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사이트
아주경제
아주로앤피
아주일보
회원서비스
로그인
회원가입
지면보기
[박경아의 사회 잇슈] 명절 앞두고 또 복지망 구멍…죽은 엄마 옆에서 발견된 아기
기사 읽기 도구
공유하기
기사 프린트
글씨 크게
글씨 작게
이슈

[박경아의 사회 잇슈] 명절 앞두고 또 복지망 구멍…죽은 엄마 옆에서 발견된 아기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박경아 논설위원
2023-09-16 17:48:03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아기 14년간 2천220명
이 기사는 2023년 5월 11일 17시 00분 이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입양의 날인 11일 오전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 베이비박스가 설치돼 있다
    주사랑공동체교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베이비박스 설치 이후 총 2천76명의 아기가 맡겨졌으며 새가나안교회가 2015년 경기 군포에 설치한 두번째 베이비박스에는 총 144명이 맡겨졌다 2023511
    dwiseynacokr2023-05-11 150018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 베이비박스가 설치돼 있다. 주사랑공동체교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베이비박스 설치 이후 총 2076명의 아기가 맡겨졌으며, 새가나안교회가 2015년 경기 군포에 설치한 두번째 베이비박스에는 총 144명이 맡겨졌다.[사진=연합]
사진박경아
사진=박경아
[이코노믹데일리] 이번 추석을 앞두고 우리 사회는 사방이 심란한 이슈들로 가득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필요한 구식무기 거래가 우려되는 4년여만의 북러 정상회담, 우리 바다 수산물 안전까지 불안케 하는 일본의 방사능 오염 처리수 방출, 야당 대표의 10여 일이 넘는 단식, 나날이 올라가는 추석물가까지, 어디 한 구석 편안한 곳이 없는데 유난히 마음 쓰이고 안타까운 소식이 지난 10일 전북 전주시에서 숨진 채 발견된 40대 여성과 그 옆에 있던 18개월 아기다.
 
처음에는 4살로 알려졌던 그 아기는 그간 건강보험료 등을 체납해 위기 가구로 분류된 숨진 여성 A씨의 자녀로 숨진 엄마 옆에서 함께 의식을 잃고 있었다. 다행히 병원에서 깨어났으나 정부의 미등록 아동 전수대상 대상 목록에도 빠져 있어 병원 밖에서 낳은 그림자 아기로 나타났다.
 
숨진 여성은 건보료 체납 등 뿐만 아니라 몇 달 동안 빌라 월세를 못 낼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송파 3모녀 사건 이후 체납정보를 활용한 위기가구 발굴 정책을 마련했고 체납정보 위기징후를 포착, 지난 7월 전주시에 A씨를 위기가구로 분류해 통보했다. 그런데 정작 전주시가 A에게 전화도 해보고 안내 우편물을 보내보고 찾아도 가봤으나 이 여성이 전입신고 당시 정확한 호수를 기록하지 않아 집을 못 찾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지난 12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복지사각지대 대책 점검회의’를 열고 “다가구주택의 동·호수 정보 등 상세 주소 미비로 인해 위기가구 발견을 못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복지정책은 언제까지 누군가의 희생을 딛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하는지, 한숨만 나온다.
 
집주인이 개 짓는 소리가 유난히 시끄러운데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신고해 뒤늦게야 발견된 A씨 사인은 지병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8년 전 이혼한 후 어떤 사연으로 갖게 된 아기인지는 몰라도 자신이 지병을 앓고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18개월 아들은 한여름에 엉덩이 짓무를까 봐 여름용 기저귀를 사용한 것을 보면 어려움 속에서 아기를 지키려 애쓴 안타까운 모성이 느껴진다. 아이 역시 병원에서 정신이 들자마자 입에서 나온 첫마디가 “엄마”였다고 한다.
 
A씨와 아기의 사건은 우리 보건복지망에 여전히 구멍이 존재하며 사소한 듯한 그 구멍이 위기가정 구성원의 생사가 달린 중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깨우쳐 준다. 또한 병원 밖에서 낳고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미등록 아기야말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다는 점을 일깨운다.
 
유기 아동 보호소 ‘베이비박스’에 따르면 2015~2022년 베이비박스로 보내진 영유아 1418명 중 1045명이 출생미등록 아동인데 이 가운데 병원이 아닌 화장실, 모텔 등지에서 태어난 아기가 10%정도라고 한다. 병원 밖 출산 아동은 출생 기록이 병원에도 없기 때문에 보호해주는 이가 아무도 없는 가장 취약한 처지의 아기들이다. 김윤신 조선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가 지난 5월 학회지에 실은 ‘영아 유기·치사 범죄 분석’ 논문에 따르면 2013~2021년 영아 유기 치사 10건, 영아 유기 10건의 판결문 분석 결과 피고인(친모) 대부분이 병원 밖에서 출산한 경우였다고 한다.
 
내년이면 의료기관이 지방자치단체로 출생 정보를 보내는 출생 통보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베이비박스 측은 이렇게 되면 출산 자체를 숨기려 병원 밖으로 내몰리는 산모가 더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출산통보제를 시행하려면 보호출산제 도입을 통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보호출산제는 자신의 신분 노출을 꺼리는 산모가 익명으로 출산하고 아기는 국가가 보호하는 제도다. 현재 관련 법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이다. 지금 저출산으로 우리 사회에서 아기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 아기를 낳는 이들이 갈수록 줄고 있다. 낳은 아기는 어떻게든 우리 사회가 보호하고 안정적으로 돌보며 키워야 한다.


0개의 댓글
0 / 300
댓글 더보기
하나금융그룹
한화
미래에셋
DB
신한금융지주
NH투자증
신한금융
LX
KB국민은행
KB금융그룹
NH투자증권
DB손해보험
여신금융협회
신한은행
SK하이닉스
KB증권
한국유나이티드
롯데캐슬
e편한세상
종근당
대한통운
우리은행
다음
이전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