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은 줄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이 많아지다 보니 새롭게 생겨난 명절 풍경이다. 언론이나 인터넷에서는 이번 추석 연휴에 반려동물과 함께 가기 좋은 곳, 반려동물과 함께 머물 수 있는 전국의 호텔이나 펜션, 반려동물과 함께 대중교통 이용하는 법 등을 안내하고 있다.
승용차를 이용해 반려동물과 함께 명절 연휴에 이동하는 법은 나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지난해 추석 연휴에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들에게 사료와 물을 넉넉히 주고 전북 임실 어머니댁에 2박 3일을 다녀왔더니 마치 부모 잃은 아이들처럼 기가 죽고 털투성이 ‘냥무륵’이 돼 있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지난 설 연휴에는 두 녀석을 이동장에 넣고 승용차 뒷좌석에 태우고 차가 달리면 바깥 풍경이 휙휙 지나는 장면에 어지럼증을 느끼거나 불안해한다고 하여 추위도 막을 겸 오리털 점퍼를 이동장 위를 덮어 임실을 오간 적이 있다.
의외로 고양이 손님들을 반가워하는 분이 어머니셨다. 전에 자주 봐서인지 오랜만에 할머니를 다시 만난 고양이들은 할머니에게 머리를 비벼대며 사람 손주 못지않게 재롱을 부렸다. 고양이털 알레르기가 있는 남동생이 자는 방에 못 들어가게 하는 것 말고 두 고양이는 어머니의 쓰담쓰담을 받으며 집 여기저기를 뛰어다니고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해 놀았다. 남동생 부부에게는 아이가 없고, 내 아들은 이미 대학생인 귀염성이라곤 다 사라진 손자여서 고양이들이 마치 아기 손자들처럼 가족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이번 추석 연휴는 여느 때보다 길어 귀성행렬뿐 아니라 차를 갖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 귀성길이 밀리면 고양이들이 차 안에서 지나치게 장시간 있게 돼 힘들까봐 이번 연휴에는 어머니댁에 데려갈지 말지 좀 고민이 됐다.
그런데 결국 데려가는 걸로 낙찰 봤다. 어머니가 벌써부터 아파트 베란다에 고양이들 화장실 만들어두시고 스크레쳐도 사고 화장실 모래를 고양이 발에서 털어주는 매트까지 준비해두셨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양이들이 차량 이동을 좀 힘들어해도 어머니댁에 가면 사랑 듬뿍 받을테고, 혼자 지내시며 외로우셨을 어머니도 뽀송한 솜뭉치들의 귀여움을 느껴보시라고 준비 단단히 해서 고양이들과 함께 귀성행렬에 합류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명절연휴와 반려동물과 관련해서는 명암이 있다. 연중 반려동물이 가장 많이 버려지는 시기가 명절연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명절 연휴 때마다 약 2000 마리의 반려동물이 버림 받는다고 한다. 우리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중 한 녀석도 휴가철 반려동물을 많이 버린다는 강릉동물보호센터에서 입양한 아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깨닫고 배우는 것이 개든 고양이든 자신과 함께 사는 가족을 믿고 사랑하고 무한히 신뢰한다는 점이다. 어떤 때에는 그 사랑이나 신뢰의 깊이가 인간보다 낫다 싶을 때도 있다. 반려동물은 살아있는 장난감이 아니다. 부디 이번 추석 연휴에는 버림받는 반려동물이 없기를, 버림받아 몸과 마음에 상처 입는 반려동물이 없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