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1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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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 이대로는 안 된다. (5)
정치인들의 언행 불일치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민 앞에서는 공정과 정의를 외치며 근엄한 표정을 짓지만, 정작 뒤로는 사익 앞에서 언제든 태도를 바꾸는 일이 너무나 흔하다. 정치권은 이중적 행태가 들통날 때마다 “국민께 송구하다”는 똑같은 문구를 반복하지만, 반성과 변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제 국민은 놀라기보다 지쳤고, 분노하기보다 냉소가 깊어졌다. 그렇게 ‘내로남불(內勞南不)’은 대한민국 정치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최근의 사례만 보더라도 그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자신들이 가진 직무상 비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 투자에 나섰다가 들킨 의원들, 자녀 교육을 명분으로 아무렇지 않게 위장전입을 단행한 인사들, 갭 투자로 시세 차익을 챙기면서 한편으로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법을 만든다며 목소리 높이던 정치인들까지. 이렇게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모습을 보고 국민이 어떻게 그들의 주장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바로 이런 때 쓰라고 만들어진 말이 ‘표리부동(表裏不同)’이다. 문제는 이런 위선적 행태가 단발성이 아니라는 것이다. 들킬 때마다 “개선하겠다”고 말하지만, 돌아서면 다시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 지적을 받으면 오히려 큰소리치고,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은 ‘적반하장(賊反荷杖)’에 다름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누적된 위선이 정치 전체에 대한 국민 신뢰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 정치 불신은 이제 구조적 회의로 변했고, “정치인은 원래 그렇다”는 씁쓸한 말이 일상어가 되어버렸다. 신뢰가 무너진 정치가 아무리 개혁을 외쳐도 그 말은 공허하게 울릴 뿐이다.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이 위기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문제의 핵심은 정치인의 윤리 의식이 낮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낮은 윤리를 방치해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에 있다. 제도가 허술하니 도덕이 흔들리고, 도덕이 무너지니 신뢰가 사라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국민의 정치 불신을 되돌리려면, 이 구조를 송두리째 뜯어고쳐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안해 본다. 먼저 이해충돌 방지 체계를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비공개 정보 기반 투자나 부동산 투기와 같은 행위를 사전에 원천 봉쇄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국회의원 본인은 물론 가족 명의까지 포함한 전수 조사가 가능해야 한다. 공직자의 재산 변동 과정 전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의혹이 생기기 전에 미리 차단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 정치권 외부에서 감시·징계를 결정하는 상설 시민 감시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국회 윤리특위가 동료 감싸기라는 비판에서 벗어나려면, 정치인 스스로가 징계를 판단하는 구조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변호사·회계사·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독립기구가 공직자 윤리 위반에 대해 실질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 다음은 위선적 언행에 대한 강제적 책임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 위장전입·갭 투자·입시 특혜·정보 이용 투자 등 국민 분노를 일으키는 사안에 대해 일정 기준 이상 적발되면 자동으로 공직에서 배제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공인은 일반 국민보다 더 높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법으로 명문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공직자 윤리 교육을 실효성 있게 개편해야 한다. 지금처럼 보여주기식 교육으로는 아무런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 실제 상황 기반 윤리 훈련, 이해충돌 회피 사례 연구, 정기적인 윤리 감수성 점검 등 실질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투명한 공개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출결 현황, 법안 발의, 징계 이력, 이해충돌 회피 노력 등 의정활동의 모든 요소가 실시간으로 공개돼야 한다. 