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피부치' 특약...손보사들 판매 손 뗀다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운전자보험 대표 특약 교통사고피해부상치료지원금(이하 피부치) 판매에 손을 떼는 모양새다. 운전자보험 판매 상위사인 삼성화재, 현대해상에 이어 KB손해보험도 내달 초까지만 피부치 특약을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내달 1일까지만 피부치 특약을 판매하겠다고 일선 영업 현장에 전파했다. 앞서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역시 내달부터 피부치 특약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결정한 바 있다.

대형 손보사들이 앞다퉈 피부치 특약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나선 이유는 가입자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로 인한 손해율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피부치는 12대 중과실과 뺑소니 등 중대법규로 발생한 교통사고 부상을 보장하는 담보다.

이 담보는 교통사고 발생 시 상해급수 등과 관계없이 정해진 가입금액을 정액보장 받을 수 있는데다 지급기준 역시 낮아 보험가입자의 역선택 우려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쉽게 보험금을 정액으로 받을 수 있다는 입소문에 피부치 담보는 80만건이 판매된 상태다.

금융당국의 계속된 경고도 손해보험사가 피부치 담보 판매중단을 결정하는 이유로 거론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 주요 손해보험사 임원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피부치 담보가 손해율 악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달 26일에는 금융당국이 피부치 담보에 대한 보험요율이 과도하게 산정됐다며 개선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피부치 특약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정한 사고 중 ‘가해자가 검찰에 의해 기소 또는 기소유예된 사고’로 한정하는데, 보험사들은 ‘가해자에 대한 공소권 없음’ 등으로 처리된 교통사고까지 포함하는 ‘교통사고 피해자 통계’를 기초통계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특히 보험업감독규정은 보험요율 산출 시 위험률은 30%까지 할증하고 새로운 유형의 위험을 보장할 때만 추가할증토록 규정하고 있지만, 보험사들은 이를 위반해 피부치 특약에 50% 이상 위험률 할증을 적용했다.

한편, 각 손해보험사 상품담당 임원은 지난 27일 손해보험협회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이달 말까지만 피부치 특약을 판매하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