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DB그룹은 비금융 계열 DBinc와 금융계열 DB손해보험을 각각 지배사 격 기업으로 두고 지배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DBinc와 DB손보의 지분을 김준기 창업 회장, 김남호 전 회장, 김주원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나눠갖는 구조로 김남호 전 회장이 김준기 창업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아 최대 주주로 올랐다.
정보·기술(IT) 기업 DBinc의 주주 및 지분은 △김준기 창업 회장 15.91% △김남호 전 회장 16.83% △김주원 부회장 9.87%로 오너 일가가 나눠 갖고 있다. DBinc는 DB하이텍을 18.63% 지분율로 지배하고 DB하이텍은 △DB기술투자 △DB글로벌칩 △DB월드 △동부철구 △DB메탈 등 산업 계열사를 가지고 있는 형태다.
DB그룹 금융 계열사의 지배회사 격인 DB손보는 △김준기 창업 회장 5.94% △김남호 전 회장 9.01% △김주원 부회장 3.15% △김준기문화재단 5%로 지분이 나눠지며 산하 기업으로 △DB생명 △DB자동차보험 △DBCES △DBCNS자동차 △DBCSI △DB캐피탈 △DBMNS →DB금융서비스 △DB금융투자 →DB자산운용·DB저축은행 등을 지배한다.
현재 김준기 전 회장, 김주원 부회장의 DBinc 지분 합은 25.78%로 김남호의 지분보다 높다. 또한 김준기 창업 회장은 그룹 내 타 기업에 속하지 않는 DB 스탁인베스트·DB인베스트의 최대 주주로 두 기업은 DB메탈의 주식을 보유 중이다. 양사의 지분을 합치면 DB하이텍의 지분을 넘어서면서 사실상 김준기 회장이 DB메탈을 지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기준 창업 회장은 글로벌 경기 악화를 극복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달 DB그룹은 측근인 이수광 전 DB손해보험 사장을 그룹 수장으로 선임했으며, 김남호 회장은 취임 5년만에 회장직에서 내려오게 됐다.
새로 선임된 이 회장은 동부고속, 동부화재 당시 DB손해보험 등 주요 계열사의 최고 경영자를 맡아온 인물로 1979년 DB그룹에 합류해 김준기 창업회장 밑에서 40년 가까이 일해왔다. 또한 김준기 창업회장과 1944년생으로 나이가 같으며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동문 출신이다.
김준기 창업회장의 사임 및 김남호 전 회장의 경영권 승계도 사실상 오너 리스크에 해소를 위해 진행된 것으로 김준기 창업회장이 이수광 대표의 선임을 통해 그룹 전반의 리스크 관리에 들어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DB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무역 전쟁, 급격한 산업구조 변동과 AI 혁명, 경영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해 전문성, 경영 능력이 검증된 전문 경영인들을 중심으로 사업 경쟁력과 생존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DB그룹은 또 다른 구조적 리스크로 지주사 전환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DB하이텍은 올해 초 주가가 3만원대에서 이달 4만원 후반대까지 상승했다. 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게 되면 지난 2022년, 2023년과 같이 지주사 전환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인 기업이 자회사 지분가액이 전체 자산의 50%를 초과하면 지주사 전환 의무가 발생한다.
주가 역시 우호적인 상황이다. DB하이텍 시가총액(1일 종가 기준은 2조668억원으로, DBinc 자산 8조3743억원의 24.68%를 차지한다. 현재 DBinc는 DB하이텍 지분 18.63%를 보유 중으로, 지주사 전환이 개시될 경우 추가로 11.37%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이날 기준으로만 해도 약 2349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셈이다.