정치인은 국민의 평가에서 숨을 곳이 없어야 한다. 정치가 신뢰를 잃으면 국가의 기초가 흔들린다. 정치인은 국민이 띄우는 배이며, 국민은 언제든 그 배를 뒤집을 수 있다. 고사성어 ‘군주민수(君舟民水)’가 전하는 경고는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하다. 정치권이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정치의 미래는 여전히 어둡기만 할 것이다. 국민은 더 이상 공허한 말이 아니라 실천하는 지도자를 원한다. 그리고 그 실천이야말로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2025-11-28 11:3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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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보호는 더 강해지는데"… 임대인 권리는 뒤로 밀린다
[이코노믹데일리] 전·월세 계약 기간을 최대 9년까지 보장하는 이른바 ‘9년 갱신법’이 국회에서 발의되자, 임대인들 사이에서는 권리 침해 우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세입자 갱신권은 강화되는데 임대인은 세입자를 바꿀 방법도, 위험을 차단할 장치도 부족하다는 이유다. 이러한 불만이 ‘임차인 면접제’ 청원으로 이어지면서 선진국식 임대인 보호 모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발의된 개정안은 주택 임대차 계약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갱신요구권 행사 횟수도 기존 1회에서 2회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사실상 세입자가 최대 9년 동안 머물 수 있는 제도다. 세입자 보호 강화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임대인들은 사실상 ‘임차인 고정제’에 가까운 수준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법안 발의 의원들은 “선진국은 임대차 기간이 무제한이고 세입자 보호가 강하다”고 주장하지만 임대인 단체와 전문가들은 “해외 사례를 부분적으로만 인용했다”고 반박한다. 프랑스·독일·미국 등은 세입자를 강하게 보호하는 대신 임대인의 권한과 선별 권리 역시 강력하게 부여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경우 임대 기간은 3년이 기본이며 특별 사유 없이는 자동 갱신되지만 임대인은 세입자를 엄격하게 선별할 권리를 가진다. 고용계약서, 급여명세서, 세금 신고서, 보증인의 소득증명 등 다수의 서류 제출이 의무다. 심지어 이전 집주인의 추천서를 요구하는 것도 일반적이다. 독일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베를린 등 인기 지역의 경우 수십 대 1 경쟁률이 흔한데 임대인은 후보자들의 신용평가서와 급여, 고용 안정성, 부채 여부 등을 심사해 면접 대상자를 추린다. 면접 과정에서는 생활 습관부터 거주 태도까지 체크하며 임대인의 선택권이 절대적이다. 미국은 신용점수와 범죄기록, 고용상태, 소득증명, 이전 집주인의 평판까지 제출하는 ‘Tenancy Screening’ 제도가 정착돼 있다. 반려동물이 있을 경우 별도의 면접까지 진행되며 점수가 낮거나 평판이 좋지 않으면 주거 선택권 자체가 제한된다. 해외 사례가 보여주는 핵심은 단순하다. 세입자 보호가 강한 나라일수록 임대인의 선별권도 강하다는 점이다. 임대차 계약이 자동 갱신되는 구조에서는 한 번 잘못된 세입자를 들이면 임대인이 입게 되는 리스크가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현행 국내 시장은 상황이 다르다. 세입자는 장기간 보호받지만 임대인은 임차인에 대한 정보 접근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악성 임차인에 대한 선제적 방어 장치가 부재한 상황에서 기간 연장만 강제되니 임대인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세입자 주거권 강화 흐름 속에 임대인 권리 역시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는 이유다. 실제로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악성 임차인 피해 방지를 위한 임차인 면접제 도입’ 청원이 올라온 상태다. 임대차 시장이 빠르게 월세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도 변화 가능성을 키운다. 서울 아파트 월세 비중은 이미 66%를 넘었다. 업계는 “월세 시장 확대는 임대인의 리스크 증가로 이어지므로 해외처럼 세입자 검증 문화가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선진국식 임대차 보호 체계는 임대인 권리를 강화해 균형을 맞춘 구조”라며 “국내도 세입자 보호만 강화하면 결국 임대인의 회피 행동이 나타나 시장 자체가 경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화까지 가지 않더라도 고액 월세 시장부터 임차인 검증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2025-11-24 07:3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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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스라엘-이란, 전면 휴전 합의…12일 전쟁 종식 선언"
