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5월 7일 오전 10시 자사 공식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프리미엄폰 ‘LG 벨벳’을 공개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한 언택트 마케팅이다. 제품 출시일은 같은달 15일이다.
신작에는 스타일러스가 포함되고 듀얼스크린도 지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들이 지난해부터 폴더블폰 중심으로 시장을 만드는 가운데 1년째 탈착식 듀얼스크린을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듀얼스크린은 지난해 5월 출시된 V50 씽큐부터 적용됐다. 화면 분할 기능으로 게임패드와 효율적인 검색환경을 이용할 수 있어 호평을 받았지만 세계시장에서 본체 점유율은 미미하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시장점유율에서 LG전자는 순위권(7위)에 들지 못해 '기타'로 분류됐다.
지난 1년간 LG전자는 듀얼스크린 생태계 조성에 공들여왔다. 하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은 LG폰 구입 기준을 ‘빵집(기기값 0원짜리 판매점)’으로 낮춰보는 상황이다. 지난해 LG전자 MC(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사업본부 적자 원인 중 하나로 듀얼스크린 무상제공을 포함한 마케팅비 증가가 꼽히기도 했다.
듀얼스크린 수명은 다음달 판가름 날 수 있다. 벨벳은 알파벳에 숫자를 붙이던 방식을 벗어난 LG전자가 이름과 디자인을 갈아엎고 새로운 정체성을 세울 첫 단추다. 본체의 인기를 등에 업고 듀얼스크린의 진가를 증명할 경우 1년간 회사를 괴롭혀온 ‘폴더블은 언제인가’라는 질문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폴더블폰을 내놓기 전까지 듀얼스크린만으로 5G시장 공략을 이어갈 수도 있다.
LG전자가 던진 주사위의 또 다른 면은 소비자의 디자인 관념이다. LG전자는 벨벳에 대칭형 타원 외관과 물방울 카메라를 넣어 “디자인의 정수(精髓)를 담았다”고 홍보한다. 과거 초콜릿폰과 프라다폰 같은 외관 중심 디자인의 귀환이다.
2007년 스마트폰 시대를 연 애플 아이폰 이후로 디자인 개념은 외관에 머무르지 않게 됐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만들어온 애플이 같은 집념을 스마트폰에 반영한 결과가 ‘사용자 경험’ 경쟁을 강화했다. 제품을 보고 쥘 때의 느낌이 소프트웨어 구동 환경과 통일돼야 한다는 관념이 지난 13년간 경쟁사들에 영향을 줘 왔다.
이런 점에서 LG전자 프리미엄폰 디자인 철학이 삼성·애플 보급형 제품과의 ‘5월 전쟁’에서 자존심을 지킬 지가 관건이다. 애플은 같은달 6일 프리미엄폰 아이폰11에 담긴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탑재한 보급형 ‘아이폰SE’를 내놓는다. 벨벳 가격이 70만~80만원대로 예상되는 반면 아이폰SE는 55만원으로 발표돼 성능과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삼성 역시 같은달 7일 37만4000원짜리 갤럭시 A31을 내놓는다.
그간 LG전자가 해왔을 고민이 온전히 투영됐다면 벨벳은 그간 알려진 스타일러스와 듀얼스크린으로 자사만이 줄 수 있는 시너지를 품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벨벳 출시는 구광모 LG 회장이 강조한 ‘페인포인트(소비자 불만)’가 어떻게 반영됐는지 확인할 계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