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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초저가' 공세로 생활용품 잡는다
[이코노믹데일리] 고물가와 가계부채 부담이 겹치며 소비가 빠르게 위축되는 가운데 이마트가 초저가 전략을 앞세워 생활용품 카테고리까지 공략 범위를 넓히고 있다. 가격 전략을 생활 전반으로 확장해 오프라인 유통 리더십을 다시 세우겠다는 구상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 17일 왕십리점, 은평점 등 일부 매장 내 초저가 생활용품 편집존 ‘와우샵’을 시범 도입했다. 와우샵은 전 상품을 1000원부터 5000원까지 균일가로 구성했다. 전체 상품의 80% 이상을 3000원 이하로 구성해 체감 가격을 크게 낮췄다.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패션, 뷰티, 문구, 디지털, 소형가전 등 약 1340개 상품을 한 공간에 모았다. 와우샵은 단순한 할인존이 아니라 상설 편집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가격을 전면에 내세운 공간을 별도로 구성해 가격 비교 부담을 낮추고 추가 방문과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상품 구성도 생활 필수재 위주다. 수납함, 옷걸이, 욕실화 등 홈퍼니싱과 조리도구 ,보관용기 같은 주방용품이 중심을 이룬다. 여기에 여행 파우치, 운동용품 등 패션·스포츠 소품과 브러쉬, 거울 등 뷰티용품 문구류 디지털 액세서리까지 범위를 넓혔다. 이마트는 와우샵 상품을 전량 해외 직소싱 방식으로 조달했다. 중간 유통 단계를 줄여 원가를 낮추고 소포장과 단순 구성으로 불필요한 비용을 덜어냈다. 품질 관리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KC인증, 전파안전인증 등 법정 절차를 거쳤다는 점도 강조한다. 초저가와 품질을 동시에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생활용품 공략은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초저가 전략의 연장선이다. 대표적인 예가 다이소다. 다이소는 지난 2021년부터 꾸준히 10%대 매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3조 9689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데 이어 업계에서는 올해 다이소가 4조~4조 5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 보고 있다. 이마트 역시 경험이 있다. 지난 4월 LG생활건강과 협업해 출시한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 시리즈다. 이마트는 이후 10여 개 브랜드를 추가로 선보였으며 누적 20만 개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PB 정책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마트는 지난 2015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PB '노브랜드'를 론칭했다. 첫 해 234억원의 매출을 올린 노브랜드는 현재 1조 4000억원이 넘는 연매출 규모를 갖췄다. 아울러 최근에는 5000원 이하 통합 PL '5K프라이스'를 출시했다. 5K프라이스는 이마트와 에브리데이 합병 이후 처음 선보인 통합 PL이다. 통합 매입을 통해 매입 규모를 키우고 글로벌 소싱 비중을 높여 원가를 낮췄다. 소용량 상품을 강화해 1~2인가구 수요에 대응한 것도 특징이다. 이마트는 5K프라이스, 와우샵 론칭을 통해 생활용품에서 가격 상한선을 명확히 제시함으로써 소비자 기대 가격을 재설정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생활용품은 PB 확대 효과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는 카테고리다. 반복 구매가 잦고 브랜드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가격 경쟁력이 구매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고물가 국면에서는 품질 차이가 크지 않다면 저가 상품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해진다. 이마트가 생활용품 부문에서 '초저가' 전략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이유다. 실제로 이마트는 지난 3분기 보고서에서 1인가구 증가와 경기 둔화 영향으로 가성비를 중시하는 합리적 소비 트렌드가 지속되고 있으며 소용량 구매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고 짚으며 가격 경쟁력과 차별화 요소를 갖춘 상품 전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 20여 년간 축적해온 직수입 상품 품질 관리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과 품질 안정성을 확보했다"며 "앞으로도 고객이 믿고 선택할 수 있는 초저가 상품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2025-12-23 16: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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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이 보여도 넘지 못한 가격선… 초고가 주택의 시험대에 선 포제스 한강
