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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과 정의는 왜 사라졌나
[편집자 주] 형사사법 제도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면서, 법조 현장에서 오랫동안 반복돼 온 관행과 판단 기준에 대한 문제 제기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제도의 변화는 눈에 띄지만, 그 제도가 실제로 작동해 온 과정과 그 영향이 충분히 돌아봤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 연재는 개별 제도나 입법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검찰·법원·변호사로 이어지는 법조 시스템 전반에서 축적돼 온 현실을 차분히 따라가고자 한다. 사법 절차가 현장에서 어떻게 체감돼 왔는지를 살펴보는 과정이 제도 변화를 이해하는 데 하나의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코노믹데일리] 형사사법 절차의 마지막 판단은 법원이 내린다. 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됐는지, 구속이 필요하다고 판단됐는지와 관계없이 최종적으로 유죄와 무죄를 가르는 것은 판결이다. 그만큼 법원의 판단은 형사 절차 전반의 정당성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작용한다. 법원 판단을 둘러싼 논란은 오래전부터 반복돼 왔다. 비슷한 사건에서도 결론이 엇갈리고, 같은 혐의에 대해서도 결과가 달라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문제 제기다. 다만 이러한 현상 자체는 제도의 취지와 무관하지 않다. 형사 재판은 1심과 2심, 3심으로 이어지는 다심제를 전제로 설계돼 있다. 서로 다른 법관이 독립적으로 판단하도록 한 장치다. 판단이 언제나 같다면 다심제를 둘 이유도 없다. 증거의 해석과 진술의 신빙성, 법리 적용은 각 재판부가 헌법이 보장한 법관의 독립에 따라 판단하도록 돼 있다. 논란이 이어지는 지점은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같은 사건에서 결론이 갈렸을 때, 그 차이가 어떤 기준과 논리에서 비롯됐는지가 충분히 설명되고 있는지다. 판결이 서로 다른 결론에 이르렀을 경우, 그 차이가 당사자에게 납득 가능한 방식으로 설명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단계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된다. 구속영장은 범죄 혐의의 소명과 도주 또는 증거 인멸의 우려를 기준으로 판단하도록 돼 있다. 다만 실제 판단 과정에서는 혐의의 성격과 사건의 경과, 수사의 진행 상황 등이 함께 고려된다. 같은 사안이라도 판단이 달라질 여지는 제도적으로 예정돼 있다. 여기에는 절차적 이유도 있다.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영장 단계와 본안 재판은 통상 서로 다른 재판부가 맡는다. 영장 단계에서는 구속 필요성만을 살피고, 본안 재판에서는 유·무죄만을 판단한다. 판단의 대상과 범위가 다르다 보니, 왜 수사 단계에서는 구속이 필요하다고 판단됐는지, 왜 법원은 그 판단을 받아들였는지에 대한 설명이 본안 판결문에서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구속 판단을 다시 문제 삼을 수 있는 제도적 통로는 마련돼 있지만, 그 판단이 본안 재판의 맥락 속에서 한 흐름으로 정리되도록 설계돼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한계가 지적된다. 무죄 판결이 내려진 이후에도 질문은 남는다. 수사 단계에서의 구속 판단이 재판 과정에서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그 판단이 최종 결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설명은 판결의 결론 속에 흡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판결문은 유·무죄의 이유를 밝히지만, 그 이전 단계의 판단이 적절했는지까지 되짚는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그 결과 수사와 재판의 판단은 서로 다른 영역에 머무르게 된다. 수사 단계의 판단은 수사 단계에서 끝나고, 재판은 재판의 논리로만 설명된다. 무죄가 선고돼도 “그렇다면 왜 구속됐는가”라는 질문에 제도적으로 답해 주는 장치는 제한적으로만 작동한다. 판단의 경과는 기록으로 남지만, 그 판단이 어떻게 형성됐고 어디에서 달라졌는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설명하는 과정은 충분히 제도화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법원은 개별 사건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기관이지, 수사 관행 전반을 평가하는 주체는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사법부의 역할은 법률과 증거에 따라 결론을 내리는 데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그 경계가 분명할수록, 수사와 재판 사이에서 발생하는 판단의 단절 역시 그대로 남게 된다. 판결의 예측 가능성은 사법 신뢰와 직결된다. 판단이 달라질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라 하더라도, 그 차이가 어떤 이유에서 비롯됐는지를 당사자가 이해할 수 없다면 법은 안정적인 규범으로 기능하기 어렵다. 법관의 독립과 판결의 설득력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함께 작동해야 할 요소다. 형사사법 절차는 수사로 시작해 판결로 끝난다. 그 마지막 판단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을 때, 앞선 모든 절차의 정당성 역시 의문에 놓이게 된다. 판결의 기준과 판단의 맥락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는 법원 스스로에게도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남아 있다.