[이코노믹데일리] 이스라엘과 이란이 12일간 이어진 무력 충돌 끝에 전면 휴전에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월 23일(현지시간) 양국이 전쟁을 공식적으로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란 역시 카타르의 중재와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여 휴전에 동의했다고 현지 외신과 로이터통신 등이 확인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은 최근 2주간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란은 이스라엘 군사 목표물에 미사일을 발사했고, 이스라엘 역시 즉각적인 보복 공습에 나서며 대치가 격화됐다. 이란이 카타르 주둔 미군기지에 미사일 14발을 발사했으나, 이는 사전 통보된 ‘제한적 보복’이어서 실제 피해는 미미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이란이 사전에 조율한 '약속 대련'이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이스라엘과 이란 양측은 완전하고 전면적인 휴전에 합의했다”며 “약 6시간 후 양국이 마지막 작전을 마무리하고, 이란이 먼저 휴전을 시작하며 12시간 뒤 이스라엘도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4시간이 지나면 12일간 이어진 전쟁이 공식 종료된다”고 설명했다. 휴전 기간 동안 양국은 평화롭고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하기로 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의 인내심과 용기, 지혜에 경의를 표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휴전 합의에 앞서 미국은 이란의 핵시설을 정밀 타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포르도 핵시설의 환기구를 통해 GBU‑57 벙커버스터 폭탄을 투하해 지하 핵시설을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위성기업 막사르 테크놀로지가 촬영한 포르도 핵시설 사진에는 폭탄이 만든 6개의 분화구가 확인됐으며, 이는 과거 환기구 구조물이 있던 자리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환기구가 지하 핵시설의 취약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핵위협방지구상(NTI) 등 주요 싱크탱크들은 “환기구 타격은 논리적인 전략이며, 암반을 관통한 환기구가 지하 시설의 온전함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본토에서 출격한 B‑2 폭격기 6대를 투입해 포르도에 GBU‑57 폭탄 12발을 투하했다. 촬영된 사진에서는 지상 건물 일부만 파괴됐을 뿐, 지원시설은 온전해 미국이 전력 차단보다는 우라늄 농축 시설 자체의 파괴를 목표로 삼았음을 시사한다. 공습 전 3일 동안 포르도 터널 입구에서는 화물트럭과 흙더미 등 비정상적인 움직임이 포착되어, 이란이 사전에 보호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CNN에 따르면, 미군이 공습한 이스파한 핵시설에서는 18개 구조물이 파괴됐고, 나탄즈 핵시설에서도 벙커버스터로 추정되는 흔적이 포착됐다. 나탄즈에는 핵무기용 우라늄을 농축하는 원심분리기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을 계기로 이란 내 군사시설에 대한 공습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AFP·dpa 등 외신에 따르면, 6월 22일 이스라엘군은 이란 미사일 발사장, 보관소, 군사 위성, 레이더 기지 등 수십 개 표적을 동시다발적으로 타격했다. 야즈드 지역의 이맘 후세인 전략미사일 본부가 첫 타격 대상이었고, 이스파한, 부셰르, 북서부 지역까지 공격 범위가 확장됐다. 이번 작전에는 20대 내외의 전투기가 동원되어 30여 발의 폭탄이 투하됐으며, 이 과정에서 중부 지역의 앰뷸런스가 공격을 받아 최소 3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은 미사일 재고와 요격 비용을 감안해 장기 소모전을 피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란의 미사일 보유량은 2000발 안팎으로 추정되고, 양국의 연이은 충돌로 이미 수백 발이 소진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이스라엘의 요격 미사일도 한정되어 있어, 하루 요격 비용만 최대 2억 달러에 이른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소모전으로 끌려가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의 탄도미사일 발사대 절반 이상을 파괴했다”고 강조했다. 이란은 6월 23일 새벽에도 이스라엘을 향해 추가 공격을 감행했다. 이스라엘 전역에는 공습 경보가 울리고 일시적인 대피령이 내려지는 등 중동 전역의 긴장이 더욱 고조되는 상황이다. 이번 휴전 합의와 미국·이스라엘의 정밀 군사공세 이후 중동의 무력 충돌이 실질적으로 진정 국면에 접어들지, 그리고 이란 핵시설의 파괴가 국제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025-06-24 08:1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