[이코노믹데일리] 3.3㎡당 분양가가 1억원을 웃돌며 관심을 모았던 서울 광진구 광장동 ‘포제스 한강’이 입주를 시작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일부 대형 면적은 여전히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다. 초고가 주택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다는 평가 속에서도, 가격에 대한 수용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포제스 한강은 지난 1월 분양을 마친 뒤 올해 8월 준공돼 입주가 시작됐다. 총 128가구 규모의 소규모 단지지만, 전 가구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하고 실내 수영장과 사우나, 게스트하우스 등 커뮤니티 시설도 비교적 충실하게 갖췄다. 하이엔드 주거 단지로서의 기본 조건은 갖췄다는 평가가 많았다. 다만 분양 성적은 면적별로 차이를 보였다. 전용 84~126㎡ 등 중대형 면적은 모두 계약이 완료됐지만, 전용 213~244㎡의 대형 평형은 올해 10월 말 기준 22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입주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은 물량이다. 입지 여건을 보면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까지 도보로 10분 안팎이 소요돼 대중교통 접근성이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한강 조망이라는 강점을 감안하면 시장에서 결정적인 약점으로만 평가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수요가 제한적인 이유로는 분양가 부담이 가장 많이 거론된다. 청약 당시 전용 213㎡의 분양가는 88억5000만~132억5000만원, 전용 244㎡ 펜트하우스형은 150억~160억원으로 책정됐다. 신축 하이엔드 단지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서울의 기존 초고가 아파트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거래 사례를 보면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전용 218㎡는 올해 2월 94억5000만원에 거래됐고,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 233㎡는 지난달 127억7000만원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입지와 상징성이 높은 단지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거래된 셈이다. 분양업계에서는 초고가 주택 수요층일수록 가격보다 입지와 기존 단지의 인지도, 희소성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본다. 한강 조망이라는 장점이 있더라도 반포, 압구정, 한남동 등과 비교해 선택 우위를 확보하기에는 가격 부담이 크다는 시각이다. 분양업계에서는 전용 84㎡ 분양가가 50억원대에 이른 점도 수요를 제한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이 가격대면 반포나 압구정동 등 입지 경쟁력이 더 높은 기존 고급 아파트를 함께 검토할 수 있어, 초고가 시장에서도 대체 선택지가 작동한다는 분석이다. 현장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근 중개업소들은 분양가 부담과 대출 규제가 맞물리면서 거래 문의가 많지 않다고 전한다. 광장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규제 이후 매물이 나와도 문의가 뜸하고, 일부 대형 평형은 분양가보다 5억원가량 낮은 가격에 매물이 나오기도 했다”며 “자산가 입장에서도 입지와 가격을 함께 따지다 보니 선뜻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초고가 주택 수요가 위축됐다고 단정하기보다는, 가격에 대한 시장의 기준이 보다 분명해지고 있는 과정으로 해석한다. 초고가 주택이라 하더라도 입지와 상징성, 기존 거래 사례를 크게 웃도는 가격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포제스 한강의 미분양은 개별 단지의 성패를 넘어 서울 초고가 주택시장에서 가격이 어떻게 평가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초고가 시장 역시 비교와 선택이 작동하는 시장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드러내고 있다.
