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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인터뷰]김홍균 교수 "백화점식 나열보다 기업 특색 맞춘 차별화 전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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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ESG 인터뷰]김홍균 교수 "백화점식 나열보다 기업 특색 맞춘 차별화 전략 필요"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문은주 기자
2022-10-18 00:00:00

대학들, ESG경영 석사 과정 속속 개설...학생들 대부분 직업군 다른 직장인들

기관별 평가기준 달라 투자자 혼선...관련 기준 논의할 'IFRS 한국총회' 주목

"기업 역량 키우고 보고서에 기업 특성화한 ESG 진행 과정 서술 방식 중요"

[이코노믹데일리] "아무래도 처음 운영하는 과정이다 보니 지난 학기에는 시행착오도 다소 있었습니다. 다행히 이번 두 번째 학기에는 교수인 저도, 강의를 들으시는 분들도 훨씬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요. 수업 시간에 사용할 교재도 직접 만들어 활용하고 있습니다."
 

김홍균 서강대학교 교수[사진=유대길 기자]


김홍균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경제대학원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론을 강의하고 있다. ESG 경영이 나온 배경과 주요 특징, 평가 기관들의 평가방법론, ESG와 기업 가치 등을 두루 다룬다. 서강대는 지난해 경제대학원에 ESG 경제 전공 석사 과정을 신설, 올해 3월 첫 신입생을 선발했다. 2023학년도 1학기 신입생 모집을 앞두고 지난 1년여 간의 소회와 ESG 경영 관련 과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학교에 들어온 ESG 경영..."포괄적인 학습 가능해 전도유망"

ESG 경제 전공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경제대학원에 입학한 신입생 3명 중 1명이 해당 전공을 선택했을 정도다. 학생들의 직업군도 다양했다. 은행 등 회사에서 ESG 관련 업무를 하거나 ESG 컨설팅 전문가로 일하는 사람도 있었고, 향후 직장에서 ESG 관련 업무를 할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 학생도 있었다. 

학생들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보니 교육 수준을 어디에 맞춰야 할지 고민도 적지 않았다. 김 교수는 "학부나 주간대학원과 달리 (야간) 경제대학원 특성상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해당 분야를 잘 아는 사람과 처음 접해보는 사람 간 스펙트럼이 넓어서 지도가 쉬운 건 아니다"라며 "전반적인 금융 상식과 노동 경제학, 책임 투자론 등 다양한 과목을 두루 운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SG 경영을 학교 현장에 가져온 건 서강대만은 아니다. 학계와 산업계를 막론하고 다양한 ESG 교육 과정이 생겨난 가운데 적지 않은 대학들이 ESG 관련 전공을 신설하거나 신설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학교마다 ESG 전공을 설치하는 석사 과정이 다양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한양대학교는 경영전문대학원에 ESG MBA 과정을 설치했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은 올해 제2기 ESG 전문가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김홍균 서강대학교 교수[사진=유대길 기자]


김 교수는 "교육기관마다 보는 시각이 조금 다르니까 어느 쪽에 포커스를 맞춰서 보느냐에 따라 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라며 "ESG의 기본적인 프레임이 결국 기관 투자가와 금융을 움직여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서강대는) 경제학 쪽에 ESG 교육에 의지를 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SG 경영 평가는 'E'나 'G' 등 개별적인 요소에 집중하기보다 비(非)재무적 관점에서 다양한 요소를 아우른다는 특징을 보인다. 글로벌 ESG 평가 기관인 미국 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SASB)와 글로벌리포팅이니셔티브(GRI) 등은 ESG 항목 중 'S'와 관련된 항목을 많이 본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ESG를 사회책임경영(CSR)의 연장선으로 보는 사람이 적지 않은 이유다. 김 교수는 더 포괄적인 관점에서 ESG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

"CSR은 기업 차원에서 행하는 것이고 ESG는 기관 투자자들을 움직여서 기업들이 지속 가능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지금 기후 위기가 굉장히 큰 화두잖아요. 계속 규제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ESG 분야는 더욱 확대되고 유망해질 것입니다. ESG가 CSR에서 확대된 개념이듯, ESG의 다음 단계가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겠지만 학교에서 다양한 과목을 통해 포괄적인 ESG 개념을 학습한다면 어떤 시대가 오더라도 적용 가능해지죠."

