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창춘=신화통신) 지난 3일 지린(吉林)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설립 73주년을 맞아 거리마다 흥겨운 축제 분위기가 이어졌다.
떡집 앞에서는 구령을 붙이며 떡매를 내리칠 때마다 고소한 찹쌀 향이 거리를 감쌌다. 조금 떨어진 광장에서는 민요 선율에 맞춰 아가씨들이 치맛자락을 날리며 장구를 치자 지나가던 관광객들까지 발길을 돌려 한바탕 어울림의 장이 펼쳐졌다.
중국 최대 조선족 집단 거주지인 옌볜주 곳곳에서는 민족 융합이 생생히 묻어난다. 식당에서는 조선족 냉면과 동북식 꿔바로우(鍋包肉·중국식 찹쌀탕수육)가 인기 메뉴로 자리 잡았다 마을 공동체에서는 한족이 반죽을 치대고 조선족이 빨갛게 버무린 배추속을 넣어 함께 교자(餃子)를 찌며 웃음소리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다문화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춘절(春節·음력설)과 조선족 명절을 함께 즐기며 화합의 정신이 일상 곳곳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왕수칭(王淑清) 옌지(延吉)시 베이산(北山)가도(街道·한국의 동) 단잉(丹英)지역사회 당위원회 서기는 20년 넘게 '중매쟁이'로 활동하며 지역사회의 다민족 혼인율이 20% 미만에서 50% 이상으로 높아지는 과정을 지켜봤다.
옌볜주 민정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이후 조선족과 한족 간 혼인율은 꾸준히 30%를 웃돌았다. 조선족 세 명 중 한 명이 한족과 가정을 꾸린 것이다.

언어와 교육의 융합은 옌볜주 민족 통합을 떠받치는 중요한 토대다. 옌볜주는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이중언어 교육을 도입해 조선족 언어로 수업하는 학교에서도 국가 공용어 교육을 꾸준히 강화해 왔다. 한족 학생이 많은 학교에서는 조선어(한국어) 회화 수업이 개설됐다. 이처럼 옌지시는 의무교육 단계에서 혼합 학급을 운영해 다민족 교육 환경 조성에 힘쓰고 있다.
덕분에 지역 청년들은 지금 한어와 조선어를 자유롭게 오가며 대화할 수 있다.
만(满)족 주민인 친민잉(欽敏穎∙77)은 거의 매주 조선어 교실을 찾는다. 그는 "요즘은 장에 가면 조선족 상인과 몇 마디라도 편하게 주고받을 수 있어 예전처럼 손짓만 하던 때와 달리 뿌듯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손자가 다니는 학교가 옌볜주가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중화 우수 전통문화 기지학교' 가운데 하나라는 점이다. 옌볜주는 지금까지 50곳의 기지학교를 세워 경극(京劇), 전지(剪紙·종이 공예), 도예, 서예 등 다양한 수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각 민족 아이들이 함께 전통문화를 배우며 거리감을 좁히고 한층 가까워지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