2025-12-23 08: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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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기보다 물려준다… 서울에서 늘어나는 주택 증여
[이코노믹데일리] 서울 주택시장에서 매매 대신 증여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거래가 위축된 가운데 집값 강세가 이어지면서, 주택을 처분하기보다 가족 간 이전을 택하는 흐름이 점차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이 같은 변화는 거래 구조와 수급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23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연립주택 등 집합건물 증여 등기 건수는 743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5% 이상 증가한 수치다. 2022년 이후 한동안 주춤했던 증여 건수는 올해 들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고, 11월 기준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기록을 넘어섰다. 월별로 보면 증여는 하반기로 갈수록 늘어나는 흐름을 보였다. 연초에는 400건대 수준이었지만, 여름을 지나면서 700건을 웃돌았고 9월에는 800건대 후반까지 증가했다. 이후에도 예년보다 높은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별로는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강남구의 증여 건수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았고, 송파·서초구도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용산·성동·마포·광진 등 한강 인접 지역 역시 서울 평균을 웃도는 증가율을 기록했다. 자산 가치가 높고 장기 보유 수요가 큰 지역일수록 증여가 집중되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의 배경으로 거래 환경의 변화를 꼽는다. 집값이 이미 상승한 상황에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며 매수 여력이 제한됐고, 규제지역 확대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으로 거래 과정의 부담도 커졌다. 여기에 보유세 인상 가능성과 공시가격 상승 전망이 더해지면서, 주택을 매각하기보다 보유하거나 이전하는 선택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증여가 증가하는 점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향후 주거 계획이나 자산 이전을 염두에 두고 가족 간 증여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매매가 쉽지 않은 환경에서 증여가 하나의 대안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증여 확대는 거래 흐름 전반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증여는 소유권 이전이지만 시장에 매물로 나오지는 않는다. 이로 인해 실거래 물량이 줄어들 경우, 가격 형성 과정이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거래량이 감소하면 일부 거래가 가격 지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매물 감소가 이어질 경우 매매 시장의 경직성이 높아지고, 전월세 시장으로 수요가 이동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전월세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 실수요자의 주거 부담과 연결될 수 있다. 증여 증가가 개별 가구의 선택을 넘어 시장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주택시장에서 나타나는 증여 확대는 단순한 통계 변화라기보다 거래 환경 변화의 한 단면으로 볼 수 있다. 매매·대출 규제, 세제 논의, 가격 흐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점에서, 향후 수급과 거래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린다.
2025-12-23 08: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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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이후의 경쟁력…한국 대기업, 전략 무대가 바뀐다
※ '강철부대'는 철강·조선·해운·방산 같은 묵직한 산업 이슈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붉게 달아오른 용광로, 파도를 가르는 조선소, 금속보다 뜨거운 사람들의 땀방울까지. 산업 한복판에서 만나는 이슈를 '강철부대원'처럼 직접 뛰어다니며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주말, 강철부대와 함께 대한민국 산업의 힘을 느껴보세요! <편집자주> [이코노믹데일리] 한국 대기업들은 더 이상 '무엇을 더 만들 것인가'를 묻지 않는다. 대신 사업을 키우기 전에 리스크가 폭발하지 않도록 구조를 먼저 설계할 수 있을지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공장 증설과 설비 투자가 성장의 상징이던 시기를 지나 이제 경쟁력의 무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연료전지 제조 자회사 청산, 한화그룹은 에너지 계열 지분 구조 재편 등에 나섰다. 이들 대미 수출기업들의 통관 리스크 대응 강화는 각기 다른 사안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제조와 외형 확장을 중심에 둔 전략에서 벗어나 비용과 리스크가 통제 가능한 구조를 먼저 설계하는 방향으로 기업 전략이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고정비와 물리적 구조 리스크 연료전지·발전설비·신재생 제조 사업은 표면적으로는 미래 산업처럼 보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구조는 결코 가볍지 않다. 