스럽게 게임의 퀄리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서버를 유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내년 1월 5일 넥슨이 드디어 입을 연다. 카트라이더를 사랑하는 팬과 프로게이머들을 설득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카트라이더 18년 역사를 '종료'란 한 마디로 지우기에는 이들이 간직한 추억과 사랑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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