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사모펀드發 몸살] ①'공공의 적' 된 사모펀드…판매 꺼리는 은행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신병근 기자
2021-03-29 13:59:37

5대 銀, 올해 사모펀드 판매잔액 12조9000억 수준

DLF·라임 등 잇단 사태…2년 전 대비 36.6% 급감

'당국 중징계→제재심→금융사 소송' 일종 공식화

시중은행 한 지점 창구의 모습. [사진=자료사진]

"사모펀드는 '공공의 적'이 됐어요. 고객들 문의가 확실히 줄었고 담당 부서도 취급을 꺼릴 정도에요."

시중은행 한 자산관리사업 담당자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은행 수익의 쏠쏠한 한몫을 담당했던 사모펀드를 가리켰다. 고객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일선 영업점의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고, 앞으로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판매한 사모펀드 잔액은 올해 1월말 현재 12조9100억여원으로, 작년 동기(19조200억여원) 대비 32.1% 감소했다. 2018년 13조3800억여원에 머물렀던 판매 잔액은 2019년 1월 말 기준 20조3900억여원까지 치솟았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올해는 36.6%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투자 피해 논란을 낳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가 처음 불거진 시기가 2019년 말이다. 이후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펀드 등을 둘러싼 이른바 '사모펀드 사태'가 작년 한 해 잇따라 터져 나왔다.

이들 상품의 대다수는 만기 전 환매가 불가능한 일종의 폐쇄형 상품이라는 것이 공통점이다. 중도 환매가 불가능하다 보니 각 펀드별 환매 중단 시 막대한 투자 피해가 발생했다. 원칙적으로 환매 또는 청산으로 손실이 확정돼야 고객이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 역시 취약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되는 폐쇄형 사모펀드를 판매하며 기대 이상의 이익을 올린 금융권, 특히 은행들은 사상 최대 순이익을 경신했다. 하지만 불과 1~2년만에 피해자들이 속출하자, 금융당국은 주요 판매처와 최고경영자(CEO)에게 중징계를 통보하거나 관련 심의에서 초강경 모드를 견지했다.

우선 DLF 사태에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전 우리은행장 겸직)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게 각각 '문책 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통보했고,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도 원안대로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 이에 불복한 손 회장과 함 부회장 등은 당국을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라임 사태에서 손 회장은 '직무 정지',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문책 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받고 금감원 제재심에 회부됐다. 1·2차 제재심에서 결론이 나지 않아 3차 심의를 앞두고 있다. 금감원 중징계안이 결정될 경우 손 회장과 진 행장 측의 소송 제기는 불 보듯 뻔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처럼 사모펀드 사태를 계기로 '당국 중징계→제재심 불복→금융사 소송'의 과정이 공식화된 가운데, 당국과의 갈등을 염려한 은행들은 판매 자체를 기피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이달 25일부터 본격 시행중인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은 사모펀드 판매를 이전 보다 위축시킬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소법 시행일 첫날부터 영업점은 여전히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며 "고객 신뢰가 떨어진 시점에서 당국과의 법적 공방 부담되지만, 금소법에 따라 사모펀드 판매를 꺼리는 업계 분위기는 더 확산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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