막대한 초기 투자비(CAPEX)에 프로젝트 단위 수주 구조가 결합돼 규모를 키워도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되기 어렵다. 설치 이후에는 장기간 유지·보수와 성능 보증 책임이 뒤따르고 규제 환경 변화에 따라 비용 구조가 흔들릴 가능성도 크다. '만들수록 좋아지는 사업'이 아니라 '만들수록 고정비가 쌓이는 사업'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최근 대기업 전략의 핵심은 제조 자체가 아니라 제조가 불러오는 구조적 부담을 어디까지 감내할 수 있느냐다. 일부 기업이 제조 사업에서 한 발 물러났다고 해서 해당 산업을 포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직접 키울 영역과 외부에서 조달할 영역을 구분하며 그룹 전략과 맞지 않는 고정비 구조를 사전에 차단하는 선택에 가깝다. 통관·증빙이 가르는 제도적 구조 리스크 미국의 반덤핑·상계관세, 232조 관세, 우회덤핑 규제가 상시화되면서 대미 수출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은 관세율이 아니라 통관 단계의 설계로 옮겨갔다. 품목 분류 방식, 철강·알루미늄 함량 가치 산정 기준, 증빙 체계 관리 수준에 따라 실제 부담 비용이 크게 달라지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회계·법무·통관·지배구조가 비용으로 인식됐다면 지금은 이 영역들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같은 제품을 만들어도 구조 설계에 따라 이익이 남을 수도, 리스크로 돌아올 수도 있는 환경이다. 생산 능력보다 내부 통제와 설계 역량이 먼저 평가받는 시대가 된 셈이다. 자본과 지배가 만드는 전략적 구조 리스크 구조부터 손보는 전략은 제조와 수출 현장뿐 아니라 자본과 지배 구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화그룹이 에너지 사업 방향을 논하기에 앞서 자본과 지배 구조를 먼저 정비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최근 한화그룹 오너 3세가 한화에너지 지분 일부를 재무적 투자자(FI)에 매각하며 지분 구조를 재편한 결정은 사업 확대나 축소를 곧바로 판단하기 위한 조치라기보다 향후 전략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한 사전 정비에 가깝다. 그동안 한화에너지는 오너 일가 개인 자본이면서 동시에 그룹 지배 구조와 맞물려 있는 특수한 위치에 있었지만 이번 거래를 통해 그룹 전략을 위한 자본과 오너 개인이 운용할 수 있는 자본의 역할이 보다 명확히 분리됐다. 특히 그룹 핵심 비상장 계열사에 외부 자본을 받아들였다는 점은 의미가 작지 않다. 이는 당장의 상장이나 사업 방향을 예고하기보다 향후 에너지 사업을 키우거나 조정할 경우 외부 자본의 검증과 시장 기준을 수용할 수 있는 구조를 미리 만들어두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사업을 먼저 키운 뒤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구조 리스크를 먼저 정리한 뒤 사업 선택지를 열어두는 전략이 전면에 올라온 것이다. '확대' 아닌 '확률' 택한 경영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한국 대기업 전략이 보수적으로 변했다고 보지 않는다. 대신 확률과 회수 가능성을 우선하는 '냉정한 경영' 단계로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보다 비용과 리스크가 폭발하지 않도록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가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됐다는 의미다. 공장을 짓지 않는 선택은 위축이 아니다. 규제와 비용, 자본과 리스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한국 대기업들은 이미 경쟁의 무대가 바뀌었음을 읽어냈다. 더 많이 만드는 쪽이 아니라 무엇을 만들지 않고 어떤 구조를 남길지를 설계하는 쪽으로 조용히 이동하고 있다. 생산량이 아니라 구조의 완성도가 기업의 생존을 가르는 국면이다. 강철부대의 시선이 머무는 곳, 한국 대기업들은 더 이상 공장 앞에 서 있지 않다. 생산량을 늘리는 경쟁에서 벗어나 관세와 자본, 지배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승부하는 기업만이 다음 판에 남고 있다.
2025-12-20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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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업무보고 생중계, 투명성과 정치의 경계
[이코노믹데일리] 대통령에게 이뤄지는 각 부처의 업무보고는 국정 운영의 출발점이자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절차다. 최근 이 과정의 생중계가 이뤄지면서 이를 둘러싼 평가 역시 엇갈리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와 국정 투명성을 높인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행정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업무보고 생중계의 가장 큰 장점은 단연 투명성이다. 과거 업무보고는 제한된 공간에서 요약본이나 발언 일부만 전달되곤 했다. 생중계를 통해 국민은 대통령의 국정 철학, 장관과 공직자의 준비 수준, 부처 간 인식 차이를 있는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행정부 전반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형식적인 보고나 책임 회피성 발언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국정 운영이 ‘보여지는 권력’이 될 때, 국민 신뢰는 그만큼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장점은 참여 민주주의의 확대다. 국민은 단순한 결과 보고가 아니라 정책 형성의 초기 단계부터 흐름을 이해하게 된다. 정책 실패의 책임을 묻는 데에도 보다 정확한 판단이 가능해진다. 정치가 폐쇄적이라는 인식을 완화하는 데도 의미 있는 시도다. 그러나 생중계가 만능은 아니다. 