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데일리] KT가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믿음 2.0’이 국내 최고 수준의 한국어 구사 능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으며 토종 AI 기술의 자존심을 세웠다. 특히 외산 모델을 기반으로 한 튜닝이 아닌 설계부터 학습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한 ‘프롬 스크래치(From scratch)’ 모델로 거둔 성과여서 그 의미가 더욱 깊다.
KT는 9일 자사의 ‘믿음 2.0 Base’ 모델이 한국어 특화 LLM 평가 플랫폼인 ‘호랑이 리더보드3’에서 국내 기업이 개발한 150억 파라미터 미만 모델 중 종합 성능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0.7197점이라는 높은 종합 점수로 동급의 전 세계 모델과 비교해도 3위에 해당하는 우수한 성적이다.
‘호랑이 리더보드’는 글로벌 MLOps(기계학습 모델 운영) 기업 웨이트앤바이어스(W&B)가 주관하는 평가 지표로 국내 LLM의 실용적 성능을 가늠하는 사실상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단순 지식의 정답률을 넘어 작문, 추론 능력과 함께 한국 고유의 사회·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고 안전하게 답변하는 ‘정렬성(Alignment)’까지 다면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번 성과는 KT가 내세운 ‘한국적 AI’라는 슬로건이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실질적인 기술적 우위로 증명됐다는 점에서 결정적이다. ‘프롬 스크래치’ 방식은 모델 구조 설계부터 데이터 구축, 학습까지 모든 과정을 내부 기술력으로 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외산 모델에 의존할 때 발생하는 데이터 주권 문제나 한국적 특수성을 반영하는 데 따르는 한계를 근본적으로 극복하고 기술 내재화를 통해 완전한 기술 독립을 이뤘다는 방증이다.
KT는 검증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AI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먼저 공공, 금융, 교육, 법률 등 각 산업 분야에 최적화된 맞춤형 B2B 솔루션으로 ‘믿음 2.0’을 공급하며 실증 사례를 확보해 나간다. 또한 현재 공개된 버전보다 성능을 한층 더 끌어올린 ‘믿음 2.0 프로’ 모델 공개를 준비하는 동시에 국산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과의 협력을 통해 소프트웨어(LLM)와 하드웨어(AI 반도체)를 아우르는 완전한 ‘한국형 AI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
신동훈 KT Gen AI Lab장(상무)은 “믿음 2.0을 국내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해 ‘한국적 AI’의 시장 확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한국적 AI의 실용화와 기술 발전을 이끄는 핵심 주체로 자리매김하겠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