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공천헌금 수수 의혹 등으로 윤리심판원 제명 결정을 받은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결국 자진 탈당했다. 당적 정리는 스스로 선택한 형식을 취했지만 그 과정과 배경을 놓고 보면 정치적 압박이 누적된 결과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전 원내대표는 이 날 오후 2시쯤 민주당 서울시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윤리심판원이 제명 처분을 의결한 지 약 일주일 만이다. 앞서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는 “윤리심판원 결정문을 통보받지 못했지만 떠나겠다”고 밝히며 제명 수용 의사를 내비쳤다. 다만 그는 “제명당하더라도 스스로 당을 떠나는 선택은 하지 않겠다고 말해왔다”며 자진 탈당과는 선을 그었다. 재심을 신청하지 않는 상황에서 제명이 확정될 경우 최고위원회 결정으로 종결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는 요청도 덧붙였다.
그러나 기자회견 몇 시간 뒤 실제로 탈당계를 제출하면서 발언과 선택 사이의 간극이 드러났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공개적으로는 자진 탈당을 부인했지만 현실적으로는 다른 선택지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논란의 핵심은 공천헌금 수수 의혹이다. 김 전 원내대표는 특정 선거를 앞두고 지역 공천과 관련해 금품 또는 금품에 준하는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공천 과정의 공정성을 훼손할 소지가 있는 금전 거래 정황과 당 윤리 규정상 허용되지 않는 정치자금 성격의 수수 가능성 그리고 해명 과정에서 충분한 소명이 이뤄졌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윤리 규정은 공천과 관련된 금품 수수를 중대한 비위로 규정한다. 형사 처벌 여부와는 별개로 정당의 신뢰와 공천 시스템의 정당성을 훼손할 경우 최고 수위의 징계 대상이 된다. 윤리심판원이 제명이라는 결론을 택한 배경에는 개인 일탈 차원을 넘어 당 전체의 공정성과 도덕성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전 원내대표 측은 의혹 제기 이후 불법 정치자금 수수는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공천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윤리심판원은 해명만으로 의혹이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공천이라는 민감한 정치적 권한이 금전 문제와 연결됐다는 의혹 자체가 당 윤리 기준에 어긋난다는 점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후 쟁점은 제명 절차로 옮겨갔다. 현행 정당법상 국회의원 제명은 윤리기구의 징계만으로 확정되지 않는다. 당 소속 의원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며 이는 의원총회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윤리심판원 징계나 당 대표 직권 비상징계 역시 제명을 확정하려면 의원들의 집단적 의사 확인을 거쳐야 한다.
민주당 지도부로서도 부담이 적지 않았다. 전직 원내대표를 제명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여는 것은 당내 갈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의원 개개인의 찬반이 기록으로 남는 절차는 이후 정치적 후유증을 남길 가능성도 크다.
김 전 원내대표 역시 이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굳이 의총을 거치며 선배 후배 동료 의원들께 마음의 부담을 지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동료들에 대한 배려를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의원총회 표결이라는 정치적 검증의 장에 서는 상황을 피하려 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결국 자진 탈당은 김 전 원내대표 개인과 민주당 지도부 모두에게 가장 비용이 적은 선택지였다. 당은 의원총회라는 갈등의 장을 열지 않고 사안을 정리할 수 있었고 김 전 원내대표는 제명이라는 정치적 낙인을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었다.
다만 형식적 탈당으로 책임 논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공천헌금 수수 의혹은 형사적 판단과 별개로 정당 정치의 신뢰 문제와 직결된다. 특히 원내대표까지 지낸 중진 정치인이 윤리심판원 제명 결정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공천 관리와 내부 검증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 요구도 함께 제기된다.
형식은 자진 탈당이었지만 배경과 과정은 정치적 압박이 누적된 결과였다. 이번 사안은 개인의 도덕성 문제를 넘어 정당이 공천 비위 의혹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그리고 정치적 책임을 어떤 방식으로 정리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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