가장 큰 우려는 업무보고가 ‘행정의 장’이 아닌 ‘정치의 무대’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카메라가 켜지는 순간, 보고자는 국민이 아닌 여론을 의식하게 된다. 정책의 세밀한 문제점이나 미완의 대안은 숨기고, 듣기 좋은 말만 나열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대통령 역시 즉흥적 질책이나 과도한 메시지를 던질 경우, 국정 운영보다 정치적 효과가 앞선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대통령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즉흥적인 질책이나 강한 표현은 국민에게는 통쾌함을 줄 수 있지만, 행정 시스템 전체에는 위축 효과를 낳을 수 있다. 공무원들이 ‘틀리지 않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보신 행정으로 흐를 위험도 있다. 국정 운영은 속도와 결단 만큼이나 숙의와 조율이 필요한 영역이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문제는 민감한 정보의 공개 여부다. 외교, 안보, 산업 전략과 같은 사안은 공개 자체가 국익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공개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어서다. 국가 경쟁력이나 협상 전략이 노출될 수 있고, 공무원들이 솔직한 토론을 꺼리게 되는 부작용도 생긴다. 공개 회의와 비공개 회의의 적절한 구분은 행정의 기본 원칙이기도 하다. 모든 회의를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반드시 민주주의의 진전은 아니다. 공개와 비공개를 적절히 구분하는 것 역시 성숙한 행정의 조건이다. 업무보고 생중계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무엇을 공개하고, 무엇을 비공개로 둘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생중계가 국정의 ‘쇼윈도’가 아니라 책임 행정의 도구로 기능하려면, 보여주기식 연출을 경계하고 제도의 취지를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투명성과 효율성, 두 가치의 균형이야말로 생중계 업무보고의 성패를 가르는 잣대가 될 것이다.
2025-12-19 08:5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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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노조위원장과 회동…"美 제련소 건설로 고용·투자 확대"
[이코노믹데일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최근 미국 제련소 건설 계획과 관련해 “국내 고용과 투자는 흔들림 없이 확대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노조에 직접 전달했다. 18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7일 울산 온산제련소를 방문해 문병국 현 노조위원장과 최근 차기 위원장으로 선출된 이은선 당선자를 만나 미국 제련소 건설의 배경과 중장기 경영 전략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과 현·차기 노조위원장은 미국 제련소 건설이 온산제련소가 세계 최고 수준의 비철금속 종합 제련소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해외 투자 확대가 국내 사업 위축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온산제련소의 지속적 확장과 고려아연의 글로벌 도약을 뒷받침하는 전략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최 회장은 미국 제련소 건설이 미국을 포함한 북미 지역에서 급증하고 있는 핵심광물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결정으로, 고려아연 전체의 중장기 성장 전략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투자 검토 단계부터 사업성, 기술 경쟁력, 온산제련소와의 시너지 가능성을 면밀히 분석했으며, 단기적 판단이 아닌 장기 전략의 일환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미국 제련소 건설로 온산제련소의 고용이나 투자가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온산제련소의 안정적인 고용 기조는 흔들림이 없고, 투자 역시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미국 제련소 건설과 초기 운영 과정에서 온산제련소 인력을 일부 투입하되, 그에 따른 대체 인력을 새롭게 채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온산제련소 내 핵심광물 관련 신규 설비 건설과 운영을 통해 추가 인력 확보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고려아연은 2026년 대졸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기존 계획 대비 2배로 확대하기로 했다. 임직원 수 역시 지난 5년간 연평균 약 10%(연 150명)씩 증가했다. 2020년 말 1396명이던 임직원 수는 2025년 12월 현재 2085명으로 49%(685명) 늘었다. 최 회장은 이날 면담에서 1990년대 후반 호주 썬메탈제련소(SMC) 건설 사례도 언급했다. 