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기후변화로 인해 여러 나라 간 국경이 바뀌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와 스위스는 알프스 산맥에서 공동 국경을 바꾸기로 합의했으며 미국과 캐나다는 북극 영토국경 협상을 재개하기로 하고 협상 진행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결성했다.
CNN은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이탈리아와 스위스 양국이 인기 스키 여행지 저마트(Zermatt)가 내려다보이는 알프스에서 가장 높은 정상 중 하나인 마테호른 봉우리 아래 국경을 바꾸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국경은 대부분 고정된 것으로 간주되지만 스위스-이탈리아 국경의 넓은 부분은 빙하와 설원으로 정의되고 있으며 스위스 정부는 지난달 27일 성명에서 “빙하가 녹으면서 이러한 자연 요소가 진화해 국경을 재정의한다”고 밝혔다.
국경 변경은 2023년 합의됐고 스위스 정부는 지난달 27일 공식적으로 조정을 승인했다. 승인 절차는 이탈리아에서 진행 중이며 양측이 서명하는 대로 합의가 발표되고 새로운 국경에 대한 세부 정보가 공개될 예정이다.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온난화되는 대륙이며 특히 스위스에서는 놀라운 속도로 빙하가 녹고 있다. 지난해 스위스의 전체 빙하 중 4%가 사라졌는데 이는 2022년의 기록적인 6% 빙하 손실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손실이다.
스위스 대학 ETH 취리히의 빙하학자이자 스위스 빙하 모니터링 네트워크 '글램로스'의 디렉터 마티아스 후스(Matthias Huss)는 이러한 추세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2024년에는 겨울에 많은 눈이 내려 안도감을 줄 것으로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얼음을 잃고 있다”며 “일부 빙하는 말 그대로 무너지고 있고, 작은 빙하는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2100년까지 전 세계 빙하의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지형은 더욱 불안정해지고 위험한 산사태와 붕괴가 발생하기 쉬워진다. 2022년에는 이탈리아 알프스에서 빙하가 붕괴돼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빙하 감소는 암울한 발견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스위스 마테호른 근처에서 하이킹을 하던 중 37년 전 실종됐던 산악인의 유해가 수습되기도 했다.
후스는 국경의 이동은 빙하가 녹는 것의 "작은 부작용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우리의 세계 지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면 온난화로 인한 세계의 엄청난 변화가 훨씬 더 눈에 띄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뉴시스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는 지난달 24일 두 나라의 북극 국경에 대한 협상을 위해 TF팀을 결성했다고 발표했다.
두 나라는 이날 합동성명을 발표하고 앞으로 보퍼트해의 해상 국경에 대해 두 나라 팀이 곧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상 대상에는 중앙 북극해의 대륙붕에서 겹치는 두 나라 국경에 대한 논의도 포함돼 있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양국 간 국경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 곳은 미국 알래스카주의 유콘 북부 지역과 캐나다의 북부 3개 준주(Territories) 가운데 하나인 노스웨스트 준주(Northwest Territories)다.
합동성명서는 양국이 “앞으로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 공동 노력을 통해 우리의 북극 해상 국경을 명확히 확정할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대화와 북극 자원의 지속 가능한 이용을 염두에 두고 미국민과 캐나다 국민들, 북미 대륙의 원주민들에게도 서로 이익이 되는 해법을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두 나라의 TF팀은 올 가을 내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지역이 미국과 캐나다의 북극 영토분쟁의 불씨가 된 것은 원유와 천연자원의 보고란 지역적 특수성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 북극해의 얼음이 녹으면서 이 해역에 새로운 바닷길이 열리고 해운이 연장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블룸버그는 상당한 석유 매장량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 지역에는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러시아와 중국의 관심이 더 커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외관계에서 항상 같은 목소리를 내는 미국과 캐나다가 절대 서로 양보하지 않는 곳이 이곳 보퍼트 해상이어서 미국과 캐나다 간 영유권 분쟁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