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플레이어는 더 이상 수동적으로 콘텐츠를 이용하지 않습니다."
엔씨소프트의 창업주이자 최고창의력책임자(CCO)인 김택진 대표가 2년 만에 지스타 무대에 올라 엔씨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나아갈 미래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리니지'로 대표되는 기존의 성공 방정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이제는 엔씨의 색깔을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는 절박한 선언이었다. 그 선언의 증거로 소니의 세계적인 IP '호라이즌'을 기반으로 한 MMORPG 신작이 처음으로 베일을 벗었다.
13일 '지스타 2025' 엔씨소프트 오프닝 세션에 등장한 김택진 CCO는 회사의 뿌리부터 되짚었다. 그는 "엔씨는 1997년부터 승부가 아닌 게임 안에서 사람이 사람을 느낄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 왔다"고 정의하며 "우리는 이러한 색깔을 더 다양한 방향으로 비추려 한다"고 말했다. 이는 '리니지 라이크'라는 꼬리표를 떼고 MMORPG의 본질을 새롭게 해석함과 동시에, 슈팅, 액션, 서브컬처 등 타 장르로의 본격적인 확장을 의미하는 발언이다.
그가 직접 무대에 올라 변화를 역설한 배경에는 창사 이래 가장 혹독한 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2023년 연간 실적에서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고 주가는 수년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과도한 과금 유도(P2W)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이용자들의 피로감과 비판은 극에 달했으며 야심 차게 출시한 신작들마저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며 성장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총체적 난국 속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한 김택진 CCO는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짚었다. 그는 "과거에는 몇몇 대작이 시장을 주도하고 플레이어들이 그 흐름을 소비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시청·공유·창작을 넘나들며 자신들의 경험을 새로운 콘텐츠로 만드는 능동적인 플레이어들의 시대"라고 진단했다. 이는 과거의 성공 공식에 안주했던 엔씨의 자기반성이자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명확한 제시였다.
그 방향성을 입증하는 첫 번째 결과물이 바로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다.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의 핵심 자회사인 게릴라 게임즈가 개발한 '호라이즌' 시리즈는 '호라이즌 제로 던'과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를 합쳐 전 세계 판매량 3,270만 장(2023년 4월 기준 SIE 공식 발표)을 돌파한 AAA급 콘솔 게임 IP다. 평단의 극찬과 함께 수많은 상을 휩쓴 이 작품을 엔씨가 MMORPG로 재창조하는 것이다.
김 CCO는 "호라이즌의 매력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세계를 홀로 모험해야 한다는 점이 아쉬웠다"며 "다른 사람과 함께 협력하며 거대한 기계 생명체와 전투를 한다면 훨씬 새롭고 더 재미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개발 동기를 직접 밝혔다. 이는 고독한 영웅 서사 중심의 서구권 싱글 플레이 게임에 '관계'와 '협력'이라는 엔씨의 MMORPG 개발 철학을 접목하겠다는 시도다.
이성구 총괄 프로듀서는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MMORPG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이번 기회를 통해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출시 시점은 2026년 말에서 2027년 초로 예상되며 모바일과 PC 크로스 플랫폼을 지원할 예정이다.
엔씨가 지스타 최초로 메인 스폰서를 맡아 300부스 규모의 대형 전시관을 꾸린 것 역시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선다. 김 CCO의 말처럼 이는 "대한민국 게임 산업의 발전을 위해 더 큰 책임과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한편 김택진 CCO의 지스타 등판과 '호라이즌' 프로젝트 공개는 위기에 빠진 엔씨가 생존을 위해 던진 가장 극적인 승부수다. '리니지'라는 익숙한 세계를 넘어 글로벌 유저들이 인정한 최상급 IP를 품고 새로운 서사를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이 과감한 도전이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넘어 엔씨의 '새로운 색깔'을 증명하고 회사를 부활의 길로 이끌 수 있을지 업계 전체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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