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법은 한 고비···SAF '국가전략기술'로 키워야

[이코노믹데일리] 석유 및 석유 대체 연료 사업법, 소위 석유법이 개정되면서 지속가능 항공유(SAF) 생산 물꼬가 트였다. 그러나 정유업계에선 SAF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1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세계 각국에서 SAF에 대해 의무화 강도를 높이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에선 내년부터 모든 항공기에 최소 2% 이상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뒤이어 싱가포르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도 속속 따라가는 모양새다.

SAF는 폐식용유나 동물성 유지 등을 이용해 만든 항공유로 바이오 항공유라고 불리기도 한다.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탄소 배출량을 기존 항공유 대비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다. 시장조사 업체 마켓앤마켓은 SAF 시장이 2030년 169억 달러(약 22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석유법에선 원료로 원유만 사용할 수 있었으나 올해부터 법 개정을 통해 정유사에서 SAF 제조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아직 국내에서 SAF 전용 제조 설비 착공에 들어간 업체는 없다.

정유업계에선 SAF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SAF가 일반 항공유보다 3~5배가량 비싼 상황에서 막대한 설비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국가전략기술은 일명 'K-칩스법'이라 불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의 일부다. 법안에 따르면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된 산업에 대해서 대기업의 경우 연구·개발비의 30%, 시설 투자비의 15%를 공제 받을 수 있다. 세제 혜택 이외에도 다양한 민관 합동 프로젝트로 정책적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아직 국내에선 기본적인 지원 정책도 수립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설비를 짓기 위해선 투입되는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재 정유업계에선 원재료 확보가 쉬운 해외로 진출하거나 기존 설비를 재활용하고 있다. GS칼텍스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함께 인도네시아에 합작 법인을 세우고 바이오 원료 확보에 나섰다. 원재료 확보가 어려운 국내보다 팜유 등 바이오 원료가 풍부한 인도네시아가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에쓰오일(S-OIL), SK이노베이션, HD현대오일뱅크는 기존 설비를 이용해 SAF 시험 생산에 들어갔거나 착수할 예정이다. 기존 정제 설비에서 일부를 교체하고 원료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신규 설비 착공이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일종의 궁여지책인 샘이다.

한국의 항공유 수출량은 2022년 기준 1080만3000톤(t)으로 세계 1위였다. 고도화된 정유 기술을 바탕으로 얻은 쾌거다. 1등 산업을 잃지 않기 위해선 정부의 발 빠른 지원과 업계의 선제적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