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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人] 文 대통령, 日 무역 공격은 최대 위기+다시 없을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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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2019-08-02 18:47:17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청와대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청와대 누리집 캡처]

3・1운동 100주년이자 한일 경제 파국 원년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최대 위기이자 기회로 다가왔다.

일본 정부가 2일 오전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하자, 문 대통령은 오후 임시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벌어질 사태의 책임도 전적으로 일본 정부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이 내놓은 대책은 소재·부품의 대체 수입처와 재고 물량 확보, 원천기술 도입, 국산화를 위한 기술개발과 공장 신·증설, 금융지원 등이다. 소재·부품 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일본 기술 패권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다짐도 했다.

이 나라가 일본이 얕볼 수 있는 100년 전 그 나라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 간 불행한 과거사를 상기하면서 ▲일본 정부에 상응하는 조치를 단호히 취하고 ▲가해자인 일본이 적반하장으로 큰소리 치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한국도 단계적인 대응 조치를 강화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상응 조치에 무역보복 없어야

대통령이 목소리를 높였지만 당장 산업 전분야에 미칠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한국은 반도체 핵심 소재 3개만 해도 적게는 40%대(에칭가스)에서 많게는 90%대(리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를 일본산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번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으로 무역제재 품목이 1100여개로 확대돼 산업 전반에 영향이 미치게 된다. 특히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는 3분기까지 영향이 없지만 4분기부터가 위기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 바탕이 되는 웨이퍼 수급이 안될 경우 제품 감산이 아닌 생산 불가 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기업들은 발을 굴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팀에서 회의 하고 있지만 결론이 안 나온다. 회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겠느냐”며 “양국 정부 문제인만큼 외교적인 해결을 바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전부터 일본의 기류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대기업들이 그간 준비를 게을리 했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일본에 ‘경고’한 배경도 국산화를 포함한 소재 대체 가능성을 확신했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 1세대로 활동한 전직 대기업 임원은 “갑을 관계가 심한 반도체업계에서 한국 기업에 소재를 수출하지 못하게 된 일본 기업 피해가 극심해 어떻게 해서든 한국에 팔려고 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기초소재업체들의 신기술 적용 가능 여부를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험 생산으로 확인해줬기 때문에 사실상 공동개발이라는 설명도 이어갔다.

다만 ‘상응하는 조치’에 무역보복이 있어선 안 된다는 조언이 나온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열린 긴급 세미나에서 한국이 일본에 역으로 무역보복에 나설 경우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일본이 한국에서 은과 도금강판을 80.2%와 69.1%를 수입하지만 일본 내 대체성이 높고 석유관련 제품 역시 동남아와 중동으로 대체하면 그만이라는 설명이다.

사태 초기 거론된 WTO 제소 역시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다 한국에 유리한 결과가 나온들 상대가 안 받아들이면 그만이라는 관측도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힘이 곧 정의’라는 현실 때문이다. 반면 아베 총리가 ‘전쟁 가능한 국가’ 명분을 위해 자국 산업의 타격을 장기간 강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文 대통령에게 오히려 기회될 수도

단기적 피해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절호의 기회라는 분석도 있다. 그동안 비용과 규제에 막힌 소재 국산화와 중소기업 육성을 추진할 수 있는 명분을 문재인 정권이 얻었다는 것이다. 일본 수출 규제가 장기화될수록 소재 국산화를 위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과 공장 건설을 위한 옥상옥 규제 철폐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번 사태 이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내세우며 반전을 예고해왔다. 지난달 12일 문 대통령은 전남도청에서 전남 주민이 이순신 장군과 함께 12척의 배로 나라를 지켰다고 말했다. 24일에는 부산에서 시도지사 간담회를 마치고 ‘거북선횟집’에서 식사했다. 의도치 않은 행보였지만 강기정 정무수석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소셜미디어로 이날 점심 장소를 알렸다. 같은날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정의용 안보실장의 면담이 열린 청와대 접견장 뒤에 거북선 모형이 있었다. 30일 문 대통령은 거제시 저도에서 이순신 장군의 첫 승리전인 옥포해전을 언급했다.

암초는 곳곳에 있다. 우선 힘을 실어줘야 할 여당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에서 일본에 단호히 대응해야 내년 총선에 유리하다는 보고서가 유출됐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연구원 측에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북한도 일본의 명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청와대는 2일 새벽 북한이 동해상에 쏜 미상 발사체가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틀 전인 31일에도 북한은 발사체를 날렸다. 일본은 한국이 전략물자를 북한에 유출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객관적인 증거를 내밀지 못하고 있다.

출구는 당당한 외교와 떳떳한 기술력이다. 문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본이 부당한 조치를 철회하고 대화의 길로 나오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일본이 가미카제처럼 제살깎기식 공격에 돌입한 이상 재계의 장기전을 전폭 지원해 반전을 일으켜야 한다. 정권 최대 위기이자 다시 없을 기회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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