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3년째 지지부진한 가운데 해외 경쟁당국 심사 결과에 눈길이 쏠린다. 유럽연합(EU)와 미국, 일본 등 주요국 승인을 남겨두고 절차가 지연됐지만 합병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021년 1월부터 EU와 거친 2년여 간 사전 협의 끝에 올해 1월 13일 정식으로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했다.
EU는 두 단계에 걸쳐 심사를 진행하며 시장 경쟁성과 독점 여부를 살핀다. 현재 진행 중인 1단계 심사가 오는 25일 종료되면 검토 기간이 긴 2단계 심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이에 맞춰 대한항공은 EU 측과 협의해 추가 슬롯(특정 시간에 활주로 등 공항 시설을 이용할 권리)과 운송권을 반납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모두 국내 기업이지만 항공업 특성상 해외 여러 나라에서 운송 서비스를 제공해 각 나라마다 경쟁당국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2월 두 회사 간 합병을 조건부 승인했다. 기업결합 신고가 필수인 국가는 미국과 EU, 일본, 중국 등이다. 앞서 중국은 합병을 승인했고 임의 신고국인 영국은 시정안 제출을 대한항공에 요구했다.
주요국 경쟁당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해 출범한 항공사가 한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의 절반(48.9%)을 점유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독점 운항 국제선은 10개, 점유율이 60% 이상인 노선은 29개에 이른다. 특히 미국과 유럽 노선은 점유율이 70%가 넘을 것으로 예상돼 경쟁 제한성이 커질 수 있다.
EU 이외에 심사 절차가 남은 미국과 일본은 아직 합병과 관련해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이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승인을 유예한다고 밝혔고, 일본은 심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두 국가 모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중복으로 취항하는 노선을 대상으로 독과점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부분 국가가 승인을 거부하는 대신 시정안을 요구한 만큼 최종적으로는 기업결합을 허가하는 쪽에 무게를 싣는다. 이 과정에서 슬롯과 운수권이 더 잃는다면 대한항공이 기대하는 '초대형 항공사' 출범은 어려워질 수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필수 신고국 중 남은 곳은 미국, EU, 일본 등 3곳이고 현재로서는 순조롭게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각 경쟁당국과 적극적으로 협조해 조속한 시일 내 좋은 결과를 내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