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데일리] 2025년 e스포츠계를 지배해 온 '무적함대' 젠지의 신화가 마침내 막을 내렸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와 국제 대회를 합쳐 27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질주하던 젠지가 숙적 T1의 홈그라운드에서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T1은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를 가득 메운 팬들의 함성 속에서 젠지를 격침하며 3라운드의 극적인 개막을 알렸다.
이번 3라운드 1주 차의 모든 관심은 단연 25일 열린 T1과 젠지의 맞대결에 쏠렸다. T1이 야심 차게 준비한 로드쇼 'T1 홈그라운드'의 메인 이벤트였다. 상대인 젠지는 LCK 18전 전승에 이어 MSI와 이스포츠 월드컵(EWC)까지 연달아 제패하며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기세를 과시하고 있었다. 23일 3라운드 개막전에서도 한화생명e스포츠를 완파하며 27연승을 기록, e스포츠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듯했다.
그러나 T1은 자신들의 안방에서 이변을 연출했다. 1세트에서 젠지의 완벽한 운영과 스킬 연계에 압도당하며 패배했을 때만 해도 젠지의 연승 기록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2세트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페이커' 이상혁의 아지르가 환상적인 '황제의 진영'으로 교전의 판도를 뒤집었고 T1은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마지막 3세트, T1은 초반부터 과감한 상단 다이브를 성공시키며 주도권을 잡았고 중앙 대치 상황에서 터진 '도란' 최현준의 그라가스 '술통 폭발'이 젠지의 핵심 챔피언들을 끌어당기며 기나긴 연승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기세를 탄 T1은 27일 농심 레드포스와의 경기에서도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1세트 잠시 주도권을 내주는 듯했으나 '케리아' 류민석의 뽀삐가 결정적인 순간 '수호자의 심판'으로 상대 오공을 날려버리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진 2세트에서도 난타전 속에서 한 수 위의 교전 집중력을 보여주며 2대0 완승을 거뒀다. 특히 '페이커' 이상혁은 이 경기 1세트에서 킬을 추가하며 LCK 역사상 그 누구도 밟지 못한 3500킬 고지에 오르는 겹경사를 맞았다. 1주 차 2전 전승을 기록한 T1은 2위 한화생명e스포츠와의 격차를 좁히며 선두 탈환의 희망을 밝혔다.
비록 연승은 중단됐지만 젠지 역시 이번 주에 중요한 성과를 거뒀다. 한화생명e스포츠전 승리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함과 동시에 전 세계 모든 리그를 통틀어 가장 먼저 2025 LoL 월드 챔피언십 티켓을 손에 넣으며 여전한 강팀의 면모를 과시했다.
원거리 딜러 '룰러' 박재혁은 이 경기에서 개인 통산 7번째 펜타킬을 기록, '에이밍' 김하람을 제치고 LCK 펜타킬 부문 단독 1위로 올라서는 개인적인 영예도 안았다.
한편 3라운드부터 새롭게 도입된 라이즈 그룹에서는 OK저축은행 브리온의 돌풍이 거셌다. 디플러스 기아와 DRX라는 강팀들을 상대로 연달아 2대1 역전승을 거두며 2연승을 질주, 플레이-인 진출을 향한 순위 싸움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정글러 '크로코' 김동범의 활약이 빛난 OK저축은행 브리온의 약진으로 라이즈 그룹의 순위 경쟁은 한층 더 예측하기 어려운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