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금호석화 조카의 난] ②삼촌, ESG 위원회로 국민연금 표심 공략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성훈 기자
2021-03-10 17:43:47

금호석화, 여성 임원 후보 2명 추천

노조도 사측 지원..."배당 요구 어불성설"

금호석유화학이 9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중장기 전략의 일부 [자료=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을 비롯한 금호석화 사측도 조카 박철완 상무에 맞서 경영권 방어에 분주하다. ESG 위원회 설치·두 명의 여성 이사 선임 안건으로 국민연금 표심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조까지 사측에 서면서 박 상무가 다소 불리해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호석유화학은 9일 이사회를 열고, 이달 26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의 안건을 확정 공시했다.

금호석화 이사회가 상정한 안건은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사내이사 선임의 건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이다.

이는 박철완 상무의 주주제안을 함께 상정한 것으로, 이사·감사위원 후보를 제외한 금호석화 측과 박 상무 측의 안건은 상당 부분 유사하다.

특히 계열회사와 특수관계인 간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내부거래위원회 설치, 이사 보수 결정 과정의 객관성·투명성 확보를 위한 보상위원회 마련 등은 사측과 박 상무 측이 공통적으로 안건에 담은 내용이다.

박 상무 측은 여기에 더해, 이사회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의장을 무조건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박찬구 회장 측도 박 상무 측 제안과의 차별성을 높이기 위한 카드를 마련했다.

금호석화 측은 이날 주총 안건 공고를 통해 “ESG 경영 성과를 관리하기 위한 EGS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주가치 훼손을 들며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겨냥한 박 상무에 최근 대세인 ‘ESG’로 맞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ESG위원회를 운영하겠다는 것은 향후 생길 수 있는 기업·주주가치 훼손을 예방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찬구 회장은 이사와 감사위원 추천에서도 국민연금의 마음을 얻기 위한 ‘수’를 뒀다.

박 상무 측은 올해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를 대신해 △이병남 전 보스턴컨설팅그룹 코리아오피스 대표 △민 존 케이(Min John K.) 덴튼스 리(Dentons Lee) 외국변호사 △조용범 페이스북 동남아시아 총괄 대표 △최정현 이화여자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등 총 4명을 후보로 추천했다. 이병남·민 존 케이 후보는 감사위원 후보다.

사측은 △이정미 법무법인 로고스 상임고문변호사 △박순애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최도성 가천대학교 석좌교수 △황이석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등 4명을 후보로 추천했다. 최도성·황이석 후보는 감사위원 후보이기도 하다.

전문성 등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보이지만 박 상무 측은 한 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사측은 두 명을 추천했다.

업계에서는 박찬구 회장이 여성 임원 비율을 높이는 ESG 추세에 맞춰, 국민연금의 지지를 얻기 위해 여성 후보를 두 명 추천한 것으로 분석한다.

내년 8월 개정되는 자본시장법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이사회에 성별이 다른 임원이 한 명만 있어도 된다.

사측이 추천한 박순애 교수의 경우 현대건설기계도 사외이사로 추천해 안건이 통과되면 겸직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국민연금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의견에 힘을 싣는다.

사내이사 선택에도 신중을 다했다. 사측은 현재 금호석유화학 영업본부장인 백종훈 전무를 후보로 추천했는데, 백 전무는 1988년 금호쉘화학에 입사해 성과를 인정받아 온 ‘금호석화맨’이다.

반면 박 상무는 본인을 사내이사로 추천했다.

박찬구 회장은 “2025년까지 금호석화의 시총을 20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박 상무의 공표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했다.

사측은 지난 9일 회사 홈페이지에 2025년까지 매출을 9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의 중장기 전략을 공개했다.

노조가 박 회장 측에 섰다는 점도 국민연금의 표를 끌어올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 측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말도 안 되는 주주제안과 사리사욕을 위한 경영권 분쟁으로 회사를 흔들고, 위기로 몰아가는 박철완 상무에 대해 우리 금호석유화학 노동조합은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더해 노조는 “박철완 상무가 제안한 과대 배당 요구는 장치산업을 영위하는 회사에 대한 어떠한 이해도 배려도 하지 않은 단순히 표심을 잡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박 상무가 추천한 사외이사에 대해서도 “박철완 상무 개인과 친분관계가 있는 자들로, 진정 우리 금호석유화학을 위한 추천인지 그 의도가 매우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박 상무가 추천한 사외이사 중 조용범 페이스북 동남아 총괄대표는 박 상무와 하버드대학교 MBA 동문이며, 수학 시기도 겹친다.

이병남 전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서울사무소 대표의 경우 연세대학교 동문이자 보스턴컨설팅그룹 재직 기간이 겹친다.

박 상무 측은 이에 대해 “추천을 통해 적합한 인물을 선정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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