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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삼성·대우 '주춤'… HDC현대산업개발·GS '선방' 건설 빅5, 3분기 실적 엇갈렸다
올해 3분기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엇갈린 실적을 내놨다. 현대건설·삼성물산·대우건설은 영업이익이 줄며 주춤한 반면, HDC현대산업개발은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고 GS건설도 원가 안정화 효과로 양호한 실적이 예상된다. 플랜트 손실과 하이테크 공정 종료 등 일시적 요인뿐 아니라, 사업 구조와 수익 인식 시점의 차이가 희비를 가른 요인으로 꼽힌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3분기 영업이익은 10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 감소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수행 중인 폴란드 석유화학 플랜트와 말레이시아 복합화력발전소 등 일부 해외 현장에서 준공 지연과 공사비 증액이 발생한 데다, 금융비용 증가까지 겹쳤다. 업계는 약 2000억원 규모의 본드콜(계약이행보증금 청구)이 제기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말에도 대형 플랜트 손실을 반영하며 영업손실 1조7333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다만 올해 1~9월 누적 영업이익은 5342억원으로 전년보다 4.2% 늘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국내 하이테크 프로젝트 종료 영향으로 수익성이 반 토막 났다. 3분기 영업이익은 1110억원으로 전년(2360억원) 대비 53% 감소했다. 국내 주요 하이테크 현장 공정이 마무리되면서 건축부문 매출이 3조900억원으로 31.1% 줄었다. 삼성물산은 최근 잇단 안전사고까지 겹치며 경영 리스크 부담이 커진 상태다. 대우건설의 3분기 영업이익은 566억원으로 전년 대비 9.1% 감소했다. 착공 현장 감소로 매출이 줄었지만,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901억원으로 2.9% 증가했다. 올해 신규 수주는 11조1556억원으로 전년 대비 51% 늘었으며, 수주잔고는 48조8000억원에 달해 향후 4.6년치 일감을 확보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수익성 위주로 사업을 운영해 영업이익률이 개선됐다”며 “내년 착공 확대로 매출이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730억원으로 전년 대비 53.8% 증가했다. 서울원아이파크와 청주가경아이파크 6단지 등 자체사업 매출 인식이 실적을 끌어올렸고, 누적 영업이익은 2073억원으로 45% 늘었다. 회사 측은 “원가율 관리와 자체사업 확대를 통해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GS건설은 불확실한 건설 경기 속에서도 수익성 중심 경영 전략이 빛을 발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1485억원으로 전년(818억원) 대비 81.5% 급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3조2080억원으로, 전년보다 12.2% 감소했으나 영업이익률이 개선되며 수익성이 크게 회복됐다. 철산역자이·아산탕정자이 등 주요 분양 단지의 청약 경쟁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자이’ 브랜드의 분양 호조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원가율이 높았던 기존 현장이 마무리된 점도 수익성 회복에 영향을 미쳤다. 업계는 4분기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내년부터는 공사비 상승분이 신규 착공 현장에 반영되며 실적 회복세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고원가 현장의 영향이 남아 있지만, 내년부터는 조정된 원가가 반영되며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며 “사업 구조 차이에 따른 격차는 남겠지만, 전반적으로 회복 기조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2025-11-04 14:4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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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2025 APEC이 산업계에 남긴 과제
"APEC은 외교의 무대가 아니라 산업의 전환점이다."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그 사실을 증명했다. 세계 기술 패권의 중심 인물인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한자리에 모여 '치맥회동'을 가진 것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향후 10년을 좌우할 'AI-제조-모빌리티 동맹'의 서막이었다는 평가다. 젠슨 황은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내년까지 AI GPU 26만 장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한국이 AI 반도체 생산·패키징·메모리 공급망의 필수 파트너로 부상했음을 상징한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블랙웰(B100)' 생산에 삼성 파운드리(4나노)와 SK하이닉스 HBM4가 투입되면서, 한국은 미국 중심 AI 생태계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재용 회장은 이번 회동에서 반도체를 넘어 통신·클라우드까지 확장하는 'AI 인프라 전략'을 제시했다. "AI 반도체는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라는 그의 발언은 삼성전자가 메모리 중심 기업에서 시스템·서비스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의선 회장 역시 "AI는 자동차 산업의 본질을 바꾼다"며 자율주행, 로보틱스, UAM(도심항공모빌리티)으로 확장하는 현대차의 전략적 방향을 명확히 했다. 엔비디아가 내년 현대차·기아에 공급할 자율주행용 AI칩 물량을 올해의 두 배로 늘리기로 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APEC을 산업정책의 전환점으로 삼았다. "한국은 반도체·배터리·AI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안정자이자 동반자가 되겠다"는 발언은 명확한 메시지였다. 대통령실은 APEC 기간 중 주요 그룹 총수들과 별도 간담회를 열어 해외 진출 및 인재 육성 전략을 직접 점검했다. 정부의 'AI 반도체 국가 프로젝트'와 '첨단산업 인력 10만 명 양성 계획'은 정책적 방향성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아쉬움도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만 마치고 산업 세션에 불참한 채 조기 귀국한 것은 산업계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대신 그는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를 승인하며 안보 측면에서 상징적 메시지를 남겼다. 방어용 핵 기술이 언제든 전략무기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은, 방산과 조선 업계에 거대한 파도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가 운영하는 참치가게에 대검을 든 강도가 들었을 때 사시미칼이 유사 시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무기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번 APEC은 외교, 산업, 안보가 얽힌 복합 공간으로 진화했다. 젠슨 황의 26만장 GPU 공급 약속은 한국 산업의 기술 주도권을 상징하지만, 동시에 미·중 신냉전 구도 속 새로운 균형점을 요구한다. 반도체와 배터리, 모빌리티와 AI를 잇는 '한·미·아시아 기술동맹'이 구체화되는 지금, 한국은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니라 혁신의 설계자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승부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진짜 경쟁은 '속도와 깊이'에서 결정될 것이다. 정부의 산업지원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기업은 글로벌 현지화 투자, 핵심 인재 양성,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AI 반도체와 모빌리티의 결합, 제조의 지능화, 서비스로의 확장 없이는 이번 APEC의 약속이 공허한 구호로 남을 수 있다. 경주에서 열린 이번 회의는 단순한 외교 행사가 아니었다. 한국 산업이 세계 질서 재편의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음을 예고한 '시작의 무대'였다. 이제 공은 우리에게 넘어왔다. 정부는 전략적 지원의 속도를 높이고, 기업은 기술력과 실행력으로 그 기회를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 AI와 반도체, 그리고 모빌리티의 중심에서 대한민국이 세계 산업의 방향을 설계할 때, 이번 APEC은 진정한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2025-11-04 14: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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