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1980년 시가총액 3조9000억원으로 출발한 우리 증시가 반세기 만에 '시총 5000조원'이라는 거대한 함대를 구축한 것이다.
이번 랠리의 본질은 철저하게 '숫자(Earnings)'에 기반하고 있다. 과거 심리적 기대감에 의존했던 거품 장세와는 궤를 달리한다. 그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인공지능(AI) 혁명은 이제 초기 단계를 지나 산업 전반의 인프라로 안착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장악한 SK하이닉스는 이날 주당 100만원을 넘어서며 명실상부한 '황제주'의 반열에 올랐고 삼성전자 역시 20만원 선을 돌파하며 시가총액의 육중한 무게를 가볍게 들어 올렸다.
여기에 현대차와 기아가 보여준 가공할 만한 상승세(9~12%)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순한 제조 기업을 넘어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모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이들은 한국 기업이 더 이상 글로벌 시장의 '패스트 팔로워'가 아닌 '퍼스트 무버'임을 증명하고 있다.
지수를 끌어올린 또 다른 동력은 정부와 금융당국이 밀어붙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정착이다.
그간 한국 증시의 고질병이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은 낮은 주주 환원율과 불투명한 거버넌스였다. 최근 상법 개정안을 통해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고 자사주 소각 및 배당 확대에 대한 세제 혜택이 구체화되면서 시장의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단기 차익 실현을 위해 1조원 넘는 매물을 쏟아냈음에도 불구하고 기관과 개인이 이를 받아내며 지수를 방어한 것은 한국 증시의 '내수 체력'이 그만큼 강화되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깊은 법이다. 코스피가 축제를 벌이는 동안 코스닥은 1165선에서 보합권에 머물렀다. 이른바 '장세의 양극화'다. 에코프로 등 이차전지 대형주와 로봇 관련주가 선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코스닥의 강자였던 바이오 섹터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는 시장의 유동성이 '막연한 미래 가치'보다는 '당장 눈에 보이는 영업이익'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투자자들은 이제 더 이상 꿈만 먹고 사는 기업에 지갑을 열지 않는다. 실질적인 파이프라인의 상업화 성공 여부와 재무 건전성을 따지는 엄격한 '옥석 가리기'가 시작된 것이다.
향후 장세 전망을 살펴보면 첫째 조정은 필연적이나 추세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수가 단기간에 1000p 이상 급등했다는 점은 기술적으로 과매수 구간임을 부정할 수 없다.
최근 나타난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는 단기 급등에 따른 '이익 확정'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6000선 안착을 위한 매물 소화 과정과 기간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와 환율이라는 외부 변수를 주시해야 한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고 환율이 1400원대 중반에서 내려오지 않는 상황은 수출 기업에 우호적일 수 있지만 외국인 자금의 지속적인 유입에는 걸림돌이 된다. 글로벌 매크로 환경의 변화가 랠리의 속도를 조절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초대형 장세'의 주도권 교체 가능성이다. 반도체가 끌고 온 장세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면 금융과 자동차, 지주사 등 저PBR 종목들의 밸류업이 완성되어야 한다. 만약 이들 종목의 주주 환원이 기대치에 못 미친다면 시장은 큰 실망감과 함께 깊은 조정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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