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3000억원 규모 기업어음(CP)을 20일 발행한다. 만기는 2년 4개월, 금리는 연 2.1%다. 조달된 자금은 하반기 차례로 돌아오는 CP 차환에 쓰인다.
호텔롯데가 1년이 넘은 CP를 발행하는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여파로 호텔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 진행이 부담스럽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신용등급은 AA0지만 등급전망에 ‘부정적’ 꼬리표가 달려있다. 지난 7일 기준 호텔롯데 2년물과 2년 6개월물 개별민평금리는 각각 1.617%, 1.721%로 AA0등급 민평금리(1.354%, 1.403%) 대비 높은 수준이다. 3년물 AA-등급 민평금리는 1.56%, A+등급 민평금리가 1.8%라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은 호텔롯데를 비우량등급(A+ 이하)으로 평가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비우량등급은 공모 수요예측에서 희망금리밴드 상단을 최대 120bp로 가산해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금흐름 악화, 재무안정성 결여 등으로 미매각이 발생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수요예측 결과에 따른 잡음을 만들지 않고 자금조달 자체에 집중하는 셈이다. 앞서 그룹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도 3년물 CP 발행(2000억원)을 결정했다.
롯데그룹은 지배구조개편을 앞두고 있다. 호텔롯데를 상장해 일본 롯데 지분율을 낮추고 롯데지주와 합병하는 방안을 주요 골자로 한다. 호텔롯데가 지배하고 있는 계열사에 대한 한국 롯데 영향력이 높아지는 그림이다.
그러나 호텔롯데 상장이 어려워지고 롯데지주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 실적도 부진해지면서 ‘뉴 롯데’ 꿈은 멀어지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어깨는 더욱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민평금리 기준 2노치(notch)가량 등급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롯데그룹이 체질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차갑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일시적이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롯데그룹은 현 상황 극복과 체질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