◆"IFRS 주도 공시 기준 대세될 것...실효 가능성은 숙제로"

ESG 경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바로 글로벌 평가 기관의 인증이다. 평가 기관들이 고유의 평가 지표를 바탕으로 기업의 비재무적인 요소를 평가한 결과가 ESG 경영의 척도로 인정되고 있어서다. 다만 국제적으로 동일하게 적용되는 평가 기준이 없다는 것은 과제로 꼽힌다. 규모를 막론하고 많은 기업들의 고민이 커지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김 교수는 "통상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그룹에서 개별 기업들에 대한 평가 기관들의 평가가 엇갈리는 경향이 나타난다"라며 "기관별 평가 기준이 저마다 다르고 대부분 비공개이기 때문에 (엇갈리는 평가가) 투자자들을 헷갈리게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경우 이미 공시된 정보로만 기업의 ESG를 평가하는 탓에 전문가들의 신뢰를 얻지는 못하지만 기업들 사이에서는 많이 활용되고 있다. 

국제회계기준재단(IFRS)의 활동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현재 IFRS는 ESG 국제 공시 표준화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를 설립하고 ESG의 국제 표준 격인 '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제정 작업을 추진하는 중이다. ESG 공시 관련 다양한 글로벌 이니셔티브가 난립하는 가운데 투자 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기본적인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IFRS 홈페이지]


김홍균 교수도 앞으로 IFRS의 기준이 대세가 될 것으로 보고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IFRS가 지난 7월 SASB와 합병한 것도 그런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SASB는 글로벌 공시 기준 통합을 위해, 진행중이던 프로젝트를 ISSB에 이양하기로 했다. 

"중요한 ESG 평가 지표로 통했던 GRI 표준은 이해관계자 중심이기 때문에 평가 내용이 디테일해서 평가 기준만 수십 가지에 이릅니다. 하지만 SASB는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5~6개 수준이죠. 기업 입장에서 회계 기준으로 본다면 SASB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거예요. 다만 평가 항목이 대폭 줄어드는 만큼 SASB 기준으로 평가할 때 정말 그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잘 판단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가 듭니다." 

IFRS의 국제 공시 표준화 작업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달 말 서울에서 열리는 IFRS의 한국총회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엠마뉴엘 파베르 ISSB 위원장과 얼키 리카넨 IFRS재단 이사회 의장, 장 폴 세르베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 부위원장 등 ESG 전문가가 대거 방한한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 현실을 반영한 유의미한 논의가 진행될지 주목된다.

◆"기업 리더들의 관심이 중요...글로벌 기업과 차별화할 수 있어야"

주요 기업들은 최근 몇 해 동안 이사회 내 ESG 위원회 설치를 시작으로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해 왔다. 올해부터는 지난 1년간의 성과를 담은 ESG 보고서도 내놨다.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성과 보고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 교수는 "IFRS 움직임 등을 고려했을 때 정교한 모델링이 필요한데 국내 기업들에 한계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ESG 경영의 서플라이 체인과 관련, 좋은 사례가 영국 기업 유니레버다. 유니레버는 토지에 피해를 덜 주면서 농작물을 개발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실제 공급자와 밀접한 관계를 구축하고 교육부터 토양 보존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까지 함께 추진하고 있다. 

"평가 기관별로 기준이 다양하다는 것과 별개로 기업의 역량을 키우는 게 우선입니다. 올해 경기가 안 좋은데 이런 상황을 핑계로 무늬만 ESG 성과를 보여주는 기업과 장기적인 관점에서 ESG 경영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고 확신하는 기업은 앞으로 몇 년 지나면 차이가 날 것이라고 봅니다. 무엇보다 ESG 경영에 대한 오너나 리더의 관심이 필요한 것이죠."
 

김홍균 서강대학교 교수[사진=유대길 기자]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선 다양한 ESG 성과를 나열하기보다는 기업 특색에 맞춘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김 교수는 지적한다.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에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이냐는 그 기업의 역량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컨설팅을 받더라도 실제적인 아이디어와 문제점은 그 기업 내부에서 더 잘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ESG 성과는 얼마나 잘 '서술(describe)' 하느냐에 달려 있다"라고 말한다. "지금 나오는 기업들의 보고서처럼 단순히 잘했다, 못했다 수준을 넘어서 대학 연구팀과 매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공급자와 방역 등을 진행하면서 자세하게 묘사한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느 쪽에 투자를 하겠어요. 어떤 평가도 마찬가지지만 백화점에 진열한 것처럼 성과를 나열만 할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몇 가지를 중심으로 진행 과정을 담는 게 훨씬 투자자들에게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홍균 교수는
△현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현 국회예산정책처 자문위원
△전 서강대 경제학부 학장 및 경제대학원 원장
△전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민생분과 의장
△전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산업분과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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