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오빤 강남스타일~!”
가수 싸이의 노래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즉석에서 갖가지 모양 풍선을 만들어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마술공연은 아이들 환호성까지 더해지며 한적한 지방 도시 주말 낮시간을 흔들었다.
지난 22일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사강시장 공영주차장에서 열린 플리마켓 ‘여기서 사강장(場)’의 오후 프로그램 중 하나다.
송산은 신도시 송산그린시티가 조성되며 ‘개발 소외 지역’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었다. 이에 화성시 노력으로 2020년 국토교통부 도시재생뉴딜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4년간의 정부 예산 지원이 결정됐고 그간 송산면 사강리 800번지 일원 약 11만9000㎡에 낙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공동체를 되살리며 골목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해왔다.
‘여기서 사강장(場)’은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한 뉴딜 사업의 하나로 이 지역에서 처음 열린 플리마켓이다. 화성은 물론 인근 지역 소상공인, 공예가들이 화성도시공사의 공모를 통해 참여했다.
내 ‘부캐’가 수공예가다.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염주를 차라리 만들자’고 시작한 비즈 구슬꿰기가 은 액세서리 제작으로까지 발전한 덕분이다. 자수 실력 갑이었던 외할머니 유전자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우리 동네 플리마켓에 처음 셀러로 참여한 이후 생애 두 번째 참가하는 플리마켓이라니.
이날 행사 진행시간이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인데, 오전 10시쯤 미리 도착해 배정된 테이블 위에 수공예 작품들을 진열하며 정성껏 장식을 했다. 수공예 셀러들은 그리 한다. 일단 판매대가 예뻐야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머물기 때문이다.
처음 몇 시간, 내 손으로 만든 걸 좋아하고 사주는 사람이 있다는 기쁨이 이어지다 슬슬 본성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궁금한 걸 못 참는 기자 본성이다. 다른 셀러들의 부스를 돌아봤다.
판매대 위 물건이 너무 적어 체험용 부스인 줄 알았다. 상호는 ‘도토리마켓’. 도토리처럼 귀여운, 소녀티를 겨우 벗은 판매자 두 명이 깔깔 웃었다.
“아뇨! 저희 실팔찌랑 액세서리 팔아요!”
지난 여름 모았다는 네잎 클로버를 코팅해 만든 고객용 사은품을 “나도 셀러”라 소개하니 그냥 하나 주었다. 셀러가 갖는 기쁨 중 하나는 이런 동류의식이다.
포장도 뜯지 않은 듯한 물건도 보였고 조금은 사용한 듯 생활형 마모 흔적이 남은 물건들도 있었다. 아마도 성당 신도님들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쓸만한 물품들을 기증해 ‘홈’이란 훈훈한 이름의 판매대를 만들었나 보다.
오전 오후에는 한 차례씩 경품 추천 이벤트가 열려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즐거움이 되었고, 플리마켓 행사를 마치기 전 열린 재즈 듀오의 공연은 늦가을 감성을 채우기에 충분했다.
이날 하루 열린 플리마켓 판매대를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틈 나는 대로 손을 놀려야 했다. 차곡차곡 짐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셀러들의 필수품인 커다란 테이블보를 차곡차곡 접었다. 마치 오래도록 준비한 공연을 끝낸 듯한 성취감, 약간의 아쉬움이 남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