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한화그룹이 비상장 에너지 계열사 한화에너지 지분 매각에 착수한 가운데 자본 운용과 경영 책임을 분리하는 한화 3세 경영 구조 정비도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은 이번 지분 매각에 참여하지 않으며 그룹 핵심 지배·전략 라인을 유지한 반면, 차남 김동원 사장과 삼남 김동선 부사장은 보유 지분 일부를 재무적 투자자(FI)에 매각하며 개인 자본 운용에 나섰다. 업계 안팎에서는 한화에너지 지분 구조 재편이 단순히 증여세 등 세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라기보다 한화 3세 경영 체제에서 그룹 자본과 개인 자본의 역할을 분리하는 흐름이 본격화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이번 거래로 김동원 사장은 보유 지분 가운데 약 5%, 김동선 부사장은 약 15%를 재무적 투자자(FI)에 매각하게 된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한화에너지 지분 구조는 김동관 부회장 50%, 김동원 사장 약 20%, 김동선 부사장 약 10%, FI 약 20%로 재편된다. 기존에는 김 부회장이 50%, 차·삼남이 각각 25%씩 지분을 보유해 왔다.
다만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의 한화에너지 지분은 매각 이전에도 개인 소유였던 만큼 겉으로 보면 자본이 새롭게 분리된 것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지분은 그동안 한화에너지의 지배 구조와 직접 연결돼 있어 개인 자산이면서도 그룹 지배를 떠받치는 역할을 함께 해왔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일부 지분이 현금화되면서 지배 구조와 묶여 있던 자산이 개인이 독립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자본으로 전환됐다는 점에서 '자본 역할 분리'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이번 지분 매각을 에너지 사업 자체의 확대나 축소 여부를 가늠하는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그룹 차원의 에너지 전략이나 투자 방향보다는 그룹 자본은 지배와 전략에 집중하고 개인 자본은 독립적으로 운용하는 구조를 먼저 정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다.
한화에너지의 위상을 감안하면 이번 거래의 의미는 더욱 분명해진다. 한화그룹은 ㈜한화를 중심으로 여러 계열사가 연결된 지배 구조를 갖고 있으며 한화에너지는 이 ㈜한화의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 핵심 계열사다. 다시 말해 그룹 중심 회사와 직접 연결된 위치에 있는 회사라는 점에서 한화에너지의 지분 변화는 단일 계열사 차원을 넘어 그룹 전체 자본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특히 이런 핵심 비상장 법인에서 외부 자본을 받아들이며 지분 구조를 정비했다는 점에서 이번 거래는 한화가 오너 중심 구조에 머무르기보다 외부 자본의 검증을 수용하고 자본 구조를 시장 기준에 맞춰 조정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힌다.
다만 재무적 투자자(FI) 유입을 곧바로 상장이 임박했다는 뜻으로 보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번 지분 매각이 당장 상장 시점을 못 박기 위한 조치라기보다 향후 상장이나 추가 투자 등 다양한 선택을 열어두기 위해 지배구조와 자본 구조를 먼저 정비하는 단계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번 거래 과정에서 에너지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이나 투자 우선순위 변화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는 점도 눈에 띈다. 신규 발전 투자, 재생에너지 확대, 수소·신사업 방향 등 통상 지분 구조 변화와 함께 거론되는 사업 전략 메시지가 빠졌다는 점에서 이번 거래의 초점이 사업 재편이 아닌 지배 구조와 자본 구조 정비에 맞춰졌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이는 한화에너지가 당장의 사업 방향을 조정하기보다 향후 전략 선택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자본과 지배 구조를 먼저 정리하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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