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3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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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김범석의 침묵은 민주주의에 대한 조롱이다
기업의 크기가 사회적 영향력을 결정하는 시대, 그 영향력에 비례하는 ‘책임의 무게’는 경영자의 숙명이다. 그러나 쿠팡의 실질적 지배주주인 김범석 의장은 이 자명한 원리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있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를 비롯한 공적 질의의 장에서 그가 보여준 행보는 단순한 ‘출석 불응’을 넘어선다. 그것은 한국의 민주적 통제 시스템과 시민사회를 향한 의도적인 무시이자, 자신의 영향력 아래 있는 수천만 소비자와 수십만 노동자에 대한 기만이다. 김 의장은 국적과 ‘글로벌 경영자’라는 직함을 방패 삼아 책임의 자리를 비워두었다. 그가 머무는 ‘글로벌’이라는 영역은 혁신의 공간이 아니라 한국 법과 사회적 비판이 닿지 않는 성역(聖域)이 되어버렸다. 권한은 무소불위로 휘두르되 책임은 외국인 대표자나 실무진에게 떠넘기는 이른바 ‘책임의 외주화’는 이제 쿠팡의 경영 전략처럼 굳어지는 양상이다. 미국식 스탠더드는 왜 '청문회' 앞에서만 멈추는가 김 의장과 쿠팡이 그토록 강조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그가 모델로 삼는 미국의 아마존, 메타, 구글의 CEO들은 어떠했는가. 제프 베이조스, 마크 저커버그, 순다르 피차이는 매번 의회의 호출을 받을 때마다 고통스러운 질문과 날 선 비판 앞에 섰다. 그들이 도덕적으로 완벽해서가 아니다. 거대 기업이 사회 구조를 바꿀 만큼 강력해졌다면 그에 상응하는 공적 설명을 내놓는 것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맺은 최소한의 사회적 계약임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의장은 한국에서 얻은 막대한 이익과 성장은 ‘글로벌 기업’의 성과로 포장하면서 그 과정에서 발생한 과로사 논란, 블랙리스트 의혹, 불공정 거래 행위 등에 대해서는 ‘전문 경영인’ 뒤로 숨어버린다. 이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라 ‘글로벌 오만’이다. 미국 의회였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오만함이 한국 국회에서는 ‘관리 가능한 리스크’로 치부되고 있는 것이다. 공자와 맹자가 묻는 기업가의 '의(義)'와 '본(本)' 공자는 “군자는 의(義)를 밝히고 소인은 이(利)를 밝힌다”고 했다. 오늘날 김 의장의 선택은 철저히 이익의 계산기 위에 놓여 있다. 국회 출석으로 인한 이미지 손상과 발언의 법적 리스크를 저울질한 끝에 그는 ‘도피’라는 가장 비겁한 효율을 택했다. 하지만 기업이 사회로부터 신뢰를 잃는 순간 그 어떤 재무제표의 숫자도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맹자의 민본주의(民本主義) 관점에서 볼 때도 그의 행태는 반(反)시대적이다. “백성이 귀하고, 사직이 다음이며, 군주는 가볍다”는 가르침은 현대 기업 경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기업의 토대는 소비자(백성)와 공동체(사직)다. 경영자는 그 토대 위에서 잠시 권한을 위임받은 존재일 뿐이다. 그러나 김 의장은 스스로를 공동체 위에 군림하는 존재로 설정한 듯하다. 국회와 국민을 아래에 두고 자신의 ‘글로벌 일정’을 이해해달라 강요하는 태도는 민주적 질서를 거꾸로 세우려는 시도와 다름없다. 한국은 시장인가 아니면 책임 회피의 실험장인가 연속되는 김 의장의 행보를 보며 대중은 묻는다. 그는 진심으로 한국을 동반 성장의 파트너로 보는가 아니면 법망의 허점을 어디까지 이용할 수 있는지 시험하는 ‘테스트베드’로 보는가.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면서도 법적 책임에서는 비켜나 있는 현재의 구조는 민주주의의 허점을 파고드는 정교한 설계처럼 보인다. 이런 행태가 용인된다면 이는 향후 모든 글로벌 기업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게 된다. “한국에서는 돈만 벌고 책임은 회피해도 무방하다”는 인식이 고착되는 순간 대한민국의 자존심은 무너지고 시장 질서는 왜곡될 것이다. 이제는 국회와 사회가 답해야 한다. ‘유감’ 표명이라는 공허한 메아리를 반복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 지배력을 기준으로 책임을 묻고 불응에 대한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를 가해야 한다. 혁신가와 회피자의 갈림길 김범석 의장은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혁신가’로 기억될 것인가 아니면 책임 앞에서 뒷걸음질 치는 ‘회피자’로 남을 것인가. 진정한 리더십은 화려한 보도자료나 나스닥 상장 종목명에 있지 않다. 자신을 키워준 사회의 정당한 물음에 직접 답하고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성공의 열매는 독점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 과정에서 발생한 사회적 책임은 결코 혼자 피할 수 없다. 김 의장이 지금처럼 침묵을 방패 삼아 숨어 지낸다면 쿠팡이 쌓아 올린 ‘로켓 성장’의 탑은 언젠가 ‘신뢰의 결핍’이라는 기초 부실로 인해 흔들리게 될 것이다. 국민은 더 이상 그의 ‘글로벌’ 핑계를 믿지 않는다. 이제 그가 직접 광장으로 나와 책임의 언어로 답할 차례다.
