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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부당 대출 지적하면서, 감독 실패엔 모르쇠 '이복현'
[이코노믹데일리] "우리금융이 보이는 행태를 볼 때 더는 신뢰하기 힘든 수준(지난 8월 20일, 금융감독원 임원회의)." "제때 보고가 안 된 것들은 명확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지금 책임져야 되지 않을까(지난 8월 25일, KBS1 방송 '일요진단 라이브')." 위와 같은 발언은 이복현 금감원장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전임 회장 친인척 부당 대출과 관련해 쏟아낸 말이다. 대체 금융감독원의 칼 끝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 걸까. 발단은 지난 8월 금감원이 현장검사 결과 우리은행이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법인과 개인사업자에 총 42건 616억원 대출을 해줬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 중 350억원은 부적정 대출, 269억원은 부실·연체 대출로 드러났다. 이 원장은 이와 관련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금융그룹의 신뢰성까지 운운하며 대표 사퇴까지 압박하고 있다. 우리금융 역시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그간 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계좌추적권·검사권이 있음에도 막지 못한 금감원의 책임도 있다. 이 원장이 현 우리금융 경영진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지만 지난 2022년 취임한 이 원장 재임 당시 일어난 일이므로 금감원이 놓친 부분이 있는 지부터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또 최근 가계 부채를 증가시킨 주범이 이 원장이란 의견도 제기된다. 이 원장은 지난달 25일 한 TV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수도권 집값과 관련해서는 개입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며 당국의 개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후 은행들은 유주택자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취급을 제한하며 규제를 강화하고 자체 금리를 20번 넘게 인상했다. 그런데 이 원장은 지난 4일 "가계대출 관리 속도가 늦어지더라도 실수요자들에게 부담을 줘선 안 된다"며 돌연 입장을 선회했다. 이 원장의 발언으로 대출 막차 수요를 자극하면서 결국 가계 대출이 폭증했다. 지난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 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9조6259억원 증가했다. 대출 규제 논란이 오락가락 이어지자 급기야 이 원장은 지난 10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 직후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그 사이에 급증하는 가계대출 관리와 관련해 좀 더 세밀하게 입장과 메시지를 내지 못한 부분, 국민들이나 은행 창구에서 업무를 보시는 분들께 불편과 어려움을 드려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제3장 제24조에 따르면 금감원은 금융위원회나 증권선물위원회의 지도·감독을 받아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 업무 등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한다고 명시돼 있다. 금융사고 책임은 은행에 전가하면서 대출 금리에 관여하는 것이 금감원장의 역할이자 금감원의 설립 이유인지 묻고 싶다. 최근에 만난 금융업계 사람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이복현 원장은 금감원장인지, 금융위원장인지 모르겠네!"
2024-09-13 19:07:46
인텔-폭스바겐이 보여준 韓 수출 1·2위의 위기
[이코노믹데일리] 최근 인텔과 폭스바겐의 몰락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미국 반도체 산업을 이끌던 인텔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독일의 자동차 명가 폭스바겐은 87년 만에 독일 본토 공장을 폐쇄한다는 소식을 알릴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글로벌 거대 기업들의 몰락이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공교롭게도 인텔의 반도체, 폭스바겐의 자동차는 한국의 수출 1위와 2위를 차지하는 산업군이다. 한국도 언제든 위기에 빠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느껴지는 동시에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다가오는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처럼 여겨지기도 하다. 인텔은 한때 반도체의 제왕이라 불리며 '미국의 삼성'으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인텔은 인공지능(AI)과 스마트폰 시대에 적응하지 못했다. 중앙처리장치(CPU)에만 머물러 있는 사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선도하는 엔비디아 같은 경쟁자들에게 밀려났다. 인텔이 한때 차지하던 지위는 더 이상 공고하지 않았다. 폭스바겐 역시 전기차 전환에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창사 87년 만에 독일 공장을 폐쇄하고 대규모 인력 감축을 논의하는 상황에 처했다.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중심으로 빠르게 변모하는 가운데 적응에 실패한 결과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예측할 수 없는 변화를 겪고 있다. 인텔은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으면서도 몰락을 피하지 못했다. 반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이러한 정부의 지원 없이도 성장했지만 앞으로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인텔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커진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최근 내부 분위기는 녹록지 않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패밀리데이 폐지"와 "주말 출근 확대" 등의 소문이 돌며 직원들 사이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패밀리데이는 삼성전자 급여일인 매월 21일이 포함된 주 금요일에 전 직원이 쉬는 날이다. SK하이닉스는 노조와의 임금 협상이 미완으로 남아있는 상태다. 자동차 산업도 마찬가지다. 폭스바겐의 실패는 단순한 경영 전략의 문제가 아니다. 전기차로의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놓친 대가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도 전동화 전환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폭스바겐처럼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 내부 결속력이 흔들릴 때 기업의 대응력은 약해진다.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우리 기업들도 인텔이나 폭스바겐처럼 무너질 수 있다. 기술 혁신뿐만 아니라 민관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기업이 혁신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적절한 지원과 환경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한 재계 관계자의 일갈이 귓가에 맴돈다.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말고, 다가오는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성공은 영원하지 않다."
