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과 EU가 각각 5500억 달러, 6000억 달러의 대미 투자와 시장 개방을 조건으로 자동차 포함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합의한 가운데, 한국도 유사한 조건을 제시하며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5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의 뉴욕 회동에서 한국 조선사의 미국 현지 투자, 금융 지원 등을 포함한 MASGA 프로젝트를 설명했고, 긍정적 반응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인수하며 MASGA의 핵심축으로 떠올랐다. 한국 조선 3사 중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미국 내 직접 투자를 진행 중인 유일한 조선사라서다.
29일 정부에 따르면 1000억 달러 이상 대미 투자, 제조업 협력, 농산물 또는 데이터 시장 개방 등을 포함한 패키지로 관세 인하를 노리고 있다.
김 부회장은 이번주 내내 미국에 머물면서 정부 협상 상황에 따라 추가 투자 여부 등을 빠르게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한국은 한·미 FTA로 미국 내 자동차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어 15% 자동차 관세를 수용하면 일본·EU보다 불리한 역차별이 우려된다.
산업계는 15% 상호관세가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굳어진 가운데 자동차 관세만큼은 일본·EU보다 낮은 수준을 확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일본과 EU산 자동차는 기존에 2.5% 관세를 적용받았지만 한국산 자동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 시장에서 무관세 혜택을 받아왔다. 한국이 15%의 자동차 관세를 수용하면 사실상 역차별이 된다는 지적이다.
최강일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FTA 체결국인 한국은 자동차 품목만큼은 최소 12.5% 선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허정 국제통상학회장은 "EU는 동유럽 제조 기반을 앞세워 대미 수출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며 "관세 구조가 고착되면 차이나 쇼크에 준하는 EU 쇼크가 현실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