2025-12-19 11:4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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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좋아졌지만 체질은 그대로… 착시 개선에 그친 건설사 원가율 하락
[이코노믹데일리] 대형 건설사들의 원가율이 일제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표면적으로는 비용 효율화의 성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원가 현장이 실적에서 빠져나가며 생긴 ‘착시 효과’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건설사들이 신규 수주를 줄이고 사업을 보수적으로 운영한 결과이기도 해, 향후 주택 공급 위축과 실적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 DL이앤씨, 현대엔지니어링의 올해 3분기 원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3~11.75%포인트(p) 개선됐다. 건설업계가 통상 80%대를 ‘적정 원가율’로 보는 가운데, 주요 대형사들은 90% 초반까지 낮추며 체감 성과를 냈다. 가장 큰 개선폭을 보인 곳은 현대엔지니어링이다. 3분기 원가율은 93.6%(건축·주택 부문 91.9%)로 전년 대비 11.75%p 떨어졌다. 현대건설도 95.4%(건축·주택 95%)로 5.26%p 낮아졌고, DL이앤씨는 87.5%(주택사업 82.6%)로 2.3%p 개선됐다. 건설업계는 그동안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원가율이 치솟으며 수익성 악화에 시달려왔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2022년 121.46에서 2023년 127.34, 올해 9월에는 131.66까지 올라 3년 새 8.4% 상승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을 100으로 놓고 공사비 변동을 나타내는 지수로,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분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그럼에도 올해 3분기 원가율이 낮아진 것은 자재비 안정과 더불어 고원가 현장들이 순차적으로 실적에서 제외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22년까지 착공한 아파트 현장은 철근, 시멘트, 외주 단가가 급등해 손실 부담이 컸다”며 “이들 현장이 최근 준공되면서 손실이 회계상 반영되지 않아 전체 원가율이 하락한 것처럼 보이는 착시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실제 원가 절감보다는 ‘손실 요인 제거’가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원가율 개선을 수익성 회복으로 해석하긴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신규 수주를 보수적으로 줄이고, 리스크가 큰 현장을 정리한 결과로 숫자가 개선된 것일 뿐 실제 현장 원가는 여전히 높다”고 전했다. 장기적으로는 이 같은 흐름이 주택 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사비 부담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사업성을 엄격히 따지면서 신규 착공이 줄어드는 현상이 이미 시작됐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공동주택 착공 물량은 12만 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 감소했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주요 단지의 착공 일정이 수차례 연기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가율 하락이 수익성 회복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리스크 회피형 경영이 고착되면 공급 자체가 위축되고, 결국 분양시장과 전반적인 주택 공급망에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가율이 안정세를 유지하더라도, 고비용 구조가 근본적으로 개선되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 철근과 시멘트 등 주요 자재의 글로벌 시세가 여전히 불안정하고, 인건비도 매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건설업 전체직종 평균 임금은 27만6011원으로, 2022년(24만2931원) 대비 13.6% 올랐다. 한 건설정책 전문가는 “건설사들의 원가율 개선은 재무적 통제의 결과이지만, 이는 곧 신규 프로젝트의 위축을 의미하기도 한다”며 “현장 효율화보다 사업 축소로 인한 착시 개선이 반복되면, 내년 이후에는 실적 공백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2025-11-12 08: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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