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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기자수첩] AI 반도체 강국으로 가는 길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다경 기자
2025-12-18 18:05:51
김다경 산업부 기자
김다경 산업부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AI 반도체 발전은 개별 기업 간 경쟁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최근 열린 반도체 포럼에서 나온 이 발언은 업계 전반에 흐르던 낙관적 분위기에 제동을 건 메세지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치솟고 내년 실적 전망이 연일 상향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최근 업계에서 화두가 되는 ‘커스터마이즈 AI 반도체’는 엔비디아의 GPU처럼 범용 칩이 아닌 특정 서비스·응용에 맞춰 스펙을 최적화한 반도체를 말한다. 최근 구글이 자사 서비스에 딱 맞게 만든 맞춤형 칩 TPU가 대표적이다.
 
음성 인식, 로봇, 자율주행처럼 어떤 서비스를 위해 반도체가 필요한 것인지 확실할수록 맞춤형 칩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그렇다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이 칩의 용도를 정한다고 볼 수 있다. 그다음에서야 칩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다.
 
가령 미국에서는 구글·아마존·엔비디아 같은 빅테크가 AI 서비스를 직접 운영한다. 어떤 연산이 필요한지, 전력을 얼마나 줄여야 하는지, 속도와 비용의 균형을 어디에 맞출지까지 모두 기업이 먼저 정한다.
 
중국은 국가가 주도하는 방식이다. 국방, 공공, 데이터센터 등 국가가 전략적으로 묶은 수요를 먼저 만들고 그에 맞춰 기업을 밀어준다. 방향은 다르지만 ‘이 칩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가 명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디에 서 있을까. 빅테크가 서비스 수요를 주도하는 구조도 아니고 국가가 수요를 묶어 시장을 만드는 모델도 아니다. 반도체 제조 역량, 즉 메모리 경쟁력은 분명하지만 정작 커스터마이즈 AI 칩의 출발점이 되는 주체는 흐릿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버추얼 AI 버티컬’의 필요성이 등장했다. 은행·안보·공공 데이터처럼 해외 의존이 어려운 영역을 중심으로 서비스 기획자·시스템 아키텍트·반도체 설계자가 한 팀처럼 움직이는 구조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실제로 대만의 TSMC는 파운드리 경쟁력을 바탕으로 설계 단계까지 확장하고 있다. 단순 위탁 생산을 넘어 반도체를 주문하는 고객에게 스펙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고객이 구현하려는 서비스를 제시하면 이에 맞는 연산 구조와 메모리 구성 등을 함께 설계하는 수준까지 가야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도 팹리스 분야를 10배 키우겠다는 지원책을 내놓았다. AI 서비스의 요구사항을 반도체 설계로 연결하는 ‘중간 고리’를 키우겠다는 취지다. 다만 개별 분야를 나눠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커스터마이즈 AI 시대의 구조적 한계를 넘기 어렵다. 서비스 기획부터 설계, 생산까지를 함께 엮을 수 있는 큰 그림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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