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영업이익 1조 클럽'을 자랑하던 국내 이동통신 3사의 '황금시대'가 4년 만에 막을 내렸다.
SK텔레콤이 사상 최악의 해킹 사태 직격탄을 맞아 사실상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고 LG유플러스는 대규모 희망퇴직 비용에 발목이 잡혔다. KT만이 부동산 매각 이익 덕에 '나 홀로'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이는 '착시 효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2025년 3분기는 통신업계에 'AI 전환'이라는 화려한 구호가 '보안'이라는 기본과 '내실 경영'이라는 현실 앞에서 얼마나 허약했는지를 보여준 잔인한 계절로 기록될 전망이다.
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의 3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7483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2434억원)보다 무려 39.8%나 급감한 수치다. 2021년부터 3년간 이어져 온 '3분기 영업이익 1조원' 행진이 허무하게 멈춰 선 것이다.
가장 큰 충격파는 단연 1위 사업자 SK텔레콤에서 터져 나왔다. SK텔레콤의 3분기 영업이익은 4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9%나 곤두박질쳤다. 이는 단순한 실적 부진을 넘어 '경영 실패' 수준이다. 지난 4월 발생한 유심 해킹 사태로 70만명 이상의 가입자가 이탈했고 1조원 규모의 보상 프로그램과 1348억원의 과징금이 실적에 직격탄을 날렸다.
김양섭 SK텔레콤 CFO는 "고객 신뢰 회복을 최우선으로 두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 단단한 회사로 나아가겠다"고 밝혔지만 30일 단행된 CEO 교체 등 경영진의 대규모 물갈이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LG유플러스 역시 영업이익이 34.3% 감소한 1617억 원을 기록하며 체면을 구겼다. 지난 8월 단행한 희망퇴직으로 약 1500억원의 일회성 인건비가 반영된 탓이다. 하지만 이는 변명이 될 수 없다. 희망퇴직은 결국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불안감과 인력 구조의 비효율성을 자인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여명희 LG유플러스 CFO는 "앞으로 AI 서비스 차별화를 통한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겠다"고 말했지만 인력을 줄이면서 어떻게 AI 혁신을 이끌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은 보이지 않는다.
유일하게 '선방'한 KT의 실적 역시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3분기 영업이익 5382억원(전년비 16% 증가)은 강북본부 부지 개발에 따른 '부동산 분양이익'이라는 일회성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이를 제외하면 본업인 통신과 미래 먹거리인 AI 사업의 성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장민 KT CFO는 "통신 본업과 AX 사업 성장을 통해 지속적인 기업가치 제고에 힘쓰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시장의 관심은 3분기부터 본격화된 소액결제 해킹 사태의 여파가 4분기 실적에 미칠 영향에 쏠려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4분기부터 KT 해킹 여파도 본격 반영될 것"이라며 "올해는 해킹과 인건비 등 변수가 컸지만 내년에는 AI·클라우드 등 신사업 중심으로 실적 회복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결국 2025년 통신업계는 'AI 전환'이라는 거대한 구호 아래 달리다 '보안'이라는 기본과 '조직 안정'이라는 현실적인 가치를 소홀히 한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4분기 역시 KT의 해킹 사태 수습 과정이 실적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과연 뼈아픈 성장통을 겪은 이통3사가 과연 내년에는 구호뿐인 AI가 아닌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진짜 'AI 컴퍼니'로 거듭날 수 있을지 시장의 냉정한 평가가 시작됐다.



































![[현대·기아차그룹 美리콜 100만대 시대 해부③] 정의선 품질 리더십 시험대...대규모 리콜에 그늘 진 최대 실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5/11/06/20251106105223942248_388_136.jpg)

댓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