2024-09-11 20:32:23
상장사들 귀 닫는 '밸류업 가이드라인'
[이코노믹데일리] 지난 26일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의 최종 가이드라인이 공개됐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하기 위한 밸류업의 첫발을 뗀 셈이다. 그러나 지난 2월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아 아쉽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자율성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할 세제 지원과 같은 인센티브는 없었다. 금융당국이 지난 2월부터 5차례 자문단 회의, 5차례 상장기업 간담회, 6차례 유관기관·투자자 간담회를 진행했지만 본질적인 문제를 건드리지 못한 셈이다. 27일 기준 국내 코스피 상장사는 840곳, 코스닥 상장사는 1728곳으로 총 2568개다. 한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이번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인원이 없어 버거운데 밸류업 이행 안하면 분명 낙인찍힐 것"이라며 "자율성에 초점 맞췄지만 당근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라고 평가했다. 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인센티브와 개별 사례까지 충분한 가이드라인이 절실하다. 지난 2일 진행된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에서 박현수 고영테크널러지 경영기획실장의 발언이 기억에 남는다. 코스닥 기업을 대표한 박 실장은 당국에 "코스닥 시장에서는 기업설명회(IR)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며 "기업이 이를 육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강화해달라"고 요청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코스닥 상장사 현실적인 어려움을 듣고 실질적인 지원에 나서야 진정한 밸류업에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번 밸류업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으려면 금융당국은 상장사를 보호할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3개월 동안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이슈를 발표할 때마다 증시는 요동쳤다. 그때마다 기업들이 곡소리를 냈지만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공시로 인한 테마주로 전락해 상장사들이 피해입지 않도록 정책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금융당국은 공시를 준비하고 있는 상장사들의 목소리를 더 적극적으로 듣는 것이 1순위다. 기업이 참여하지 않으면 K-밸류업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핵심은 기업이다.
2024-05-27 17:24:24
우리의 소원은 '에너지 자립'
[이코노믹데일리]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 에너지 빈국인 우리나라에서 고유가 시기마다 자조적으로 쓰이는 말이다. 8000㎞ 이상 떨어진 중동 정세에 항상 귀를 세우고 있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설움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에선 '에너지 자립'의 열쇠로 불리는 수소에 관심이 많다. 수소는 원소기호 1번으로 우주 질량의 75%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원소다. 수소의 활용처도 무궁무진하다. 수소를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시키면 전기가 발생하는 데 이를 통해 수소연료전지로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 가연성이 있으니 연소시키면 발전기 터빈을 돌리거나 항공기 제트엔진의 연료로도 쓸 수 있다. 정부에선 이런 수소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청정수소 발전 의무화제도'를 펼치고 있다. 매년 한국전력에서 수소로 만든 일정량의 전기를 구매하는 제도다. 여기서 청정수소는 '수소 생산·수입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일정 수준 이하인 경우'를 말한다. 화석연료로 수소를 만들어도 그 과정에서 탄소 포집을 한다면 청정수소 인증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수소를 만들 때 결국 화석연료로 다시 돌아가는 셈이란 점이다.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수전해'는 전기 에너지로 또 다른 에너지를 만든다는 점에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부에서 청정수소를 밀어붙인 이유는 그나마 국내에서 수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석화) 설비를 가동하면 나프타가 분해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수소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세계 4위의 석화 설비 규모를 바탕으로 연간 130만 t가량이 생산된다. 일각에선 청정수소에 매몰되지 말고 '천연수소'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연수소는 자연 상태에서 뽑아내는 수소로 약 5조 t이 매장돼 있다. 채굴이 본격화되면 액화천연가스(LNG) 가격보다 저렴해질 걸로 예상된다. 높은 잠재적 가치에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 수소 경제의 핵심 자원으로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에선 천연수소를 또 다시 수입해야 하기에 달갑지 않아할 걸로 보인다.
2024-05-10 20:33:01
'관리의 삼성'도 어쩌지 못한 노하우
[이코노믹데일리] 삼성이 3대를 이어온 전통이 있다면 '인재 제일'이다. 이는 인재를 내부에서 키워내는 삼성 만의 고유한 문화를 만들었다. 1989년 국내 기업 최초로 사내 대학을 설립했고, 필요할 때마다 '집체교육'을 통해 직원들이 직무 지식과 어학 능력을 갖추도록 했다. 사내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받은 이들은 삼성이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때마다 특공대 역할을 해냈다. 지금도 삼성은 사내 교육에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해외 주재원을 뽑을 때나 특정 사안이 있을 때, 아니면 일정 시기가 되면 강좌가 열린다. 교육을 다녀온 삼성 직원들은 하나 같이 "힘들었지만, 하니까 되더라"고 입을 모았다. 단순하고 무모하기까지 한 교육 방식은 삼성이니까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이재용 회장이 부회장 시절인 2020년 5월 소위 '무노조 경영 포기' 선언을 한 뒤로 삼성의 기질은 다시 한 번 발동됐다. 계열사에서 기다렸다는 듯 노조가 들어서면서 삼성상회 창립 이후 80여년 만에 처음으로 '노사관계'라는 게 생기자 삼성은 인사 담당 직원에게 공인노무사 자격을 취득하게 했다는 일화가 전해온다. 일류기업 삼성을 만든 인재 양성 방식도 차마 봇물처럼 터지는 노조 문제를 막지는 못하는 듯하다.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쟁의행위를 벌였다. 노사협의회에서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합의한 임금 인상률(5.1%)을 못 받아들이겠다는 이유다. 노조의 단체행동은 지극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안타까운 건 따로 있다. 노사 모두 대화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그보다는 '서툴러 보인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노조의 쟁의행위 동력은 반도체 사업을 하는 DS부문 직원이 가진 불만이다. 이들은 지난해 15조원이나 되는 적자를 내고도 성과급을 달라고 한다. 노조는 합리적 근거 없이 요구만 하는 서투름을 보였다. 회사는 곤란하기만 하다. 요구를 들어주자니 훗날 다른 사업부문에서 실적이 안 좋으면 어쩌나 걱정이다. 노조 불만을 잠재우긴 해야겠는데 지금으로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교섭 과정부터 조금 더 능숙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관리의 삼성'이라지만 다른 기업이 수 십 년 동안 쌓아온 노하우는 단기간에 습득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2024-04-18 09:4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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