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ESG 인터뷰] "꼭 돈을 써야 ESG 개선? 조직 내부 문제점부터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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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주 기자
2022-08-18 01:00:00

이현 신한대 ESG 혁신단장·글로벌통상경영학과 교수 인터뷰

"사내 이슈 중 긍정 요소 확대·부정요소 축소가 ESG 경영 핵심"

"직장 내 괴롭힘 등 줄이는 것도 효과...투명한 성과 공개 필수"

[이코노믹데일리] "생각 자체를 바꿔야죠. 무엇보다 최고경영자의 ESG(환경·사회·거버넌스) 추진 의지 표명이 중요해요. 중소기업 등 회사 규모가 작더라도 ESG 평가서를 한 번 써보면 감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수십 건의 ESG 관련 기사가 쏟아지는 시대다. 저마다 이사회 내 ESG 위원회를 설치하고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는 내용이다. 이익 개선에만 집중해온 기업들이 재무적인 성과를 넘어 사회 공헌 활동 등 그 이외의 부문까지 적극적으로 챙긴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다. 다만 지향점이 다소 천편일률적인 데다 기업 규모에 따라 추진 능력에 간극이 큰 점은 과제로 남아 있다.
 

이현 교수는 “최고경영자가 ESG 경영 추진약속을 투명하고 명시적으로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경기 의정부 소재 신한대학교는 국내 대학 최초로 ESG 성과 창출을 위한 전담 조직인 ESG 혁신단을 꾸렸다. ESG 추진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ESG 아카데미 운영, ESG 경영 연구 등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ESG의 조상 개념인 CSR(사회책임경영) 관련 국제협약인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에 한국 대학 최초로 가입하기도 했다. ESG 혁신단을 이끌고 있는 이현 신한대 글로벌통상경영학과 교수와 만나 ESG 2.0 시대의 대응 방법을 물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ESG 경영에 대한 인식 제고"

ESG 경영은 각각 환경·사회·거버넌스 등 기업의 비(非)재무적 성과를 중시하는 경영 방식이다. 유럽연합(EU) 등 주요국 정부가 친환경 전략의 일환으로 탄소중립을 선언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마침 제로 웨이스트 등 소비자의 소비 트렌드가 친환경 방향으로 변하면서 ESG 경영의 필요성에 힘을 실어줬다. 여기다 블랙록이나 국민연금 등 투자기관이 기업 평가 지표 중 하나로 요구하면서 ESG 경영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일각에선 피로도가 높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아직 '남의 일'로 여기는 조직도 적지 않다. ESG 전략을 어떻게 운영하면 좋을지 방법을 모르는 중소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이현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체 수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ESG가 규제와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 합니다. 전담팀을 신설하거나 전략 체계를 수립할 인력, 예산도 충분하지 않죠. 하지만 방법은 있습니다."

이 교수는 중소·중견기업이 ESG 경영을 도입하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활동으로 '인식 제고'를 꼽는다. ESG 추진 조직을 구성,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ESG 경영의 효과와 이점을 먼저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이나 워크숍, 토론회, 세미나 등을 적절하게 시행해야 하는 이유다. 

최고경영자(CEO)가 ESG 경영 추진 의지를 명시적으로 밝히는 것도 중요하다. 이 교수는 "국내외 ESG 평가에서 우선적으로 살펴보는 항목은 예외 없이 CEO의 추진의지 표명 여부"라고 말한다. CEO의 추진 의지가 ESG 전략의 실질적인 실행력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사내 메시지나 언론 기고, CEO 레터 등의 활동이 효과를 낼 수 있다. 

"조직의 ESG 성과 창출 활동을 핵심성과지표(KPI)로 관리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작업도 필요하죠. ESG 경영과 관련된 계획과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필수적입니다. 거창하진 않더라도 계획과 성과를 분명하게 적시하면 지속적인 점검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어...내부 먼저 들여다봐야" 

이현 교수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기업은 결국 이윤을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SG 경영 평가의 핵심이 비재무적 역량을 살피는 데 있다지만 경제적 성과를 만들지 못하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는 만큼 지속 가능성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략적 접근이라면 수많은 ESG 이슈 가운데 우리 조직과 관련된 이슈를 식별하고 그 중에서도 시급성이나 중요성 관점에서 우선 다뤄야 할 핵심 이슈에 조직의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될 수 있겠죠. 모든 조직은 예외 없이 가용 자원이 유한하고, 유한한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해야 경영 목표를 달성할 수 있잖아요. 한국 사회의 ESG 광풍 속에서 바야흐로 하필불왈리(何必不曰利)를 생각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이 교수가 강조한 '하필불왈리'는 맹자의 양혜왕상(梁惠王上) 편에 나오는 ‘하필왈리(何必曰利)’라는 말에서 차용했다. 자국의 이익을 묻는 왕에게 맹자가 '왜 하필 이익(利)을 언급하냐'고 일갈하면서 인(仁)과 의(義)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에서 나온 말이다. 
 

이현 교수는 “최고경영자가 ESG 경영 추진약속을 투명하고 명시적으로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재무적 성과는 도외시하고 비재무적 성과만을 강조하는 것이 ESG 경영의 전부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하필왈리(何必曰利)’식 접근 대신 하필불왈리, 다시 말해 왜 이익을 언급하지 않는지에 대한 이 교수의 우려가 반영된 부분이다.

그나마 ESG 경영이 트렌드로 자리잡은 이후 기업의 'S' 관련 활동이 다채로워진 점은 반길 만한 일이다. 기존 기부나 자선 활동에 치중했던 것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환경보전 활동, 취약계층 지원활동, 장학 지원 등 회사 운영과 관련이 없는 외부 활동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추진하고 있는 점에서 그렇다. 

더 중요한 것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수준의 활동을 염두에 두려는 인식이다. ESG 경영의 핵심은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확대하되 부정적인 영향은 없애거나 최소화하도록 적극 관리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직장 내 괴롭힘, 갑질 같은 임직원 인권 관련해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하는지 여부를 면밀히 모니터링해서 악영향을 줄이는 활동도 ESG 경영이라고 볼 수 있죠. 영향 관리라는 CSR의 본래 정신을 생각하면 항상 조직 운영과 가치사슬 내 활동이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적지 않은 비용을 써야만 ESG 경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기업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내 채용과정의 투명성 제고, 불공정 관행 제거 등도 ESG 경영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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