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이 분할을 택하는 주요 이유로는 △사업 구조의 차이에 따른 전문성 강화 △투자 유치 용이성 △기업가치 재평가·상장 추진 △리스크 분리 등이 있다. 이번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삼양바이오팜의 분할은 특히 사업 부문 간 차이에 따른 전문성 강화를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R&D(연구개발), 위탁개발생산(CDMO), 판매 마케팅 등 각 부문의 성격과 수익 구조가 뚜렷하게 다르다. 신약 개발은 수년간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반면 CMO는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한다. 때문에 분할을 통해 각 부문이 독립적으로 성장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삼성에피스홀딩스를 분할 신설하며 바이오시밀러 사업과 CDMO 사업을 명확히 분리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담당해온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홀딩스에 이관함으로써 기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 사업에 전념하게 됐다.
이 같은 구조는 각 사업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CDMO는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대형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고유 브랜드 없이 대규모 설비와 품질 역량이 핵심 경쟁력이다. 반면 바이오시밀러는 개발부터 허가, 유통까지 복합적인 전략이 요구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급격한 글로벌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민첩하게 대응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양사가 각 사업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이번 분할을 결정했다"며 "양사 모두가 성장을 가속화해 글로벌 톱티어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양홀딩스 역시 같은 달 인적분할을 통해 삼양그룹의 지주회사인 삼양홀딩스가 삼양바이오팜을 신설하고 삼양홀딩스 내 바이오팜그룹을 별도의 사업회사로 분할했다.
삼양홀딩스의 사업 부문은 크게 식품, 화학, 기타(의약) 등으로 나뉘며 이 중 바이오팜 부문은 산업 내에서 높은 기술력과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지주회사 내 하나의 사업 부문으로 존재해 제대로 된 가치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번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의 정체성을 명확히 구분함으로써 투자자들에게 선택적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의약바이오 사업에 대한 시장의 가치 평가를 새롭게 받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삼양이 인적분할을 선택한 이유로 ‘주주 가치 제고’를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인적분할은 기존 홀딩스 주주의 지분이 신설 회사인 삼양바이오팜으로 그대로 승계되기 때문에 분할 이후 각 회사의 가치가 독립적으로 재평가될 수 있다.
반면 물적분할을 선택할 경우 신설 회사의 지분은 모회사가 100% 보유하게 되므로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투자 유치 측면에서도 신설 법인이 직접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고 모회사를 통한 간접적인 방식에 의존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분할기일은 11월 1일이며 신설법인은 11월 24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양홀딩스의 인적분할 사례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대형화’와 동시에 ‘전문화’되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또한 각 부문의 고유 경쟁력에 집중하고 외부 파트너와의 협력 채널을 넓히기 위한 인적분할은 국내 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R&D 조직을 인적분할 방식으로 분리할 경우 새 파이프라인의 가치 평가가 명확해지고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 개발이나 기술이전(TLO) 협상 시 지분 투자 유치가 쉬워진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