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이 물류 전문가인 김경배 전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사장을 최고경영자(CEO)에 내정했다. 오는 29일 예정돼 있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된 뒤 이사회 승인을 거쳐 본격적인 경영 활동에 나선다.
김경배 사장은 현대글로비스에서 약 9년간 대표이사를 역임하면서 꾸준한 성장을 이끌어낸 물류전문가다. 글로벌 경영 역량, 조직 관리 능력 등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HMM의 경영 정상화를 넘어 향후 성장과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HMM은 항만 노선의 운임이 상승하는 등 시황이 개선된 데 영향을 받아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115% 증가한 13조 7941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7조 3775억원으로 전년 대비 652% 넘게 개선됐다. 창사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이다.
호실적에 따라 1주당 600원씩 약 3000억원 규모의 현금 배당도 결정했다. 지난 2011년 이후 11년만의 첫 배당이다. 배당률은 최근 3년간 국내 코스피 상장사 상위 100개사가 지급한 시가배당률 평균 2.1%을 상회하는 2.2%로 확정했다. 배당기준일은 지난해 12월 31일이다.
산뜻한 출발을 하고 있지만 숙제는 아직 남아 있다. 민영화 작업이 몇 년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어서다. HMM은 지난 2016년 KDB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산은이 HMM 지분의 20.69%를 보유하고 있고 해양진흥공사(해진공)도 상당수 지분을 갖고 있다.
민영화 작업이 더뎌질수록 정부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차기 정부에서 HMM의 새주인을 만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산업 정책과 관련해 인수합병(M&A) 문제 해결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었다. 2020년까지 9년간 적자를 내다가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만큼 인수자의 부담이 예전보다 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시장의 기대감이 낮지 않지만 고부가가치 사업 마련 등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새 정부가 시장 경제의 원칙에 따라 경제를 이끌어 간다고 한 만큼 (정부가) 개입하기보다는 시장 경제에 맡겨서 기업 스스로가 M&A나 매각을 할 수 있게 추진해야 된다"라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경쟁력을 가진 게 조선업인 만큼 액화천연가스(LNG)선 개발 등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준비해야 계속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2만 4000TEU급 HMM Hamburg(함부르크)호가 만선으로 출항, 지금까지 누적 운송량 총 301만 1054TEU를 기록했다. [사진=H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