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세련된 말 한마디

함영이 독자위원입력 2022-04-19 14:47:04

[사진=연합뉴스 ]

 친구네 딸의 돌잔치. 30년 전만 해도 뷔페는 이런 특별한 날에나 가는 곳이었다. 모처럼의 외식이었다.

돌잡이 행사가 끝나고 난 뒤 사람들은 부지런히 음식을 날라 먹었다. 아이들과 같이 간 우리 자리는 접시들이 금세 쌓였다. 집에서 먹지 못하던 음식들 앞에서 모두 열심히 먹었다.

한참을 먹었을까? 건너편 친구 아버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우리 테이블을 훔쳐보셨다. 접시를 보는 눈이 뭔가 불편했다. 설마 음식값 때문에?

무엇이 불편하신지 여쭐 수도, 식사를 멈출 수도 없어 그러고도 몇 번 더 날라 먹었다. 아이들까지 챙겨야 하니 분주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테이블을 돌며 인사하던 친구에게 친구 아버지가 물으셨다.
 
“여기 식대는 사람 수로 계산하는 거냐? 접시 수로 하는 거냐?”
 
불편한 눈빛의 진실이 밝혀진 순간, 나는 무릎을 쳤다. 비록 뷔페의 계산법은 모르셨어도 그 질문은 참으로 고품격이었다.

 

[함영이 독자위원]

생필품이면서도 비싼 가격 때문에 다양한 구매방법을 생각하게 하는 가전제품. 빌트인 시대가 된 지금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든다.

신혼집을 장만하고 그 안에 들어갈 전자제품을 마련할 때였다. 신혼집 앞에 있는 모회사의 물류시설이 눈에 들어왔다. 박스로 포장된 각종 전자제품이 들고 나는 곳이었다.

남편과 함께 그 앞을 몇 번 지났을까? 우리는 같은 생각을 했다. 제품을 저기서 살 수 있다면 분명 시중 가격보다 쌀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문제는 그들에게 물어볼 방법. 속으로 몇 번을 생각했다. ‘한 개씩도 팔아요?’ ‘사고 싶은 것만 조금 살 수 있나요?’ 등. 그때 남편이 물류시설 직원에게 물었다.
 
“여기 소매도 됩니까?”
 
비록 그곳에서 물건을 살 수는 없었으나 그 질문은 은근 괜찮았다. 조금 쑥스러운 상황이었는데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었다.
 
대통령선거에 이어 지방선거 열기가 뜨겁다. 지지층을 결집하고 상대방을 무너뜨리기 위해 여야 가릴 것 없이 다양한 말을 쏟아낸다. 서로를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상대편을 동물에 비유하거나 저질로 비하하는 말들은 싼 티가 날 뿐만 아니라 마음이 불편하다.

선거는 내 편도 네 편도 아닌 중간지대에 있는 중도층이 승패를 좌우한다. 지지세를 넓게 확보하는 방법은 다양하나 한마디의 말, 몇 줄의 메시지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는 평양, 보슬비가 내리고 있다’
 
1972년 8월 남북적십자 회담 소식을 전한 한 일간지의 제목이다. 극한 대립을 이어가던 남과 북이 테이블 앞에 마주 앉은 상황을 저 문장 이상으로 감격스럽게 할 수 있을까?
 
SNS 시대, 맥락 없는 자극적인 말들이 난무한다. 굳이 수십 년 전의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말 한마디로 천 냥 빚도 갚을 수 있고 세 치 혀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속담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치 현장에서 나오는 말이 좀 더 세련되길 기대한다. 세련된 언어가 협치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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