2026-02-06 14:4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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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과 정의는 왜 사라졌나
[편집자 주] 형사사법 제도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면서, 법조 현장에서 오랫동안 반복돼 온 관행과 판단 기준에 대한 문제 제기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제도의 변화는 눈에 띄지만, 그 제도가 실제로 작동해 온 과정과 그 영향이 충분히 돌아봤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 연재는 개별 제도나 입법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검찰·법원·변호사로 이어지는 법조 시스템 전반에서 축적돼 온 현실을 차분히 따라가고자 한다. 사법 절차가 현장에서 어떻게 체감돼 왔는지를 살펴보는 과정이 제도 변화를 이해하는 데 하나의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코노믹데일리] 형사 절차에서 구속은 예외로 설정돼 있다. 헌법은 신체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고, 형사소송법 역시 도주 우려나 증거 인멸 가능성이 뚜렷한 경우에만 구속을 허용하고 있다. 재판을 받기 전 사람의 자유를 제한하는 일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취지다. 현실의 수사는 이 원칙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사건은 판결이 아니라 구속으로 시작됐고, 수사는 그 이후에 전개됐다. 구속이 예외가 아니라 출발점처럼 작동하는 장면은 오랜 시간 반복돼 왔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관행의 대표적 사례로 이른바 ‘별건구속’을 지목해 왔다. 본래 수사 대상인 핵심 혐의로는 당장 구속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상대적으로 입증이 쉬운 다른 혐의를 적용해 신병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후 구속 상태를 유지한 채 수사는 본래 의심하던 사건으로 옮겨간다. 검찰은 별건구속이라는 표현 자체에 선을 그어왔다. 구속은 언제나 개별 범죄 혐의에 근거해 이뤄진 것이며, 수사의 편의를 위해 신병을 확보한다는 지적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원 역시 영장 단계에서는 구속된 혐의 자체에 상당한 이유와 필요성이 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해 왔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구속이 본래 사건과는 다른 수사를 염두에 두고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형사소송법이 예정한 구속은 특정 사건의 수사를 위한 수단이다. 구속은 그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범위 안에서만 허용된다. 이와 달리 별도의 사건을 염두에 두고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식은 적법절차 원칙과 무죄 추정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누적돼 왔다. 별건구속이 법률상 명시적으로 허용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이는 합법과 위법의 경계라기보다 오랜 관행의 문제로 다뤄져 왔다. 구속이 신병 확보의 문제라면, 기획수사는 사건을 바라보는 방식의 문제에 가깝다. 검찰의 일반적 수사권은 상당 부분 경찰로 넘어갔고, 국회는 최근 검찰청을 폐지한 뒤 기소 기능과 중대범죄 수사 기능을 각각 기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분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제도는 바뀌는 길로 들어섰지만 부패·경제 범죄 등 일부 중대 사건에서는 여전히 강제 수사가 집중돼 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건 수는 줄었지만 선택된 사건 하나하나의 무게는 더 커졌다는 시각이다. 이 과정에서 기획수사의 성격도 달라졌다. 특정 사건을 중심으로 수사 인력과 자원이 집중되면서 수사는 장기화되는 흐름을 보인다. 초기 단계에서 설정된 문제의식이 이후 절차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이다. 혐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은 빠르게 축적되지만, 다른 방향의 자료가 충분히 검토되는지에 대해서는 법조계 안팎에서 문제 제기가 이어져 왔다. 구속이 가져오는 영향은 수사실에 머물지 않는다. 직장은 유지되기 어렵고, 가족의 일상은 흔들린다. 혐의가 알려지면서 사회적 평판에도 회복하기 어려운 손상이 남는다. 이후 무죄 판결이 내려지더라도 이미 흘러간 시간과 손실은 되돌릴 수 없다. 구속 자체가 사실상의 형벌처럼 작동해 왔다는 평가가 반복되는 이유다. 수사 과정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방식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피의사실 공표는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구속 사실과 혐의 내용이 동시에 전해지는 사례는 적지 않았다. 여론의 판단이 먼저 형성되고, 법원의 결론은 그 뒤에 도달하는 모습이 이어져 왔다. 무죄 판결 이후에도 초기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는 이유다. 국회가 검찰청 폐지와 기능 분리를 선택한 배경에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누적돼 있다. 권한을 조정하는 수준을 넘어, 오랜 수사 관행이 사법 신뢰를 잠식해 왔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제도는 바뀌는 길로 들어섰다. 다만 구속을 둘러싼 관행과 그에 따른 책임의 문제까지 함께 정리될 수 있을지는 아직 답이 정해지지 않았다. 수사는 진실을 향한 과정이어야 한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구속은 그 출발선에 놓여 있었다. 제도 개편 이후에도 이 질문이 유효한 이유다.
