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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국서점, 한중〮 독자 마음 녹이는 난로가 되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아현 인턴기자
2024-01-30 06:00:00

중국서점 한건희 대표…"중국 베스트셀러 선별해 수입"

서점에서 한·중 대화의 창구로

中国书店代表韩健熙【图片来源 亚洲日报】
한건희 중국서점 대표가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아현 인턴기자]
 
찾았다. 영어와 한글로 동그랗고 자그마한 간판에 적힌 '중국서점'. 서울 종로구 종로1가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4층이었다. 중국 도서를 전문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이 서점은 입소문을 타고 중국 문화에 관심이 있거나 중국 관련 전공자들 사이에 없는 책이 없다는 곳으로 입소문이 나 아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는 중국 전문 도서 판재점이다. 52㎡ 안팎의 넓이로 보이는 서점에는 원목으로 짠 서고마다 소설, 잡지, 중국어 학습 서적 등 중국에서 넘어온 도서의 향기로 가득했다. 서점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중국풍 장식물들이 '찐중국'에 온 착각마저 잠시 들게 했다. 알음알음 소문 난 이 서점의 한건희(43세) 대표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한 대표가 중국서점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아버지였다고 했다.
 
"회사원이던 아버지께서 중국 출장을 자주 다니며 늘 중국 경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아버지께서 1998년경부터 중국 도서를 한국으로 들여오기 시작했고, 드디어 2002년 아버지의 꿈이었던 중국서점을 차리셨지요."

그런데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해야 할까. 갑자기 아버지 건강이 2년 후 악화되는 바람에 한 대표가 아버지 뒤를 이어 중국서점을 운영하게 된 것이다.

한 대표는 “제가 중국어 전공자도 아니고, 대학생 시절 음악을 하고 싶어했던 사람인데2004년부터 갑자기 서점을 운영하게 되니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중국어로 된 책 이름을 다 외우는 것부터 바빴고 그 뿐만 아니라 한자 독음까지도 외워야 했어요. 책이 들어오면 또 새로 익히느라 또 바빴고요.”

한 대표의 하루는 오전 10시 30분에 서점 문을 열고 고객 요청에 따라 책을 발주하고, 도서를 카테고리별로 정리하고, 중국 현지 베스트셀러와 신간을 살펴보는 것으로 오후 7시 30분 끝이 난다. 그는 특히 ‘신간 작업’을 강조했다. 신간을 들여오지 않으면 책이 다양해지지 않고, 고객들이 원하는 요구 조건도 못 맞추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해서 다 들여오지는 않아요. 희한하게 중국에서 베스트셀러라고 해도 한국에 오면 베스트셀러가 아닌 책들이 좀 있죠. 그럴 땐 저희만의 선별 기준으로 고객들이 원하는 책들을 골라 들여오고 있어요.”

서점의 주요 고객은 중국어를 공부하는 한국인들이다. 2000년대 초반 한국에 중국어 열풍이 분 이후로 중국어를 잘하는 한국인이 많아져 중국서점을 찾는 사람도 늘었다고 한다.

한 대표에 따르면 중국 작가 위화의 장편소설 ‘활착(活着)’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고. 그는 “위화의 ‘활착’은 그렇게 많이 팔렸는데도 아직도 꾸준히 나가고 있는 책 중 하나”라고 밝혔다. ‘활착'은 최근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이 영상으로 옮겨 영화 ‘인생’이란 제목으로 개봉되기도 했다.
 
중국서점에 책이 진열되어 있다 사진이아현 인턴기자
중국서점에 책이 진열돼 있다. [사진=이아현 인턴기자]

20년간 서점을 운영하면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한 대표는 “서점이 잘 될 때는 한 번에 4000~6000권의 책이 들어왔지만 2017년 사드 사태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중국어 학원이 대부분 문을 닫아 수요가 확 줄었다”며 “지금은 적으면 100권, 많아야 2000권 정도 책을 들여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냉랭해진 한중〮 관계도 서점엔 악재다. 그는 “서점 운영에 있어 한중〮 관계는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요인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정치적으로 냉랭한 분위기에서 반중 정서까지 더해지면 중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심리가 꺾인다는 것이다.

더 나은 중국 전문서점이 되기 위한 한 대표의 고민은 끝이 없다. 그는 빠른 속도와 현지 시장조사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중국 현지 직원을 고용해 책을 빨리 들여올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또 중국 현지 서점과 출판사를 다니며 틈틈이 현지 시장조사를 하고 있다.

끝으로 한 대표는 자신이 그리는 서점의 미래를 언급했다. 그는 “서점에서 그치지 않고 대화의 창구를 만드는 것이 저의 오랜 계획이었다”며 “서점을 방문한 손님끼리 차도 마시고,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을 꾸리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는 현실적인 여건으로 조금 어려워졌지만, 서점을 대화의 창구로 만들고 싶은 한 대표의 꿈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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