당시 해외 투자 이후 기술 축적과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이 이뤄지면서 오히려 온산제련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추가 투자와 인력 채용이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이번 미국 제련소 건설에서도 재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차기 노조위원장 역시 미국 제련소 건설이 국내 사업과 대립하는 선택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 측은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는 고려아연의 지속 성장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이는 결국 온산제련소의 안정성 강화와 미래 투자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과 두 노조위원장은 이번 미국 제련소 투자가 고려아연의 기술력과 사업 역량을 대외적으로 입증하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세계 1위 종합 비철금속 제련기업에서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소재 기업으로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신규 사업과 관련한 노조의 공감과 지지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미국 정부의 투자와 지원을 바탕으로 대규모 제련소를 추진할 수 있었던 것도 노사가 회사의 비전과 방향에 공감하며 협력적 노사관계를 이어온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온산제련소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고용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앞으로도 주요 투자와 경영 현안에 대해 노조와 충분히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5-12-18 15:5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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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호 자이가이스트 대표 "발주·인증 틀 바꾸지 않으면 OSC 확산 어렵다"
[이코노믹데일리] 모듈러 건축이 공기 단축과 품질 확보라는 장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발주 방식과 인증 체계로는 민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오프사이트 건설(OSC) 확산을 위해서는 발주와 평가 방식 전반에 대한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윤호 자이가이스트 대표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린 ‘2025 OSC·모듈러 산업 정책포럼’에서 ‘현업에서 보는 OSC·모듈러 장애 요인’을 주제로 발표하며 “OSC는 제조 기반 산업임에도 전통적인 건설업 중심 발주·평가 틀에 묶여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국내 민간 OSC 산업이 정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배경으로 발주 방식과 인증 체계의 한계를 꼽았다. 설계와 시공이 분리된 발주 관행, 단발성 프로젝트 중심 계약, 최저가 입찰 위주의 환경이 OSC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설계 단계부터 제조와 시공이 연계돼야 하는 OSC 방식은 기존 발주 환경에서는 적용 자체가 쉽지 않다”며 “결과적으로 공기 단축과 품질 안정이라는 장점은 사라지고 가격 경쟁만 반복되는 상황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OSC 설계 반영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이 추진될 경우, 모듈러 전문 업체와 현장 공법 중심 시공사 간 과도한 경쟁이 불가피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기에 더해 인증 체계 미비 역시 민간 확산을 가로막는 핵심 요인으로 제시됐다. 현재 국내에는 설계·제조·시공·운영 전 과정을 포괄하는 OSC 통합 인증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아 금융기관과 보험사, 감정평가 단계에서 건축물의 내구성과 자산 가치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인증 기준이 불분명한 상황에서는 발주처가 모든 품질 리스크를 부담할 수밖에 없고, 이는 민간 발주 위축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발주 방식과 인증 기준의 불일치는 비용 부담 문제로도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공장 생산 비중이 높은 OSC 특성상 현장 작업을 최소화해야 효율이 높아지지만, 전기·소방·통신 분야의 분리 발주와 중복 감리, 통일되지 않은 검사 기준이 유지될 경우 공사비와 관리비 부담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감리 인력 상주와 추가 검사, 일정 지연이 반복되면 제조 일정과 연계된 생산 관리가 어려워지고, 이는 곧 OSC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해법으로 설계 초기부터 제조와 시공을 연계하는 프리콘(Pre-con) 서비스 도입, 책임형 CM 방식, 연간 또는 기간 단위 계약과 같은 안정적인 발주 파이프라인 구축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이 같은 방식이 전제돼야 공장 가동률과 설비 투자를 계획할 수 있고, 제조 관점에서의 경제성이 확보된다”고 강조했다. 공공 부문의 역할도 중요 과제로 언급됐다. 대규모 택지 개발보다는 매입임대주택, 청년주택, 도시재생 사업 등 소규모·중층 이하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시범 사업을 추진해 발주와 인증 기준을 검증하고, 표준 모델과 원가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 대표는 “공공 프로젝트가 발주와 인증 기준을 검증하는 시험 무대 역할을 해야 민간 시장에서도 OSC 적용에 따른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대표는 “OSC는 단일 프로젝트 기준으로 보면 기존 공법보다 불리해 보일 수 있지만, 연속 생산과 표준화를 전제로 한 제조 관점에서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발주와 인증 방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민간 OSC 시장의 본격적인 확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2025-12-16 21: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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