2026-01-29 10: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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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중형에 드러난 법원 판단… 윤석열 내란 1심 향방
[이코노믹데일리]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사법부가 처음으로 ‘내란’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중형이 선고되면서, 계엄 선포의 최종 책임자인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 책임이 어디까지 인정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21일 내란 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전직 국무총리가 형사재판에서 선고와 동시에 구속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이번 판결의 의미는 형량 그 자체보다 사건의 성격 규정에 있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 선포와 포고령 발령이 “형법 제87조가 규정한 내란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법원이 12·3 비상계엄을 사법적으로 ‘내란’으로 판단한 첫 사례다. 재판부는 계엄 선포와 동시에 공개된 포고령에 대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의회 민주주의, 영장주의, 언론·출판의 자유 등 헌법 질서를 소멸시키려는 목적에서 발령됐다”며 국헌 문란의 목적을 인정했다. 군 병력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와 중앙선관위 등을 점거하고 출입을 통제한 행위에 대해서도 “다수인이 결합해 위력을 행사한 폭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2·3 계엄의 성격에 대해서는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과 그 추종 세력에 의해 위로부터 실행된 내란”으로 규정하며 “친위 쿠데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계엄이 짧은 시간 안에 종료되고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국민과 일부 정치인, 위법한 지시에 저항한 군인과 경찰의 대응 때문”이라며 “내란 성립이나 형을 정하는 데 고려할 사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 전 총리에 대해서는 국정의 2인자로서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남용을 견제하고 불법 계엄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이를 방기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비상계엄 관련 문건을 은닉하고, 계엄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처럼 보이기 위해 허위공문서를 작성·폐기했으며, 헌법재판소에서 위증한 점을 중형 사유로 들었다. 특검의 구형량은 징역 15년이었으나 재판부는 이를 상회하는 형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특검이 처음 적용한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에 대해서는 범죄로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내란죄는 우두머리, 중요임무종사, 부화수행으로 역할별 구성요건이 정해진 필요적 공범 범죄로 일반적인 방조범 개념을 적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한 전 총리는 방조범이 아닌 내란 중요임무종사 정범으로 처벌됐다. 한 전 총리에 대한 유죄 판단이 내려지면서, 계엄 선포의 최종 책임자인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 책임이 어떤 기준으로 판단될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번 판결은 12·3 비상계엄을 형법 제87조의 내란으로 규정하고, 그 성립 요건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에 대한 법원의 시각을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놓고 보면, 윤 전 대통령 사건은 세 갈래 판단 가능성 위에 놓여 있다. 먼저 내란 우두머리에 대해 예정된 법정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다. 형법상 내란 우두머리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 원칙적 형이다. 재판부가 12·3 계엄을 ‘내란’이자 ‘친위 쿠데타’로 규정한 판단을 그대로 대입할 경우, 계엄 선포의 직접 주체에 대해서도 이 형의 범위가 문제 된다. 특검이 윤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한 배경 역시 여기에 있다. 다음은 법정형 범위 안에서 양형을 달리하는 판단이다.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계엄이 단기간에 종료된 점이 양형 단계에서 어떻게 반영될지가 쟁점이 된다. 다만 한 전 총리 판결에서 재판부는 계엄이 조기에 종료된 사정을 내란 가담자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판단이 유지될 경우, 유기징역을 선택하더라도 장기간 실형이 문제 될 수 있다. 또 하나의 쟁점은 내란 우두머리로서의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이 통치행위의 범주에 속하고, 군과 경찰의 폭동 실행에 대해 직접적인 지휘·통제 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 전 총리에 대해 내란 중요임무종사를 인정한 이번 판결은, 계엄 선포의 직접 주체인 대통령의 책임을 그보다 좁게 설정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판단 방식은 과거 판례에서도 반복돼 왔다. 1979년 12·12 군사반란과 1980년 5·17 비상계엄 확대 조치에 대해 대법원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내란 혐의를 인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국헌 문란의 목적과 군을 동원한 폭동 여부를 판단의 중심에 두었다. 이번 한 전 총리 판결 역시 포고령의 목적과 국회·중앙선관위 점거 등 군·경 동원 행위를 판단의 핵심 요소로 삼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기일은 2월 19일로 예정돼 있다. 이 재판은 한 전 총리 판결에서 드러난 법원의 판단 기준이 계엄 선포의 최종 결정권자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가르는 절차가 된다.
