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허하오터=신화통신) 이른 아침 아룬허(阿倫河) 강변, 논에는 옅은 안개가 내려앉고 저멀리 먹빛을 머금은 산이 보인다.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후룬베이얼(呼倫貝爾)시 아룽(阿榮)기 신파(新發)조선족민족향에 위치한 신파향 민속관에서 뤼창즈(呂常直∙62)가 부친이 손수 그린 중국 전통 만화 연환화(連環畫)를 정리하고 있다. 14점의 그림에는 조선족 선조들이 무단장(牡丹江)에서 이곳으로 이주해오면서 논을 개간한 역사가 기록돼 있다.

"1948년,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벼 종자를 가지고 이 인적 드문 다뎬쯔(大甸子)향에 오셨습니다. 그때 이곳은 벼 한 톨도 심긴 적 없는 땅이었죠."
뤼 씨는 그림을 가리키며 "오늘날 아룽기에 약 4천666㏊ 넘게 펼쳐진 논은 그때 그 벼 종자 한 톨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1940년대 말 조선족들은 전란을 피해 조선 땅을 등지고 중국 동북 지역으로 이동했으나 이후 정착지 갈등으로 다시 거처를 옮겨야 했다. 이에 2천여 명이 1948년, 1949년 두 차례에 걸쳐 헤이룽장(黑龍江) 등지에서 아룽기로 이주했다.

둥광(東光)촌에 들어서면 옹기종기 모여있는 조선족 민가가 눈에 들어온다. 푸른 기와, 흰 벽, 치켜 올라간 형태의 처마...이들 민가는 전통 특색을 그대로 유지한 채 북방 지역의 건축 특색과 융합돼 있다.
뤼 씨는 "조선족 건축 형태에는 '3대(大) 3소(小)'가 적용돼 있다"면서 "이는 넓은 온돌과 좁은 바닥, 작은 수레와 큰 바퀴, 치마는 크고 윗옷은 작은 여성 의복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을 열면 바로 온돌이 놓여 있는데 이는 좌식 생활 습관에 맞춘 것"이라고 부연했다.
혹한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 지붕 경사는 눈이 쉽게 미끄러지도록 가파르게 설계됐다. 또한 벽을 두껍게 만들고 문과 창문의 크기를 작게 만들어 열 손실을 줄였다. 핵심은 온돌 시스템에 있다. 주방 아궁이가 침실 온돌과 연결돼 있어 한 곳에서 불을 지피면 집 전체가 따뜻해진다.
진광시(金光錫) 신파촌 당지부 서기는 "젊은 사람들은 전기 온돌을 사용하지만 우리는 전통 온돌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겨울에는 온 가족이 따듯한 온돌에서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면 몸은 물론 마음까지 따뜻해진다"고 덧붙였다.
전통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이곳 마을은 각 민족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단오절, 동지절 등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이 밖에도 민속관을 설립해 수집한 민족 문화재 225점(세트)을 전시하고 있다.
취안잉훙(全英紅) 향장은 "네이멍구 특색의 조선족 문화를 발굴하고 선조들의 전통을 지키며 다민족 문화를 융합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신파촌에서는 민속 관광, 특색 관광, 농촌 관광을 발전시키고 있으며 관광객들은 모내기 및 수확 체험을 하고 별미를 맛보며 노래와 춤을 감상할 수 있다.
취안잉훙은 "관광객이 풍경과 더불어 문화를 깊이 체험했을 때 전통이 비로소 생명력을 지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