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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법조 80년 ②] 공정과 정의는 왜 사라졌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한석진 기자
2026-02-02 17:18:20

별건수사라는 이름의 관행

대검찰청 전경 사진연합뉴스
대검찰청 전경 [사진=연합뉴스]
[편집자 주] 형사사법 제도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면서, 법조 현장에서 오랫동안 반복돼 온 관행과 판단 기준에 대한 문제 제기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제도의 변화는 눈에 띄지만, 그 제도가 실제로 작동해 온 과정과 그 영향이 충분히 돌아봤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 연재는 개별 제도나 입법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검찰·법원·변호사로 이어지는 법조 시스템 전반에서 축적돼 온 현실을 차분히 따라가고자 한다. 사법 절차가 현장에서 어떻게 체감돼 왔는지를 살펴보는 과정이 제도 변화를 이해하는 데 하나의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코노믹데일리] 형사사법 절차에서 구속은 예외적 수단으로 설계돼 있다.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주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을 때에만 허용되는 강제 처분이다. 제도상 원칙은 분명하지만, 실제 수사 현장에서 이 원칙이 언제나 동일하게 작동해 왔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검찰을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는 이른바 ‘별건수사’가 있다. 본래 혐의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안을 수사 과정에서 함께 들여다보는 방식 자체가 법률로 명시적으로 금지돼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검찰은 ‘별건수사’라는 표현에 선을 긋고, 수사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혐의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사했을 뿐이라는 설명을 유지해 왔다. 영장 역시 법원의 판단을 거쳐 발부된 만큼 절차적 정당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논리다.
 

문제 제기가 이어져 온 지점은 이 같은 수사 방식이 실제로 작동하는 과정이다. 본건의 입증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주변 혐의나 비교적 경미한 범죄 사실을 근거로 신병을 먼저 확보한 뒤 그 상태에서 본건 수사를 이어가는 관행이 반복돼 왔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구속은 수사의 결과가 아니라 출발점처럼 기능하게 되고, 수사의 방향과 목적이 뒤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구속 여부를 둘러싼 판단은 수사 단계에서 먼저 형성된다. 수사를 맡은 기관이 구속 필요성을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검사가 영장 청구 여부를 판단한다. 최종 결정은 법원이 내리지만, 영장을 통해 어떤 혐의를 전면에 내세울지는 검사 판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별건 혐의가 영장 청구의 핵심 근거로 제시될 경우, 그 혐의의 비중은 수사 전반에 걸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최근 형사사법 제도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방향을 두고 논의가 이어져 왔다. 일반 사건의 1차 수사권을 경찰에 두고, 검찰은 기소와 공소 유지에 역할을 두는 내용을 담은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다만 이 제도는 아직 시행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다. 현재 기준으로 구속영장 청구 권한과 기소 판단은 여전히 검찰이 맡고 있다. 수사의 중심이 경찰로 옮겨졌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구속 여부를 가르는 결정 과정에서는 검찰의 판단이 계속해서 중요한 분기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수사 관행은 사건이 무죄로 귀결됐을 때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수사기록과 영장 청구서, 법원의 영장 결정문과 판결문에는 각각 판단의 이유가 적혀 있다. 그러나 이 판단들이 사건의 진행 과정 속에서 어떻게 이어졌고, 어느 지점에서 판단의 무게가 달라졌는지를 한 번에 되짚는 절차는 분명하지 않다. 무죄가 확정된 뒤에도 수사 단계의 판단과 영장 청구, 법원의 결정 가운데 어느 지점에서 판단이 과했는지를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과정은 제한적으로만 이뤄진다.
 

무죄 판결은 최종 결론을 제시하지만, 수사 과정의 적절성까지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별건수사가 수사의 단서 확장이라는 설명에 부합했는지, 아니면 신병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작용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판결 이후 자연스럽게 논의의 바깥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 결과 별건수사를 둘러싼 논란은 사건마다 반복되지만, 판단의 경과는 흩어진 채 남는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 지점에서 문제는 책임의 귀속으로 이어진다. 국가배상 제도는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위법한 직무집행이 있었을 경우 국가가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법률상 국가는 공무원 개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수사나 영장 청구처럼 재량 판단이 개입된 영역에서는 고의나 중과실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그 결과 수사 방식이 논란이 되더라도 책임이 개인에게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개별 사건마다 법원의 판단을 거쳐 적법하게 절차가 진행됐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별건수사가 반복적으로 문제로 지적되는 이유는, 합법 여부와는 별개로 수사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수사의 목적은 혐의 입증이지, 구속 그 자체가 아니다. 별건수사가 신병 확보를 전제로 한 관행으로 굳어질 경우, 형사 절차의 균형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별건수사가 어떤 맥락에서 활용돼 왔는지 그리고 그 판단이 적절했는지를 되짚는 일은 검찰 권한과 책임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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