2026-01-21 17: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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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징역 23년 선고 후 법정구속
[이코노믹데일리] 헌정 질서를 흔든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사법부가 사건의 성격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당시 국정 최고 책임자 중 한 명이었던 국무총리의 형사 책임을 정면으로 판단했다. 비상 상황에서의 절차 관여가 어디까지 형사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둘러싼 판단이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내란 중요임무종사와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위증 혐의를 인정해 징역 2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선고 직후 구속 필요성에 대한 별도 심문을 거쳐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전직 국무총리가 법정에서 곧바로 구속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12·3 내란’으로 명명했다. 비상계엄 선포와 포고령 발령 일련의 행위가 형법상 내란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한 전 총리에게 적용된 혐의 역시 대부분 유죄로 인정됐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한 전 총리의 법적 지위와 역할에 대한 평가였다. 한 전 총리는 당초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는 내란죄의 법적 성격을 문제 삼았다. 내란죄는 우두머리, 중요임무 종사, 부화수행 등 역할에 따라 구성요건이 나뉘는 필요적 공범 범죄로, 일반적인 방조범 개념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특검팀에 공소장 변경을 요구했고,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선택적으로 병합해 판단해 달라며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이를 허용했고, 최종적으로 한 전 총리를 방조범이 아닌 중요임무종사 정범으로 판단했다. 이 법리 판단이 형량을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무총리의 헌법적 책무를 강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민주적 정당성과 그에 대한 책임을 부여받은 국무총리로서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고 헌법을 수호·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며 “그럼에도 12·3 내란이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아래 이러한 의무를 외면하고 그 일원으로 가담하기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로 인해 대한민국은 자칫하면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가 유린됐던 과거로 회귀해 독재 정치의 수렁에 빠질 위험에 처했다”며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상실감과 상처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허위공문서 작성과 위증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해제 이후 최초 계엄 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작성된 사후 선포문에 윤석열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함께 서명한 뒤 이를 폐기한 점을 문제 삼았다. 이는 비상계엄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시도로 판단됐다. 또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부분에 대해서도 위증이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보다 사후적으로 자신의 안위를 도모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징역 15년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며 이를 상회하는 형을 선고했다. 법정구속 결정 역시 범죄의 중대성에 더해 증거인멸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내란죄의 구성요건과 공범 성립 범위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고위 공직자가 비상 상황에서 취한 행위가 내란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향후 관련 사건 재판에서도 중요한 참고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총리 측은 항소를 예고했다. 항소심에서는 내란 중요임무종사 인정 여부와 양형의 적정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번 판결은 비상 상황을 이유로 한 권한 행사라 하더라도 헌법과 법률의 한계를 넘을 경우 형사 책임이 문제 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한 사례로 남게 됐다.
