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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정책포럼, 미·중 패권경쟁 격화 속 한국 외교…'실용적 균형전략' 모색
[이코노믹데일리] 미·중 간 패권경쟁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가운데, 한국 외교의 전략적 재정립을 위한 고위급 토론회가 열렸다. 학계와 정책 전문가들은 미·중 어느 한 편에 치우치지 않는 '실용적 균형외교'와 함께, 유라시아 및 아세안 등 제3의 축을 활용한 전략적 다변화를 주문했다. 임혁백 좋은정책포럼 이사장은 전날(2일) 서울 장교빌딩 아시아비전포럼 대회의실에서 '2025 한국 외교 리셋: 미·중경쟁과 유라시아·동남아 전략 재구성'을 주제로 외교안보 토론회를 개최했다. 전수일 외교안보센터장과 윤성학 대외전략센터장이 공동 주관한 이번 행사는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트럼프 2기와 한국경제' 토론회에 이어 한국 외교 전략 시리즈의 두 번째 회차다. 이날 기조발제자로 나선 양규현 이코노믹데일리‧아주일보 대표는 "트럼프 2기에서는 대중 정책이 바이든 정부보다 훨씬 더 강경하고 예측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은 미·중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 채 대응해왔지만, 갈등 요인이 누적되는 현실에서 실질적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양 대표는 "사드 배치, 동북공정, 김치·한복 기원 논란, 최근 서해 공해상 중국 구조물 설치 등 대중 외교 이슈가 장기 미해결 상태에 놓여 있다"며 "무기력한 시간끌기식 외교로는 실익을 챙기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국가주석 방한 가능성을 적극 활용해, 대중 통상 및 북핵 대응 등 다층적 이슈 해결의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략적 대응의 다양성도 제기됐다. 윤성학 고려대 러시아CIS연구소장은 "미국에 대한 일방적 종속은 장기적으로 외교적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반면 소극적 중립 전략은 오히려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운다"며 실용주의에 기반한 '전략적 균형외교(pragmatic balancing diplomacy)'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민귀식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역경제 통합 모델로 '아시아 투게더(Asia Together)' 구상을 제안하며, "단순 통상 협력을 넘어 아시아 신흥국과 가치·정책 기반의 포괄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라시아 전략과 관련해 김영진 한양대 아태센터 교수는 '이원 전략(dual-track strategy)'을 제시했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등 불안정 지역엔 평화전환 전략, 중앙아시아·몽골 등 성장 지역엔 평화번영벨트(Peace and Prosperity Belt)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세안 전략에 대해 정호재 아시아비전포럼 박사는 "경제 지원에 머무르지 말고 포용적 성장이라는 공동 가치 실현에 기여하는 다층적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국제안보 분야에서는 러시아 관련 접근법이 언급됐다. 전수일 외교안보센터장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기반으로 하되,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전을 추구하는 만큼, 러시아 자극은 자제하되 이후 전후 복구 사업 참여 등을 통해 대러 관계 복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구 전북대 특임교수는 2025년 10월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글로벌 외교 도약의 전기'로 규정하며 "트럼프-시진핑 동시 방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미·중 갈등의 '균형자'를 넘어 글로벌 협력의 '설계자 국가'로 도약할 결정적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신냉전 구도와 글로벌 경제블록화, 안보와 외교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 시점에서 한국이 선택 가능한 다자 외교 전략을 가늠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5-05-03 07: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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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추경 1조1352억원 확정…SOC 중심 건설 경기 반등 예고
[이코노믹데일리] 올해 국토교통부 소관 추가경정예산이 정부안 대비 약 8000억원 증액된 1조1352억원으로 확정됐다. 산불 피해와 항공안전 인프라 강화 외에도, 건설경기 조기 회복을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대폭 확대되며 추경 전체 규모를 끌어올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이 의결됐다고 2일 밝혔다. 이에 따라 국토부의 올해 총 예산은 기존 58조2000억원에서 59조30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특히 건설경기 반등을 뒷받침할 SOC 예산이 대폭 반영되며, 침체 국면에 접어든 국내 건설업계에 반전의 기회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가장 눈에 띄는 예산 항목은 건설경기 회복과 민생지원을 위한 8129억원 규모의 재정 투입이다. 이 가운데 임대주택 공급에 4888억원, 도로 및 철도 등 인프라 구축과 유지보수에 3234억원이 각각 편성됐다. 주택 부문에서는 신축매입임대 3388억원, 공공지원 민간임대 1500억원이 포함돼 공공주택 수요 대응에 집중하는 한편, SOC 예산은 도로 931억원, 철도 2303억원으로 나뉘어 직접적인 인프라 확충을 뒷받침한다. 국토부는 이러한 조치가 하반기 공공 발주 확대와 맞물려 중소·중견 건설사의 수주 기회 확대, 고용 유지, 지역경제 활성화 등으로 연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3월 발생한 영남권 산불 피해에 대한 주거 지원 예산으로 1844억원이 책정됐다. 이 중 244억원은 재해주택 복구자금으로, 연 1.5%의 저리 융자가 주택도시기금으로 제공된다. 또한 1520억원 규모의 신축매입임대주택 1000가구를 조성해 이재민의 장기적 주거 안정성을 도모한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단순 피해 복구가 아닌 공공 주거 인프라 기반의 재난 대응 체계로 전환하는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항공안전 강화 예산도 289억원이 반영됐다. 이는 지난해 제주항공 여객기 착륙 사고를 계기로 추진되는 항공 인프라 개편 계획의 일환이다. 정부는 조류탐지 레이더 6곳, 활주로 이탈방지시스템(EMAS) 4곳, 방위각시설 개선 6곳 등 공항 시설을 대폭 보강하고, 조류 대응 드론을 신규 개발해 항행 안전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도시 지반침하 사고에 대한 선제 대응도 이번 추경에 포함됐다. 지자체의 지반탐사 지원 예산 44억원과 지하공간통합지도 고도화에 12억원이 배정됐다. 