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카카오 먹통發 '기업리스크' 민낯…"기업보험 속도 맞출 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아현 기자
2022-10-20 06:00:00

기업보험 인프라·제도 미흡…전문가 "추가 연구 필요"

기업보험 작년 원수보험료 4조6641억…전년比 14.1%↑

자료사진 [사진=픽사베이]

[이코노믹데일리] 대한민국을 뒤흔든 카카오 ‘먹통’ 사태 여진이 지속하는 가운데, 위험요소(리스크) 관리 역량이 기업 존폐를 가늠할 핵심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디지털화 경영 환경이 급속하게 변화하면서 기업이 직면하는 리스크가 갈수록 다양해지면서다.

기업은 리스크 대응 수단으로 상당수 관련 보험에 가입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보험과 관련한 연구활동이나 개발 수준 등은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업은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종류의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다. 기업이 직면하는 리스크는 건물 등 유형의 자산에서 발생하는 손해, 인적 손실, 이익상실·평판훼손 등을 초래하는 거래상대방리스크, 정치적리스크, 정보통신(IT) 중단, 테러, 물류·교통 중단, 기업휴지리스크 등이 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 기상이변 등 전 지구적으로 빈발하는 자연재해와 사이버리스크 등도 기업 경영의 주요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재물손해와 같은 전통적인 순수리스크의 우선순위가 비교적 높았지만, 갈수록 경기침체, 평판리스크, 기업휴지, 사이버리스크 등이 기업이 가장 중요하게 관리해야 할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기업성보험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기업보험은 경영활동에 잠재하는 리스크를 보장하는 상품이다. 기업들은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화재보험, 해상보험, 보증보험, 특종보험(특수한 종류의 보험) 등과 같은 일반보험에 가입한다.

예를 들어 화재보험은 사업장에 발생한 화재로 인한 직접손해와 배상책임을 보상하고, 화재 사고로 휴업을 하게 되는 경우엔 점포휴업 일단을 특약 등으로 지급한다.
 
20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기업보험 원수보험료는 작년 4조6641억원으로 전년 대비 14.1% 증가했다. 작년 원수보험료 기준으로 일반손해보험 중 기업보험은 43.3%를 차지했으며 신계약건수도 지속 늘고 있다. 2019년 기업보험의 신계약건수는 522만건에서 2020년 528만건, 2021년 578만건을 기록했다.   
 
기업보험 시장은 지속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따른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이 2020년 발표한 ‘기업의 보험수요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이 지출한 보험료는 2011~2017년 연평균 7.7% 늘었다. 손해보험 내 기업보험 수입보험료도 2011년 이후 연평균 4.1% 증가해 2017년에는 12조6363억원에 달했다.
 
기업보험의 주요 고객은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높은 보험수요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보험료 증가율은 중소기업 10.7%, 대기업이 2.3%로 집계됐다. 전체 보험료 중 중소기업이 지출한 보험료의 경우 약 70%를 차지했다. 중소기업의 성장에 보험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기업이 대응해야 할 리스크 유형이 다양하기 때문에 기업의 니즈에 대응한 상품개발과 정책수립은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송 연구위원은 “정책당국 입장에서도 중소기업의 경영활동에 보장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험상품 개발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제도개선과 상품개발 및 마케팅 전략 수립을 위해서는 우리나라 기업보험 공급 현황 및 문제점을 파악하고 보상기법을 탐색하는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달 6일 열린 ‘2023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 세미나에서 보험사는 중소기업의 위험관리 등 소비자의 니즈를 분석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동향분석실 실장은 “보험산업은 시장혁신을 통해 지속가능하고 확장성 있는 사업보형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가구·세대별 또는 중소기업의 위험관리 등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세분화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국내 기업보험 현황 살펴보니
 
현재 국내에서는 총 14개의 손해보험사가 기업보험을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주로 취급하는 보험 상품은 화재보험, 근재보험, 배상책임보험, 해상보험, 운송보험, 기술보험, 근재보험, 해외체류보험, 재산종합보험 등이다.
 