2026-01-21 15:5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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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구형 순간의 온도차… 특검은 엄숙했고, 피고인은 웃었다
[이코노믹데일리]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사형이 구형된 순간, 법정 안의 공기는 분명히 둘로 갈렸다. 특검은 헌정질서 파괴의 중대성을 강조하며 차분하고 엄숙한 어조로 최종 의견을 마무리했지만, 피고인석에 앉은 윤 전 대통령은 웃음을 띤 얼굴로 그 장면을 맞았다. 같은 공간, 같은 순간이었지만 두 주체가 마주한 사건의 무게는 전혀 달라 보였다. 지난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은 오전 9시 30분에 시작돼 이튿날 오전 2시 25분까지 약 17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윤 전 대통령 측의 증거조사가 11시간 넘게 진행되면서 특검의 최종 의견 진술은 밤 9시가 지나서야 시작됐다. 최종 논고에 나선 박억수 특검보는 12·3 비상계엄 사태를 “권력 독점을 목적으로 한 헌법 질서 파괴 행위”로 규정했다.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을 투입한 점, 주요 정치인과 선관위 관계자에 대한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점을 차례로 언급하며 “피고인들의 행위는 이른바 반국가세력이 누구였는지를 스스로 드러낸다”고 말했다. 특검은 이번 사건을 개인의 일탈로 보지 않았다. 박 특검보는 “비상계엄은 충분히 제지될 수 있었음에도 제지되지 않았다”며 “이를 인식하고도 동조하거나 방임한 공직 엘리트 집단의 책임까지 함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단죄 이후에도 계엄을 정치적 수단으로 삼으려는 시도가 되풀이됐다는 점을 짚으며, 재발 가능성에 대한 경고도 덧붙였다. 논고가 이어지는 동안 윤 전 대통령은 줄곧 정면을 바라봤다. 그러나 특검이 “피고인은 진지한 반성을 보이지 않았고, 국민에게 단 한 차례도 책임 있는 사과를 하지 않았다”며 양형 사유를 설명하기 시작하자, 윤 전 대통령은 옆자리에 앉은 변호인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법정에서 포착됐다. ‘양형에 참작할 사유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 이어질수록 그의 표정은 점점 느슨해졌다. 박 특검보는 “대한민국은 사실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국가로 분류되지만, 사형은 여전히 법정형으로 존재한다”며 “사형은 집행 여부를 떠나 공동체가 헌정질서 파괴 범죄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절차적 선언”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정 최저형인 무기형을 선택할 만한 감경 사유가 없는 이상, 법정형 중 최저형이 아닌 형은 사형밖에 없다”며 재판부에 사형 선고를 요청했다. ‘사형을 선고해 달라’는 말이 법정에 울린 순간, 윤 전 대통령은 빙그레 웃는 표정을 지었다. 특검이 헌정질서 수호라는 국가의 판단을 최대한 낮은 톤으로, 그러나 가장 무거운 결론으로 제시하는 동안 피고인의 태도는 그 결론과 정반대의 인상을 남겼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상 긴급권 행사였을 뿐 위헌·위법 행위는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특검은 계엄의 준비와 실행 과정, 군과 경찰의 동원 방식, 그리고 사후 태도를 종합할 때 헌법이 설계한 권력 통제 원리가 근본적으로 훼손됐다고 판단했다. 이번 재판은 형벌의 수위만을 다투는 절차에 그치지 않는다. 헌정질서를 위협한 최고 권력자의 행위에 대해 국가가 어떤 태도로 책임을 묻는지, 그리고 그 책임 앞에서 피고인이 어떤 자세를 보였는지가 함께 기록되는 자리다. 사형 구형의 순간 드러난 법정 안의 온도차는, 이 재판이 던지는 질문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1심 선고는 오는 2월 19일 오후 3시에 내려질 예정이다.
2026-01-14 08: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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