국토안전관리원이 재원이 부족한 지자체를 대신해 탐사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방식으로 전환되며, 연약지반 정보, 지반침하 이력 등을 분석해 실질적인 위험도 관리 체계 구축에 나선다. 국토부는 “이번 추경은 단기적인 경기 대응을 넘어, 국민의 안전과 주거 안정, 생활SOC 개선 등 실질적 민생 지원을 위한 구조적 접근에 중점을 뒀다”며 “추경 예산의 신속한 집행을 통해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2025-05-02 09:3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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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4대 그룹, '피지컬 AI'로 간다…로봇 투자 전면전 돌입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4대 그룹이 로봇 산업을 미래 전략사업으로 낙점하고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에 이어 SK그룹까지 산업용 로봇과 인공지능(AI) 기반 휴머노이드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제조 자동화부터 생활 서비스, 범용 인공지능까지 산업 지형의 주도권을 둘러싼 본격 경쟁이 시작됐다. 각 그룹은 직접 인수 또는 전략적 제휴 등 서로 다른 방식으로 기술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기술 변화에 발맞춰 범용 인공지능(AGI) 시대를 대비하는 전략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업계 관계자는 “로봇 산업은 이제 더 이상 기술 실험의 단계가 아닌, 실제 수요 기반의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며 “삼성·현대차·LG·SK 등 국내 대기업이 확보한 로봇-AI 결합 기술이 향후 글로벌 산업 생태계에서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지난 1일 계열사인 SK온을 통해 산업용 로봇 기업 유일로보틱스의 지분 23%를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콜옵션은 SK온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가 유일로보틱스 최대주주인 김동헌 대표의 보유 지분을 주당 2만8000원에 5년 내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현재 SK온은 유일로보틱스 지분 13.4%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옵션이 실행되면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직접 인수 가능성을 열어둔 유일로보틱스 외에도 SK는 전략적 제휴 방식의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산업용 로봇 제어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씨메스에 지분 투자해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2017년에는 물류 자동화 전문기업 에스엠코어를 인수해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확장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월에는 SK텔레콤의 로봇 연구 조직을 서울 을지로 본사로 이전해 그룹 차원의 기술 상용화 체계를 구축했다. 유일로보틱스는 국내에서 직교, 다관절, 협동로봇을 모두 생산할 수 있는 드문 기업이다. 지난해부터 삼성전자 출신 인재들을 중심으로 휴머노이드 전담 연구소를 신설했고 모바일 듀얼 암 시스템 개발을 핵심 과제로 설정한 상태다. 유일로보틱스의 기술은 이미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SK온의 배터리 공장 자동화 시험에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23년 로봇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콜옵션 계약을 체결한 뒤 같은 해 말 2675억원을 투입해 지분 35.2%를 확보하고 최대주주에 올랐다. 오는 2029년까지 지분을 6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직접 인수 전략에 해당한다. 삼성은 오준호 KAIST 명예교수를 단장으로 영입해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했다. 현재는 가정용 이족보행 로봇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20년 미국의 보스턴다이내믹스를 11억 달러(약 1조3600억원)에 인수한 이후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에 로봇을 도입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는 약 200대의 자율이동로봇(AMR)과 사족보행 로봇 ‘스팟’이 배치돼 있다. 향후에는 이족보행 로봇 ‘아틀라스’도 공정에 투입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로보틱스 기술을 자율주행차, 물류, 의료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전략적 제휴와 직접 인수를 병행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산업용 로봇 제조사 로보스타의 최대주주에 올라 제조 역량을 확보했고 자율주행 로봇 기업 로보티즈, 웨어러블 로봇 전문 기업 엔젤로보틱스에도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특히 지난해 1월에는 AI 기반 자율주행 서비스 로봇 기업 베어로보틱스의 지분 51%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하며 로봇 사업을 생활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4대 그룹이 로봇 사업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생성형 AI와 결합한 지능형 로봇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 시장은 2021년 332억 달러에서 2026년 741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성형 AI와 AGI 기반의 로봇이 가까운 미래에 상용화되면서 산업용에서 가정용까지 로봇 시장의 외연이 급격히 확장될 것”이라며 “4대 그룹이 선점 경쟁을 벌이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AI가 인간의 물리적 활동을 대신하는 ‘피지컬 AI’ 개념이 부상하면서 단순한 반복 작업을 넘어 복잡하고 비정형적인 업무까지 수행 가능한 휴머노이드 개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CES 2025 기조연설에서 “AI가 물리적 세계에 작용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강조한 가운데 SK 최태원 회장도 현장에서 피지컬 AI에 대한 논의를 나눈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김정원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선임연구원은 “AI 기반의 휴머노이드는 산업뿐 아니라 생활, 방위, 물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구조”라며 “대기업 중심의 수직계열화 전략은 초기 시장 주도권 확보에 매우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2025-04-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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