최근에는 주요 손보사들이 수요에 맞는 상품을 출시해 판매하고 있어 과거보다 기업보험이 보장하는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그중 하나로 중대재해처벌법 배상책임보험이 있다. 올해 1월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에서 붕괴 사고를 낸 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손보사들도 중대재해처벌법 배상책임보험을 출시했다. 이 보험은 현대해상을 시작으로 KB손보, DB손보 등 주요 보험사가 판매하고 있다.
 
중소기업만 가입할 수 있는 보험도 있다. 삼성화재는 중소기업을 위한 사이버보험 ‘삼성사이벌플러스’를 출시했다. 삼성사이버플러스는 사이버 사고로 인한 기업의 직·간접적 재정손실을 보장한다. DB손보는 기술로 인한 분쟁이 생겼을 경우 법률 대응 비용을 보장하는 중소기업 기술보호 정책보험을 내놨다. 롯데손보의 경우 서빙로봇을 도입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위험을 보장하는 로봇 배상책임보험을 제공하고 있다.
 
사이버보험에도 관심이 쏠린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디지털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사이버리스크 관리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거래가 늘고 사이버 범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해커, 범죄자, 내부자 등에 의해 데이터 유출, 서비스 중단, 해킹 등의 피해를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위험 관리 일환으로 사이버보험 가입을 검토해야 할 필요가 커졌다.
 
실제 기업 대상 사이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려는 국가들도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사이버보험 시장은 미국과 영국이 주도하고 있으며 미국이 시장 규모 9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정부와 공급 및 민간분야의 사이버보험 이해당사자들과 연계를 맺어 사이버보험을 활성화하고 있고, 영국은 정부와 보험업계가 사이버보험 관련 권장사항을 발표하고 정보 공유를 위한 포럼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2019년 6월부터 매출액이 5000만원 이상이고 1000명 이상의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에 사이버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사이버보험의 위험 평가 기준과 체계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사이버보험의 약관, 용어 등과 관련한 표준화 문제, 사고 원인이나 피해 유형의 구체적인 분석 등 많은 쟁점이 해결돼야 한다.
 
◆ 리스크 다양해도…기업보험은 아직 ‘걸음마’ 단계
 
기후변화, 4차 산업혁명 등으로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했고, 기업 활동에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커지면서 보험사들이 관리해야 할 리스크도 다양해졌다.

이에 따라 기업의 보험의존도가 높아졌지만, 그간 기업보험에 대한 현황 조사나 연구 등은 활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기업성보험에 대한 정의조항과 통계 집적 및 공시에 대한 근거조항이 1962년 보험업법이 제정된 후 2018년 11월에야 보험업법감독규정에 신설됐다.
 
기업보험과 관련한 인프라와 제도 등도 미흡한 실정이다. 송 연구위원은 “기업보험의 국가 경제 기여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아 정책당국의 관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채 관리 및 감독을 위한 인프라도 갖춰지지 않았다”며 “손해보험산업 내 기업보험이 차지하는 비율이 수입보험료 기준 약 15%에 불과해 기업보험 운영 및 관리를 위한 자원 배분이 적극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업성보험은 대상이 기업이기 때문에 가계를 대상으로 하는 보험보다 어떤 연구 활동이나 상품 개발이 활발하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기업 리스크를 담보하는 보험상품이 제한적이라 보장 공백이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은 공급망리스크, 금리・환율 변동, 기업휴지리스크 등으로 인해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리스크의 발생 가능성을 높게 인식하고 있음에도 이를 보험으로 관리하는 데는 소극적인 모습이다.
 
송 연구위원은 “기업이 심각한 리스크로 받아들이고 있음에도 보험으로써 적극 관리하지 않는다는 것은 보험상품의 공급 측면에 원인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기업 경영활동에 내재된 리스크 유형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지만, 새로운 기업보험이 등장하는 속도는 더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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