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정유4사 1Q 적자 4.4조…5년여 공들인 非정유도 '무용지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백승룡 기자
2020-05-11 17:18:52

2014년 대규모 적자 이후 脫정유 확대…조단위 적자 막기 '역부족'

"수직계열화로 원가경쟁력 높은 석유화학업황 개선시 진가 발휘"

[각사 CI 취합]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 영업적자 규모가 4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정유산업이 태동한 이래 최악의 실적이다. 정유업계는 지난 수년간 국제유가·환율 등 외생변수 영향을 줄이기 위해 비(非)정유사업을 확대해왔지만, 또다시 찾아온 유가급락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 정유업계 역대 최악의 실적…"V자 반등 어려울 것"

11일 정유업계 마지막 실적발표에 나선 GS칼텍스는 올해 1분기 매출액 7조715억원, 영업손실 1조31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정유사 영업손실은 SK이노베이션 1조7752억원, 에쓰오일 1조73억원, 현대오일뱅크 5632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를 합산하면 1분기 정유4사 적자 규모는 4조3775억원에 이른다. 이들 업체가 지난해 기록한 연간 합산 영업이익은 3조1000억원 수준으로 정유업계는 지난해 1년 동안 벌어들인 수익의 2배 이상을 단 3개월만에 모두 날린 셈이다. 국내 정유산업 역사를 통틀어도 이 같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수요부진 속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겹쳐 정제마진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고 국제유가 급락에 환율은 높아져 환차손까지 발생하는 등 업계를 둘러싼 모든 외부 지표가 가히 최악이었다"며 "예측불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 쉽게 전망하기 어렵겠지만 수요나 정제마진 추세를 보면 V자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코로나 이어 유가폭락…'원투펀치'에 정유사업 넉다운

물론 이번 대규모 적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육·해·공 운송수단이 모두 멈춰섰고 휘발유·항공유 등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수익성 지표가 되는 복합정제마진은 지난 3월 셋째주부터 8주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휘발유와 항공유 등 주요 석유제품은 판매할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상태다.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대규모 재고평가손실도 발생했다. 올초 배럴당 60달러를 상회하던 유가는 1분기 말 20달러 초반으로 급격히 하락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수요가 위축되자 유가 하락세가 두드러졌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감산을 추진했지만 러시아와 대립각이 빚어지자 돌연 증산이라는 '치킨게임'에 나서면서다.

실제로 정유4사가 정유사업에서 발생한 영업손실 중 상당부분이 재고평가손실에서 비롯됐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사업 적자 1조6360억원 가운데 재고관련 손실규모는 9418억원에 달했다. 에쓰오일도 정유부문 적자 1조1900억원 중 재고관련 손실은 7200억원 수준이다.

◇ 외생변수 막겠다던 비정유사업…조단위 적자엔 '역부족'

통제할 수 없는 외부변수는 어쩔 수 없지만 정유사들이 이 같은 외생변수 영향을 보완하기 위해 추진해온 석유화학·윤활유 등 비정유사업도 맥을 못췄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정유업계는 지난 2014년 유가급락에 따른 대규모 적자사태를 겪으면서 유가·환율 등 외부변수 영향을 크게 받는 정유부문에서 탈피하고자 석유화학 등 비정유부문에 주력해왔다. 특히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등 일부 정유사는 한때 비정유부문 영업이익이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는 등 '탈(脫)정유기업' 도약에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다시 찾아온 이번 대규모 적자사태에서 정유사들이 5년여 동안 갈고닦은 비정유사업은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사업을 비롯해 화학사업도 적자로 전환하면서 비정유부문은 1392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GS칼텍스는 석유화학(202억원)·윤활유(672억원) 부문에서 874억원을 거뒀고, 에쓰오일은 석유화학(665억원)·윤활기유(1162억원) 등 비정유부문에서 영업이익 1827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들 업체가 정유부문에서 기록한 조단위 영업손실(각각 1조1193억원, 1조1900억원)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현대오일뱅크도 석유화학 자회사 현대코스모(-62억원), 윤활기유 자회사 현대쉘베이스오일(235억원) 등 비정유사업 영업이익은 총 173억원에 머물러 정유부문 영업손실 4769억원에 크게 못미쳤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하락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업황도 악화되면서 비정유부문이 동반 부진했다"며 "정유사들은 석유화학사 대비 수직계열화를 기반으로 한 원가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업황이 개선되면 '석유화학 포트폴리오' 진가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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